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기자 | 2020.10.29 16:07:19
28일 국회 시정연설 전 박병석 국회의장 등과의 환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남편이 국민의힘 정태옥 전 의원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부부는 각각의 인격체이다. 그간 인사에서 남편이나 부인이 누구인지 고려하지 않았다. 인사 청문회에서도 가급적 배우자나 가족이 아닌 후보자 본인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인 29일 전했다.
강 대변인은 “WTO 사무총장 결선 승패에 상관없이 문 대통령이 연좌제를 깬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2017년 지명된 민유숙 대법관 같은 경우도 남편이 당시 야당 소속이었다.
"다음 정부부터는 인사청문회 절차 반드시 개선돼야" 강조
28일 국회 환담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먼저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정책과 자질 검증만 공개하는 방향으로 청문 제도를 고치고자 한다”고 소개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 현 정부는 종전대로 하더라도 다음 정부는 작금의 인사청문회 풍토와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본인이 뜻이 있어도 가족이 반대해 좋은 분을 모시지 못한 경우도 있다.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 청문회 기피 현상이 실제로 있다”며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전해졌다.
현재 국회에는 인사청문회를 후보의 정책과 자질검증은 공개로 하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는 등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등이 발의되어 있지만 논의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의 인사청문회 제도가 공직사회의 도덕성을 한층 끌어올린 순기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심지어 며느리의 성적증명서까지 요구하는 등의 행태 때문에 청문회 기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후보자 본인보다도 주변인 관련 사항에 초점이 맞춰지는 현상은 결코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