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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화가 오릿 푹스가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댓글로 빨간색 하트 3개를 남겼다. 광명시에 있는 호반아트리움의 ‘아트 인 더 컬러’ 사진 밑의 댓글이었다. 호반아트리움은 호반건설 태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이번 전시는 컬러를 주제로 다양한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체험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유명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한 작가가 직접 내 SNS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준 것은 처음이라 기뻤다. 나는 오릿 푹스의 하트 댓글 밑에 ‘thank you. i feel your artworks impressive.’라고 적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스라엘의 여성 화가와 SNS로 소통을 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잠시 레드를 주제로 펼쳐진 오릿 푹스의 전시공간에서 내가 찍은 사진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것은 거울에 오릿 푹스의 그림이 반사되도록 각도를 설정해서 찍은 사진이다. 거울 속에 여인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 전시공간의 거울은 그냥 평범한 거울이다.
나는 네덜란드 화가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 부부의 초상’에서 거울의 반사를 활용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서도 거울의 반사를 활용한 장면이 있다. 두 그림 모두 유럽 상류층의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서구문명의 오래 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그림이다. 마치 코르셋을 입은 여성의 불편함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전근대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신분제도 있었을 것이고, 교회의 잘못도 있었을 것이다.
이후 유럽인들은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나는 얀 반 에이크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떠올리며 오릿 푹스 전시공간의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그녀가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해봤다. 나치에 의해 홀로코스트를 당한 이스라엘은 여전히 역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가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홀로코스트 이후 걸프 지역으로 돌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문제에 대한 봉합으로 보인다.
오릿 푹스는 회화, 설치작품, 비디오 아트 등을 만드는 작가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면, 대부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치유와 평화에 대한 그녀의 희망, 그렇지 않은 것들의 무의미성을 역으로 비판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하트가 고마웠다. 이후 그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밑에 한글로 ‘오릿 푹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있어서, 한국과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전시가 기억에 남는다. 어렸을 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백남준의 ‘비디오 때, 비디오 땅’을 본 이후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지 않았나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무엇을 하는가, 어디로 가는가. 이런 문명, 인류 비판적인 시선, 공존을 위한 예술적, 철학적, 산업적 노력은 앞으로 계속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