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기자수첩] ‘카드 네이밍’으로 한글 사랑하기

  •  

cnbnews 손정호기자 |  2020.10.08 10:48:20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의 한글서체전 ‘함께 쓰고 함께 그리다’ 전시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카드업계를 취재하다가 누군가 내게 네이밍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카드사들의 카드 이름이 대부분 영어라는 것. 생각해보니 그랬다. 비단 카드 이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소비활동의 기초가 되고, 문화예술 지원 활동도 많이 하는 우리나라 카드사들의 제품 이름에 순우리말이 적다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등 대부분 주요 전업카드사들이 영어 또는 외래어 네이밍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한국어 이름도 있다. 가장 인상적인 이름은 KB국민카드의 ‘가온’ 카드였다. 가온은 세상의 중심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이다. 지금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굉장히 한국적인 느낌의 단어다. 청춘대로 카드도 있다. 청춘과 대로도 한글이다. 한자에 기반을 둔 한글이지만, 그래도 반갑다.

우리카드에는 ‘카드의 정석’ 시리즈가 있다. 이는 영어인 카드, 한국어인 정석을 섞은 형태다. 최근 우리카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시리즈이다. ‘다둥이 행복’ ‘우리 사장님’ ‘우리 성당’ 등도 있다. 친근한 동네 친구 같은 느낌을 준다.

10월 9일은 한글날 574돌이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어린이들도 언젠가는 카드를 사용할 것이다. 이들이 카드를 소유했을 때, 외국어 이름만 많다면 한국어와 조국의 소중함을 잊게 되지는 않을까. 그런 취지에서 순우리말 또는 한국어로 네이밍을 한 카드가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이는 문화와 역사의 프리즘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세계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과 영국 등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중국어이다.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도 세계 무대에서 사용된다. 문화 주권 또는 동양권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우리말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전체주의, 서구 중심의 소비문화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지역주의, 동양의 철학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사랑해야 하는 사람은 우리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다. 우리말로 이름을 지은 제품을 사용한다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그런 사유의 노력은 우리를 조금 더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않을까.

그런 꿈도 꾸어본다. 10월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나는 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할까. 왠지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생각난다. 윤동주 시인이 노래했던 ‘한 점 부끄러움도 없길 바라는 마음’ 앞에 우리는 어떻게 존재해야 할까.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