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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삼성·현대차·아모레퍼시픽…‘폐품’은 어떻게 ‘작품’이 됐나

“패션으로 미디어아트로” 폐기물의 화려한 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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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0.10.29 09:23:55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학과‘크리에이티브 컴퓨팅 그룹’(성백신, 김주섭)이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장에 반납된 공병 중 1652개를 활용해 제작한 업사이클링 예술작품. 지난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내린 전시회에서 이 작품은 다채로운 공병들의 빛과 LED의 눈부신 조화로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들었다. (사진=선명규 기자)

‘성형 전’ 사진을 보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낡고 해져 추레한 몰골이었다. 쓰임을 다했다는 이유로 버려졌는데, 지금은 쓰레기란 말이 무색하게 화려해졌다. 해외 유수의 패션브랜드와 협업한 셀럽이자 미디어아트의 중요한 소재로 재탄생했다. 삼성, 현대차, 아모레 등 국내 대기업들이 ‘업사이클링’(Up-cycling. 재활용으로 가치를 높이는 일)이란 메스를 들어 폐품을 소생시킨 결과다. CNB가 ‘유용지물’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례들을 살펴봤다. (CNB=선명규 기자)

반짝이는 미디어아트 알고 보니
화장품 공병 1652개가 내는 빛
삼성은 TV 포장재를 가구로 바꿔
현대차의 폐기물은 패션 오브제로


지난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막을 내린 ‘그림도시’전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 있었다. 점점이 박힌 등이 관람객의 움직임을 감지해 춤추는 형상을 만드는 미디어아트다. 다량의 전구들이 뿜어내는 현란한 조명쇼에 너나할 것 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봤다. 멀리서 보면 그저 LED를 활용한 퍼포먼스 같지만 가까이서 본 모습은 달랐다. 놀라운 구조가 숨어 있었다. 형형색색의 낡은 화장품 공병들이 등 위에 덮여 각기 다른 빛깔로 발광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시장에서 만난 한 여성은 “색채가 다른 전구인 줄 알았는데 다가가서 보니 화장품 통이라 신기하다. 저기 평소 쓰는 제품도 보인다”며 웃었다.

아모레퍼시픽이 매장에서 수거한 화장품 공병을 활용하는 ‘그린사이클’ 활동의 일환으로 공개한 이 작품의 이름은 '1652人의 여름들'.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학과 크리에이티브 컴퓨팅 그룹(성백신, 김주섭)이 되돌아온 병 1652개로 완성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빛바랜 공병들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자원순환의 의미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1652人의 여름들'은 조명이 꺼지고 나면 화장품 공병으로 이뤄진 본모습을 드러낸다. (사진=선명규 기자)

‘언박싱’이 끝이 아니다?



주문한 제품을 배송받으면 누구나 경건한 의식을 치른다. ‘언박싱(unboxing)’이다. 하지만 소중한 내용물을 꺼내고 나면 애물단지가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포장지다. 대개 부피가 커서 분리수거하는 날까지 집안 어딘가에 모셔둬야 한다. 여기서 가정 하나를 해본다. 처치곤란 포장지가 가구 같은 유용한 소품으로 변신할 수 있다면? 쓰레기는 줄고 생활 속 아이템은 늘어나니 일석이조일 것이다.

이런 발칙한 가정을 현실로 바꾼 사례가 있다. 트랜스포머의 주인공은 TV 포장재. 본모습을 감추고 책꽂이, 탁상선반, 수납함, 고양이 집 등으로 무한변신이 가능한 캐릭터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부터 출시하는 라이프스타일 TV(더 프레임·더 세리프·더 세로)에 ‘에코 패키지’를 도입하면서 탄생했다.

점무늬로 디자인 된 것이 특징. 자를 이용해 점과 점을 그어가며 접고 잘라 새로운 형태를 창조할 수 있다. 설계도는 박스 상단에 인쇄된 QR코드를 찍으면 나온다.

가령 수납함을 만든다고 치자. 완성까지 120분 소요 예상이라고 뜬다. 이어 안내에 따라 모눈종이 같은 박스 겉면에 선을 긋는다.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다음은 자를 차례. 그래픽을 보며 칼로 따라 자르고 단면들을 끼워 맞추면 완성. 과정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들기에도 좋다.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TV 포장재는 제품을 보호해야 하는 특성상 두꺼운 골판지가 주로 사용되는데, 이를 포함한 국내 종이 폐기물이 매일 5000톤 가량(2017년 환경부 발표 기준) 쏟아져 나온다. 버리지 않고 재사용하면, 소소한 용품이 생기는 것은 물론 폐품의 인생 2막도 열어줄 수 있다.

 

삼성 에코 패키지 홈페이지에 소개된 수납함 제조과정 캡처. 안내에 따라 포장재를 쉽게 가구 등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더욱 극적으로 재탄생한 것이 있다. 과거엔 자동차 폐기물로 불렸는데 어느새 사람들이 탐내는 패션으로 이미지가 격상됐다. 어찌된 사연일까?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이름난 알리기에리, 이엘브이 데님, 퍼블릭 스쿨, 푸시버튼, 리차드 퀸, 로지 애슐린이 최근 공개한 점프 수트, 액세서리 등 제품에는 차량의 폐가죽시트, 유리와 카펫, 그리고 에어백이 쓰였다. 재활용률이 낮아 폐차 과정에서 대부분 폐기되는 소재가 환골탈태한 것이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지난 5월부터 이들 6개 브랜드와 진행한 ‘리스타일(Re:Style) 2020’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자동차 폐기물의 재활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수명 다한 차량의 질주가 업사이클이란 동력을 얻어 계속되고 있다.

조원홍 현대자동차 고객경험본부 부사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지속가능성이 개인의 삶에서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이 열망하는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리스타일(Re:Style) 2020’ 프로젝트를 마련했다”며 “자동차 폐기물을 가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재정의하면서 ‘리스타일(Re:Style)’ 프로젝트를 중장기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친환경 가치를 추구하는 6개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함께 진행한 6종의 ‘리스타일(Re:Style) 2020’ 작품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소생된 폐품은 이미 생활 반경에



이처럼 폐품을 되살려 다채롭게 활용하려는 시도는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초까지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에 전시된 예술작품의 소재는 그야말로 쓰레기였다. 한화갤러리아 임직원 봉사단이 충남 태안 학암포 인근 해안 2km를 왕복하며 수거한 120포대 분량의 쓰레기가 주재료. 여기서 거둔 플라스틱을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씨가 활용해 조명, 테이블, 스툴, 의자 등의 작품을 만들어 완벽히 버려지는 것은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아모레퍼시픽 매장 바닥에 재활용 마크(오른쪽 아래)가 붙은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업사이클링의 흔적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내 아모레퍼시픽 매장 바닥에는 재활용 마크가 붙어 있다.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 분쇄물과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섞어 만드는 테라조 기법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매장 안 집기용 상판에도 마찬가지. 지금 진열된 상품이 언젠가 수명 다하면 매장의 일부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이희복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 유닛장(전무)는 “아모레퍼시픽은 그린사이클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자원 재활용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자원의 창의적인 재활용 방법을 모색해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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