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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하나금융·KCC·넷마블·LG생건…기업 유튜브는 ‘웃기는 짬뽕’ 중

‘진지’는 드실 때나…개그 프로 뺨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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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0.10.06 09:31:05

하나금융그룹의 유튜브 채널 하나TV에 있는 코너 ‘웃음주식회사’의 한 장면. 정상환, 조준우 등 개그맨들이 출연해 ‘웃음이 필요한 국민들을 위해 웃음을 배달'하고 있다. (하나TV 캡처)

 

개그로 대동단결이라도 하려는 걸까? 기업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웃겨지고 있다. 종전 장르가 다큐였다면 점점 코미디로 바뀌고 있다. 진지함은 덜고 어떻게 하면 더 웃길까 경쟁이라도 하는 분위기다. 기술도 말장난, 상황극, 몸개그로 다양하다. 진짜 개그맨들까지 등장시키고 있으니 배꼽 빠질 때까지 해보자는 기세다. ‘코로나 블루(우울)’도 도망갈 포복절도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CNB=선명규 기자)

‘新유튜브 대전’…개그로 승부
상황극·토크쇼 등 콘텐츠 다양
실제 개그맨 나와 배꼽 빼기도
웃음잔치에 코로나블루 저만치



“와~! 금융회사 유튜브 채널 맞나?”

이런 댓글이 달릴 만하다. 하나금융그룹의 유튜브 채널 하나TV에 있는 코너 ‘웃음주식회사’는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 뺨친다. 출연진 이름만 봐도 입꼬리가 들썩거린다. 컬트삼총사 출신 정상환, 옹알스의 조준우, KBS 공채 개그맨 송영길, 정승환. 이들이 ‘웃음이 필요한 국민들을 위해 웃음을 배달한다’는 콘셉트인데, 업로드 되자마자 빵 터졌다. 지난달 18일 처음 올라온 영상이 닷새도 되지 않아 조회수 5만회를 넘겼기 때문이다.

1화는 출연자들이 웃음주식회사에 면접을 보는 상황으로 꾸며졌다. 골라든 카드에 적힌 미션을 이행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20대, 50대 같은 특정 연령대를 30초 안에 웃기기. ‘뽑기운’에 따라 성공률이 낮은 고연령대가 나오면 좌절한다.

출연진은 프로의 자존심을 걸고 어떻게든 웃기려 몸부림친다. 코와 이마에 테이프를 붙여 들창코를 만들고 성대모사, 안면모사를 총동원해 앞에 앉은 면접관을 공략한다. 면접관은 요지부동이지만 이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웃음주식회사의 리더격인 정상환 씨는 자지러진다.

7분이 채 안 되는 이 영상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 웃음지뢰를 밟은 듯한 간증이 이어지고 있다. “독서실에서 웃음소리 새어 나올까봐 조마조마 했습니다” “웃음주식회사는 어디에 상장되어 있나요? 이거 이거 엄청난 가치주 같은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너무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라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웃음주식회사는 매주 금요일 업로드 되지만, 하나금융 측은 첫 방송 이후 반응이 뜨겁자 2편에 앞서 1.5편을 추가 편성해 내보내기도 했다.

 

하나금융 측은 첫 방송이 순식간에 조회수 5만회를 기록하는 등 반응이 뜨겁자 2편에 앞서 1.5편을 추가 편성해 내보내기도 했다. 사진은 웃음주식회사 1.5화 예고. (하나금융그룹 제공)

프로(개그맨)도 없는데 파괴력이 어마어마한 콘텐츠도 있다.

게임회사 넷마블의 유튜브 채널 ‘넷마블 TV’에는 올라왔다 하면 조회수 수십만은 기본으로 기록하는 코너가 있다. 웹툰 작가 짤툰과 협업해 연재하는 ‘갓겜컴퍼니’이다. 소재는 주로 직장생활과 관련 있는데, 현실에선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을 B급 코드로 풀어내 인기를 끌고 있다.

조회수 97만회 이상을 기록한 ‘면접’ 편이 대표적으로 편의점 알바를 뽑는 줄 알고 갔더니 거기가 게임회사 채용 자리였다는 황당한 설정이다. 당연히 질문과 대답이 엇갈리는데 그게 또 묘하게 말이 통한다. 결국 이 사람은 ‘넷마블 성대모사’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합격하고, 이후의 이야기는 인턴(73만회), 신입사원(76만회) 등으로 이어지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기 요인을 꼽으라면 유머에 버무려진 극사실주의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만한 사실적 요소가 많다. 현실 반영이 비결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CNB에 “게임 사업 담당자가 게임을 플레이하고 분석하는 장면들을 삽입하고 주인공을 통한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실제 신입사원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넷마블 TV의 인기 코너 ‘갓겜컴퍼니’ 면접 편. 편의점 면접으로 착각한 주인공 박걸삼은 황당한 이력서(사진 아래)와 개인기로 게임회사에 입사한다. (넷마블 TV 캡처)


콩트·토크쇼 다 된다

한 남자가 앞서가는 여자를 다급하게 쫓아간다.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자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대리님! 아까부터 계속 불렀는데 왜 대답이 없으세요?" 그러자 여자가 귀에 꽂은 무언가를 빼면서 말한다. “제가 KCC천장재를 끼고 있어서요” 소리가 완벽히 차단돼 못 들었다는 뜻이다.

KCC 채널에 있는 ‘갑자기 KCC 실험실’은 이 같은 짤막한 콩트로 시작한다. 새로 산 핸드폰 실리콘 케이스를 주제로 말하다가 실리콘 샴푸로 머리 감은 얘기로 급전환되고, 냉방비 줄이는 팁을 준다면서 건물 옥상에 페인트 차단제를 발라보라는 식이다. 뒷부분은 실험을 수단으로 자사 제품의 특성을 알리는 내용인데, 도입부의 허무개그와 반전 가득한 짧은 상황극이 압권이다.

별다른 세트 없이 입담으로만 들었다 놨다하는 콘텐츠도 있다.

LG생활건강 TV의 ‘나와조’에는 이 회사 직원들이 출연하다. 프로그램 이름이 중의적으로, 진행을 맡은 나씨와 조씨가 직원들을 초대(나와죠)한다는 콘셉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두 MC의 심상치 않은 흥. 말솜씨와 진행 능력이 행사 꽤나 뛰어본 전문가 수준이다. 이중창처럼 노래를 부르다가 합을 맞춘 듯 안무까지 선보이는 찰떡호흡을 자랑한다. 말의 티키타카도 현란하다. 한쪽에서 멘트를 던지면 반대쪽에서 받아 홈런으로 만든다. 편집도 빨라 오디오가 빌 틈이 없다. 속사포 같은 말의 향연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웃는 와중에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취준생이 관심 가질만한 편은 신입사원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해당 편에서 이 회사 신입사원들은 “나는 이렇게 입사했다”는 노하우와 직접적인 조언을 대방출한다. 후배들의 진심 어린 얘기를 들은 선배 MC는 “옛날 생각도 나고 자극도 됐다”며 훈훈하게 마무리 한다. 개그에 감동코드까지 더한 회차다.


가뜩이나 우울하니까

과거 기업이 운영하는 유튜브의 콘텐츠는 주로 캠페인과 같은 진중함이 대부분이었다. 현재처럼 개그모드로 태세 전환한 배경에는 웃을 일 줄어든 코로나 시국이 있다.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는데 재미없는 교훈형 보다는 웃음과 장난기 섞인 유머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바깥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 유쾌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웃음을 주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젊고 유쾌하게 바꾸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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