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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추석에 ‘확찐자’를 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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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0.10.01 08:58:56

요가는 쉬운 운동이 아니다. 입문 과정에서 커다란 벽을 느낄 수 있다. 다만 무턱대고 하다 보면 알게 된다. 강사의 동작과 점점 비슷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꾸준히 하면 반드시 보상받는다. (사진=선명규 기자)

 

스핑크스가 문제를 낸다. 첫날엔 두발, 이튿날엔 네발, 마지막 날엔 무(無)발인 것은? 뭐지 갑자기. 사람이요? 땡! 이걸 왜 맞혀야 하지. 그래도 연달아 손을 들어본다. 앞으로 쓰러졌다가 누워버린 피자 고정핀? 겨울잠에 들어간 곰? 또 뭐 있지…. 머릿속 파파고를 돌려보는데 스핑크스가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리고 주섬주섬 거울을 꺼내 비춰준다. 정답이 그 안에 있단다. 웬 뭉실한 게 있다. 이제야 알겠다. 추석 연휴 동안 먹다 지쳐서 걷다, 기다, 누워버린 내 몸이 답이다. 화가 나서 거울을 향해 신발을 던지려는데 스핑크스가 눈을 찡긋하며 사라진다. 개꿈인데 기분이 나쁘다. 현실 고증을 제대로 해서 약이 오른다.

이미 늦었다. 먹었는데 어쩔 거냐. 뻔뻔함으로 무마를 시도해 본다. 그래도 거울 속 나는 변함이 없다. 기름진 음식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만 해도 좋았더랬다. 부드러웠다. 워터파크 미끄럼틀 타듯 잘도 넘어갔다. 갈비찜이 열어준 길을 동태전이 타고 한번, 잡채가 타고 또 한 번 미끄러져 지나갔다. 고칼로리 음식들은 배속에서 물아일체가 되어 비로소 뱃살로 존재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더 늦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불어난 체중과의 전쟁, 지방 재난선포를 해야 한다. 운동만이 이 전쟁을 끝낼 탄도 미사일이요 폭식으로 인한 재난사태를 종식시킬 백신이다. 뭐든 해보려는데 올해는 장애물이 있다. 호흡지장을 초래하는 마스크다. 나가서 뛴다? 배로 숨이 찬다. 가볍게 줄넘기? 무겁게 숨이 찬다. 호흡 안전지대인 집을 운동장 삼는 게 지름길이다.

뭐부터 해야 하나, 막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유튜브, 애플리케이션 등 어디에도 운동 선생님은 있다. 손가락 까닥할 정성과 움직일 의지만 있으면 집을 ‘홈짐’으로 바꿀 수 있다. 검색만 해도 여러 종목이 쏟아져 나온다. 기초부터 심화편까지 다양한 코스를 선택해서 할 수도 있다.

내가 선택한 종목은 요가다. 얼마 전 기사 쓴다면서 운동 앱을 깔았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VX가 서비스하는 ‘스마트홈트’다. 40여개 프로그램 중에 몇몇을 따라해 봤었다. 웨이트로 용도 써보고 복싱한다며 팔랑거려도 보고 에어로빅 따라한다며 ‘문센’ 다니는 어머니로 빙의도 했었다. 그때 처음 만난 요가는 신세계였다.

운동은 이래야 한다는 편견과 고집(?)이 있었다. 봉에 원판 끼우고, 벤치 프레스 빡! 풀 스쿼트 빡! 데드리프트 빡! 스트랩을 내던지고 아르기닌 음료로 에너지 충전 빡! 그러면 득근(得筋)하리라.

난이도든 재미든 ‘중량 치는’ 게 최고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가, 만만치 않다. 쉽게 봤었다. 몸 그까짓 거 힘으로 접지 뭐. 잔뜩 꼬인 자만심은 입문과정에서 펴졌다. 강사의 ‘견상자세’를 따라했다. 손바닥과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몸이 ‘ㅅ’(시옷)자가 되어야 완벽하다. 그런데 웬걸, 찌그러진 ‘ㄹ’(리을)에서 안 펴진다. 삐걱거린다. 화면에 잡힌 나를 봤다. 시골 할머니 댁에서 키우는 개가 땅을 파고 있었다. 뼈다귀를 찾아 헤매는 백구가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희한하다. 할수록 는다. 죽어도 안 펴질 것 같던 무릎이 일자를 향해 가고 허벅지의 압박감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몸이 ‘ㅅ’에 가까워졌을 때쯤 욕심을 내 다음 단계에 돌입했다. 지금은 ‘고양이 자세’에 도전 중이다. 양손을 앞으로 뻗고 겨드랑이를 바닥에 대는 자세다. 아직은 엎드려서 ‘에네르기파’를 쏘는 모양새지만 언젠가 한 마리 고고한 고양이가 될 거라 믿고 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평소 더위를 못 느끼는가? 요가를 해보라. 땀이 안 나는 체질이라 믿는가? 요가를 해보라.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수분 보충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효과도 빠르다. 몸이 이완되고 수축되면서 몸에 라인도 잡히고 탄탄해지는 경험이다. 중량 칠 때와는 다른 근성장감을 느낄 수 있다. 성취감은 말할 것도 없다.

돌고 돌아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추석에 ‘확찐자’를 면하려면 요가를 해보라. 층간소음 걱정도 없다. 바닥에 매트나 수건만 깔면 되니 준비과정도 까다롭지 않다. 윙크하고 사라진 그대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배 깔고 엎드려 있을 텐가. 그러다 확찐자 된다. 일어나서 따라 하라 스핑크스. 찡긋.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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