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 “남북한과 남북한과 중국, 일본, 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만들자”고 제안한 데에 곧바로 이어 24일 오전 11시 진행된 일본 스가 신임 총리와의 첫 대화에서도 두 정상이 모두 “코로나19를 양국이 함께 해결하자”고 언급한 것으로 드러나, 앞으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스가 총리는 “한국이 K방역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의 여러 과제를 함께 해결하기 바란다”고 말했으며,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조속히 안정돼 내년 도쿄 올림픽이 성공리에 개최되기를 기원했으며, 스가 총리는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문-스가 두 정상의 20분 전화 통화가 끝난 뒤 진행된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양국 모두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이야말로 양국이 서로 협력하고, 양국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힘과 위로를 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고, 스가 총리도 일본 역시 코로나 극복이 최대 과제라면서 코로나의 여러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일 간 기업인 등 필수인력에 대한 특별입국절차 합의를 앞두고 있는 것을 환영하고, 특별입국절차가 양국 간 인적교류 재개의 물꼬를 트는 계기이자 양국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의 첫 통화인 만큼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공동 대처의 필요성 △인력 교류의 필요성에 뜻을 모음으로써 “세계 최고-유일”의 평가를 받고 있는 K방역이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푸는 실마리 역할을 할 수도 있으리란 기대를 하게 만들고 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스가 총리가 99대 일본 총리 취임을 축하하고, 한일이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평가했다”며 “스가 총리는 한일 양국 관계가 과거사에서 비롯한 여러 현안들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과 함께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구축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제 징용 문제에 스가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구축하자"
강제징용 관련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양국 입장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가 수용할 최적의 해법을 찾아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고, 스가 총리는 “한일 양국 관계가 과거사에서 비롯한 여러 현안으로 어려운 상황이나, 문 대통령과 함께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두 정상은 또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해 더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스가 총리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관심을 요청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일본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 대변인이 설명했다.
일 언론들 "스가, 한일관계 이대로는 안 된다 말했다" 보도
한편 일본 언론들은 이날 전화통화가 끝난 뒤 스가 총리가 총리관저 출입 기자단에 “다양한 문제에 관한 우리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앞으로도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스가 총리가 이날 전화회담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건전한 상태로 되돌려놓으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도 “회담에서 스가 총리는 건설적인 일한(한일) 관계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라고 한국 측에 요구했다. 이는 아베 정권 아래에서 악화해 과제가 산적한 양국 관계의 개선은 한국 측의 대응에 달려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형태였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