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가 ‘포스트 코로나’의 청사진을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최근 강남, 홍대 부근에 잇달아 큰 규모의 공간을 열어 현재와 미래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체험공간’이라는 외피는 비슷하지만 들여다보면 각 사의 비전이 엿보인다. 어떤 차이가 숨어 있을까? CNB가 차례대로 방문해 봤다. 첫째는 서울 홍대 앞에 ICT 멀티플렉스를 내세우고 있는 SK텔레콤의 ‘T팩토리’(이하 티팩)이다. (CNB=선명규 기자)
연중무휴 ‘셀프 개통’
로봇이 가게주인 노릇
트렌드 따라 계속 진화
“한 3분? 길어봐야 5분이면 됩니다”
정식 오픈(10월 31일)을 나흘 앞두고 열린 티팩 사전 공개 자리에서 매장 관계자가 말했다. 셀프개통 기기(키오스크)의 처리 순서를 설명하려던 참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시연 진행 속도는 ‘선포’만큼이나 짧았다.
요약하면 순서는 이렇다. 바꿀 단말기와 요금제를 선택한다. 이어 컬러링 등의 부가서비스를 고른다.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입력하면 개통 완료된 휴대전화가 기기 아래서 나온다. 유심만 꽂으면 바로 사용 가능. 이어폰,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는 옆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살 수 있어 논스톱이다. 내부와 분리된 이 공간은 연중무휴, 정해진 이용시간 없이 24시간 문 안 닫고 운영된다.
티팩 관계자는 “현재는 기기변동만 되지만 향후 신규개통이나 번호이동까지 범위를 넓힐 예정”이라고 했다.
사람 만남 없이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것처럼, 이 매장은 비대면에 특화되어 있다. 로봇이 다수의 직원 역할을 대신한다.
가령 마스크를 내리거나 벗으면 이내 달려와 올바른 착용을 권고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방역로봇’이다. 하얀 방호복을 입은 것처럼 백색의 외관을 지녔으며, 체온 체크 기능과 손소독 기능을 탑재했다. 시설위치 등의 안내는 비말 전파 능력이 없는 ‘가이드로봇’의 역할이다. 지치지 않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특성을 품었다. 특화된 임무를 부여받은 이들이 매장을 활보하며 무인의 시대를 유인하고 있다.
기술과 노는 ‘ICT 테마파크’
티팩에선 기본적으로 SK텔레콤이 선보이는 핵심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V컬러링, 웨이브, 플로 등을 비치된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해 볼 수 있다. 멀티플렉스(multiplex)를 표방한 만큼 복합적이지만 어지럽진 않다. 다채로운 서비스와 기술들을 재밌는 요소를 통해 보여줘 ‘ICT(정보통신기술) 테마파크’를 방불케 한다. 오락, 쇼핑, 휴식이 결합돼 있다.
우선, 들머리에 들어서면 짐짓 놀랄 수 있다. 1층 중앙에 책상 크기 만한 콘트롤러가 놓여 있는데,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게이밍 모니터’는 벽을 가득 매운 대형화면. 이를 통해 카레이싱 등을 즐길 수 있다. 이것은 시작일 뿐, 게임장은 내부 곳곳에 있어 자유롭게 실행 가능하다. 2층 ‘MS존’에 마련된 5GX클라우드 게임 체험존 등에서 100여개의 엑스박스 게임을 해볼 수 있다.
1층 한쪽에는 의뭉스런 방이 있다. 책장과 모니터로 꾸며져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주목할 점은 종이 카드가 타일처럼 빼곡히 박힌 벽. 찬찬히 읽어보면 낯익은 글귀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영화 기생충) “질투가 훨씬 좋다, 주눅보다”(드라마 파스타). 카드를 뽑아들고 인쇄된 QR코드를 비치된 태블릿에 인식하면 해당 장면이 재생된다. ‘미디어 팟(Pod)’에선 여러 장르를 통해 각인된 ‘말맛’과 명장면을 다시금 맛볼 수 있다.
별책부록 같은 곳도 있다. 여러 제조사의 기기 체험존이다. 2층에 애플(Apple) 제품 전용 공간이 입점해 최신 아이폰, 아이패드를 써볼 수 있다. 유용한 건 1층에 마련된 제품 비교 존. 나열된 스마트폰을 최대 세대까지 들어올리기만 하면 정면 모니터에 해당 제품들의 스펙이 소개된다. 삼성 등 여러 제조사의 카메라 성능, 디스플레이와 같은 세부적인 ‘능력치’를 나란히 띄워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이해가 쉽다.
e-스포츠에 관심 많은 이라면 2층을 찾는 것이 좋다. 굿즈를 선보이는 ‘T1존’이 있다. 세계적인 프로게이머 페이커와 프로게임단 T1의 다양한 테마 상품이 즐비하다. 이곳은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1990년대 감성 충만한 소품들이 많다. 예컨대 'SPEED 010' 같은 추억의 문구를 새긴 핸드폰 케이스처럼. ‘레트로 액세서리 존’이란 이름으로 추억을 소환한다.
티팩은 총 세 개 층이다. 1층과 2층엔 전자기기로 가득하다. 체험으로 피로해진 눈과 다리는 ‘팩토리 가든’에서 풀 수 있다. 1.5층에서 완충지대처럼 자리한 휴게공간이다. 테이블을 수풀 가득한 짙푸른 정원처럼 꾸며 휴식을 돕는 것이 특징. 이곳에서 무료 제공하는 커피는 덤이다.
박정호 사장 “T팩토리는 미래와 기술”
이름에 이 매장의 정체성이 녹아 있다.
지난달 2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티팩 론칭 간담회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T팩토리의 T는 텔레콤의 T가 아니라 테크놀로지(Technology), 투모로우(Tommorrow)의 T”라고 소개했다.
따라서 티팩은 다음 기술, 즉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장으로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 대형 콘트롤러와 화면이 있는 1층 ‘플렉스 스테이지(Flex Stage)’가 무대 역할을 한다. 스타트업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 강소기업의 우수한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이곳을 활용할 계획이다.
혁신의 의미를 담은 만큼 공들인 시간도 길었다. 박 사장은 “고객들이 좋아할만한 서비스를 보여주기 위해 1년여간 준비했다”고 했다.
그렇기에 론칭이, 이곳이 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은 점포 확대는 물론 기존 매장에 티팩의 DNA를 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유영상 MNO 사업대표는 "기본적으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T팩토리가 성공한다면 다른 지역에 그곳에 맞는 콘셉트로 낼 수 있다"고 했다.
단독매장이 아닐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성준 유통1본부장은 “투트랙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기존 유통망에 무인매장을 설치하는 등으로 T팩토리의 성공 경험을 이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형화되지 않은, 변화무쌍한 T팩토리의 전개를 예고한 것이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