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포토존이 “왜 여기?”
VR 등을 앉은 자리서 ‘플레이’
구독형 ‘게임박스’가 특히 인기
올레tv와 협업…MZ세대와 소통
이동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가 ‘포스트 코로나’의 청사진을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최근 강남, 홍대 부근에 잇달아 큰 규모의 공간을 열어 현재와 미래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체험공간’이라는 외피는 비슷하지만 들여다보면 각 사의 비전이 엿보인다. 어떤 차이가 숨어 있을까? CNB가 차례대로 방문해 봤다. 2편은 콘텐츠 강국에 다가서는 KT의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이다. (CNB=선명규 기자)
[관련기사]
온·오프를 잇다①-SKT, 무인매장이 현실로…홍대 앞 ‘T팩토리’ 방문기
“곳간에 콘텐츠가 쌓이자 특화매장에 풀어 집결시켰다.”
지난 봄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고객 중심의 플랫폼 혁신’을 추진 중인 KT가 잇달아 문 연 특화매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2004년 출생)와 소통하는 것이 운영 목적인데, 관건은 다채로운 콘텐츠를 어지럽지 않게 내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깔끔한 정리 정돈을 위해 KT가 선택한 방식은 내 집 안방과 같은 안락함. 다양한 서비스를 편안한 공간에서 취미생활 즐기듯 꾸민 것이 특징이다. 지난 5일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에 위치한 체험매장에서 남 시선 의식 않고 게임, 음악 등을 겪어봤다. 사적으로.
‘Media Meet here’라 붙은 입구를 지나 깊숙이 들어가자 방이 두 개 나왔다. 벽걸이 티브이와 탁자, 그리고 널찍한 소파로 인테리어 된 여느 집 거실 같은 생김새다. 타원을 그리는 벽면 구조로 인해 움집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건 많다.
헤드폰으로 귀를 덮고 음악을 듣다가(지니뮤직), 기기를 쓴 채 8K영상과 게임을 가상으로 즐기고(슈퍼VR),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장르 변경을 시도(넷플릭스·Seezn(시즌))한다. 마무리는 웹툰(KTOON)과 웹소설(블라이스)을 읽는 것. 순서는 상관없다. 내키는 대로 이용하면 된다. 벽에 이런 문구가 붙었다. 'like your home'. 편하게 써보라는 뜻이다.
가장 인기 있는 건 조이스틱을 잡고 모바일에서 PC·콘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임박스’이다. KT가 지난 8월 출시한 구독형서비스인 게임박스는 이 회사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을 구동하는 스트리밍 방식을 활용해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월 4950원을 내면 정식 구매가격이 240만원(글로벌 게임 마켓 Steam 기준) 가량인 110여종의 게임을 이용할 수 있어 선보인지 한 달 만에 가입자 4만명 이상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매장 관계자는 “게임박스를 출시한 이후 해당 서비스만을 체험해보려 찾는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나를 대신 보낸다, 앱을 통해
매장 한복판에 놓인 세로로 긴 모니터에 개성있는 이모티콘들이 떠다닌다. 비대면의 시대에 내 얼굴을 대신하는 분신이다. ‘나를’(narle)은 3D아바타, AR이모티커를 활용한 영상통화 앱. 가입한 통신사에 관계없이 최대 8명까지 그룹 영상통화가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다. 통화 중 사진, 파일전송이 가능하고, 유튜브 함께 보기, 그림퀴즈 등을 할 수 있다.
KT에 따르면 주변인에게 안부를 묻거나 업무용 화상회의 등에 많이 활용되면서 ‘나를’ 이용량이 코로나 이전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앱을 통해 나를 보내려는 이들이 많아진 결과다.
격정적인 운동과 치열한 두뇌싸움이 펼쳐지는 구역도 있다. 혼합현실(MR) 기술이 적용된 리얼 큐브(Real Cube) 체험존이다. 빔 프로젝터가 벽에 투사한 특정 문양 등이 표적지로, 상대 보다 빨리 공을 던져 맞춰야 한다. 가령 연산 문제가 나왔는데 정답이 ‘2’라면 재빨리 여러 숫자 중에 찾아내어 적중시켜야 한다. 리얼 큐브는 몸과 머리를 동시에 써야하기 때문에 주로 교육이나 헬스케어 솔루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여기에선 유희만을 목적으로 기능한다.
이 매장은 특정 팬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현관에 들어서면 셔터소리가 연방 들린다. 특히 2~30대 여성 시청자의 환호를 사는 넷플릭스 영화 ‘키싱부스2’의 포토존이 있기 때문이다. 붉은 천으로 대표되는 ‘부스’를 빼닮게 꾸며 실제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한다.
그냥 꾸민 것은 아니다. 왜 넷플릭스일까? 이유가 있다. KT는 지난 7월 넷플릭스와 손잡고 8월부터 올레 tv에서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250여개 실시간 채널과 21만편의 VOD 등을 보유한 올레 tv에 넷플릭스 서비스를 추가해 콘텐츠 강국으로 올라선다는 계산. 지난달 말 아이폰12를 출시하면서는 특화된 혜택이 담긴 ‘넷플릭스초이스’ 요금제를 따로 선보이기도 했다.
매장을 이용하는 가운데 선택적 비대면도 가능하다. ‘셀프 ON’ 기기로 혼자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 요금납부, 요금제 변경, 부가서비스 가입/해지, 납부방법 변경, 납부내역서 확인, 번호변경, 가입내역서 확인이 전부 가능하다. 작지만 품고 있는 능력이 많다.
매장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대기가 없을 땐 주로 직원에게 상담하는 편이지만 줄이 길다 싶으면 셀프 기기를 이용하는 비율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한편 가로수길 체험매장은 2호점이다. 지난 9월 중순 문을 열었다. 1호점은 앞서 7월 오픈한 종로구 성대점이다. 첫 매장 역시 2030세대와 호흡, 안락함을 내세우고 방문객을 맞는다. 개별 부스를 마련해 이 회사가 보유한 대부분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게 구성했다. 130인치에 이르는 대형 미디어월이 있는 오픈형 체험공간을 별도 조성해 콘텐츠 감상과 5G 스트리밍 게임을 즐길 수 있게도 만들었다.
안치용 KT 영업본부장(상무)은 “MZ세대가 부담 없이 자사 서비스를 즐기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매장을 구성했다”며 “안전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