부산대학교 점필재연구소가 대한제국기(大韓帝國期) 일본 유학생 단체 ‘태극학회’의 기관지인 ‘태극학보’(총 26호) 완역본을 출간했다.
이를 통해 우리 역사 속 굴곡을 오롯이 담고 있는 대한제국 시기의 젊은 지식인들이 가졌던 사유의 깊이와 넓이를 공감하며 20세기 초 다양한 근대지식의 종합적 양상을 현대 한국인들이 더 가깝고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부산대 점필재연구소의 ‘대한제국기 국한문체 잡지의 현대어 번역 사업팀’은 20세기 초 일본 유학생 단체 ‘태극학회’의 기관지인 ‘태극학보’(총 26호)를 완역해 ‘완역 태극학보’ 전 5권(보고사, 2020.11.10.)을 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권정원·신재식·신지연·최진호 등 점필재연구소 전임연구원 및 다수의 공동연구원이 번역을 완수했다.
‘태극학보’는 일본 유학생 단체 ‘태극학회’의 기관지로, 1906년 8월부터 1908년 12월까지 2년여에 걸쳐 간행됐다. 대한제국기 국한문체 잡지 가운데 가장 장기간 발행된 것으로, 총 26호가 나와 있다.
이 잡지는 다양한 분과학문을 통해 국민국가를 구상하고 문예로써 개인의 사색과 감정을 표현한, 20세기 한국을 종합적으로 구상한 최초의 대중매체이다. 연구팀은 ‘태극학보’를 통해 100여 년 전 대한제국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오늘의 우리가 생생하게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는 근대계몽기라 불리던 시기로, 수많은 서적과 잡지, 신문이 폭발적으로 근대적 사유를 쏟아냈다. 이 시기의 인쇄물을 이해하는 것은 현재의 한국사와 한국인을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인은 물론 연구자들조차 이 시기 인쇄물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인데, 한문에 가까운 국한문체로 이뤄져 있어 한문을 해독할 수 없는 사람에게 이 자료들은 풀 수 없는 암호와 같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국한문체 잡지의 현대어 작업이 근대계몽기 인쇄물에 대한 해독을 용이하게 해 이 시기 각 분과학문의 연구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제국기 잡지 번역팀의 책임자인 강명관 교수는 특히 ‘태극학보’가 일본 유학생들이 발간한 잡지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일본은 당시 한국이 경험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근대문명의 본거지였고, 이 유학생들은 근대지식 수용의 첨병이었던 셈이다. 이 번역서를 통해 우리는 20세기 초에 일본을 직접 경험한 젊은 지식인들이 공급했던 다양한 지식과 계몽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태극학보’ 번역을 수행한 부산대 점필재연구소는 근대전환기 저작물의 번역과 연구를 지속해 온 한국학계의 대표적 연구기관이다. ‘대한자강회월보 편역집’(전 3권)(소명출판, 2014), ‘한국 고전번역자료 편역집’(전 2권)(점필재, 2017), ‘완역 조양보’(전 2권)(보고사, 2019), ‘원문교감 조양보’(전 2권)(보고사, 2019) 등 번역서와 ‘고전, 고전번역, 문화번역’(2010), ‘동아시아, 근대를 번역하다’(2013), ‘투르게네프, 동아시아를 횡단하다’(2017), ‘한국 고전번역사의 전개와 지평’(2017) 등 연구서를 출간했다.
이러한 성과의 연장선에서 이번 ‘완역 태극학보’(전 5권)(보고사, 2020)가 출간됐고, 앞으로 ‘완역 서우’(전 3권), ‘완역 소년한반도’(1권), ‘완역 한양보’(1권)가 추가로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