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실업률 증가, 경제 활동 위축 등으로 내수시장도 암흑기다. 이런 와중에도 언택트(비대면) 업종은 조심스레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봤다. 여섯 번째 편은 기지개를 편 증권사들이다. (CNB=손정호 기자)
2분기 대부분 수익 크게 늘어
주식수수료 증가에 IB도 선방
3분기 전망도 밝지만, 걱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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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의 2분기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분기에 연결 기준 영업이익 3871억원, 당기순이익 304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47.9%, 38.6% 성장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CNB에 “국내만 아니라 해외 주식 거래량도 급증했다”며 “다른 사업 분야도 성장세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도 웃었다. 영업이익 221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9%, 순이익 1557억원으로 6.8% 증가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CNB에 “투자은행(IB)과 리테일 등 모든 사업 분야가 성장을 달성했다”며 “견고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시장의 요구에 대응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2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1766억원, 순이익 1317억원이었다. 작년 이때보다 31.7%, 36.9% 성장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CNB에 “국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고객들의 예탁자산이 200조원을 넘었다”며 “자산관리(WM) 부문의 성적도 좋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2분기 영업이익 1470억원, 순이익 1250억원을 보였다. 전년 같은 때보다 38.8%, 39%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CNB에 “거래대금이 급증하며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어났고, 초대형 IB 사업과 복합점포 확대 등으로 성장세를 일구었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영업이익 330억원, 순이익 3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86.7%, 149.9% 늘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CNB에 “브로커리지 부문의 수익이 성장하는 가운데, 구리 지식산업센터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에도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 3636억원, 순이익 2958억원으로 전년 같은 때보다 49%, 56.2% 오른 실적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CNB에 “주식 수수료 수익이 크게 증가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 2302억원으로 129%, 순이익 1515억원으로 62.7% 늘어났다.
KB증권 관계자는 CNB에 “새로운 고객이 많아져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대금도 증가했다”며 “기업금융과 채권 운용 등에서도 수익이 늘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영업이익 2963억원, 순이익 2305억원을 달성했다. 작년 같은 때보다 94.2%, 114.3% 증가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CNB에 “비대면 계좌 개설에 집중해서, 리테일과 투자은행 등 골고루 좋은 실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뜻밖의 '동학개미'
이처럼 증권업계가 호실적을 보인 이유로 ‘동학개미운동’을 꼽을 수 있다. 주가가 저점일 때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몰려서 주식 거래량이 늘어났다. 이를 동학농민운동(1894년 발생한 반외세 운동)에 빗댄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이 영향으로 일일 거래대금도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코스피, 코스닥 시장의 2분기 일일 평균 거래대금은 2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0% 증가했다.
언택트(Untact, 비대면) 강화도 이유로 볼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 등은 비대면 거래 이벤트를 강화했다.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MTS, Mobile Trading System),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Home Trading System)으로 주식을 구입하면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온라인 강연도 늘렸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에서 투자설명회를 할 수 없게 됐기 때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유튜브 방송횟수를 늘렸고, 하나금융투자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NH투자증권은 ‘100세 시대 아카데미’를 유튜브 실시간 방송으로 전환했다.
비대면 업무 범위도 넓혔다. 메리츠증권은 HTS의 비밀번호 재설정 등을 온라인에서 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스마트폰에 MTS를 설치하지 않아도, 기존 홈페이지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게 했다.
기업공개(IPO, 상장) 시장도 이유로 볼 수 있다. 2분기 말인 6월 23~24일 SK바이오팜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서 경쟁률 323:1를 기록했다. 31조원에 달하는 청약 증거금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IB 부문의 성장세가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핑크빛 미래' 올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여기에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우선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영혼까지 끌어와 투자’라는 의미의 ‘영끌’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코로나 사태 속에 당분간 개미들의 주식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IPO 시장은 흥행 기대감이 크다. SK바이오팜이 상장 흥행에 성공한 후, 하반기에 대어들이 기다리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방탄소년단 소속사),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호텔롯데 모두 공모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CNB에 “3분기에도 증권사들이 좋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브로커리지 수익은 지금처럼 크게 성장하고, IB와 WM은 전년보다 소폭 성장하는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기업 실적과 주가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8%일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사태로 수출이 줄어 수익이 감소한 기업도 많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NH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CNB에 “실제 실적(펀더멘탈)은 증시에 조금 늦게 반영된다”며 “현재 기대감이 큰 상태라, 코로나가 진정된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