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실업률 증가, 경제 활동 위축 등으로 내수시장도 암흑기다. 이런 와중에도 언택트(비대면) 업종은 조심스레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봤다. 네 번째 편은 ‘깜짝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카드사들이다. (CNB=손정호 기자)
재난지원금 효과로 2분기 수익 급증
1회성인지 아닌지 하반기에 판가름
‘언택트 마케팅’ 강화하며 활로 모색
앞날 전망은 전문가마다 분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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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삼성카드는 2분기 영업이익이 14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8% 증가했다. 순이익은 1105억원으로 54.2% 늘어났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삼성카드는 재난지원금 효과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이 상승했다”며 “위험도가 높은 카드 대출이 줄어 대손비용이 감소한 점도 호실적의 이유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한카드도 웃었다. 영업이익이 244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7%, 순이익은 1756억원으로 17.9% 늘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CNB에 “코로나 사태로 소비가 위축됐지만, 꾸준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는 순이익 350억원으로 무려 125%나 증가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CNB에 “성적이 좋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디지털 혁신으로 비용 효율화를 통해 실적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영업이익 1235억원으로 전년 같은 때보다 68.2% 성장했다. 순이익도 972억원으로 68.7% 늘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CNB에 “디지털 전략으로 비용을 줄이며 효율성을 높여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영업이익 1123억원으로 21.7%, 순이익 817억원 20% 성장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CNB에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서 비용 절감에 성공했고, 자동차할부금융 등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영업이익 189억원, 순이익 136억원을 보였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32.9%, 22.2% 줄었다. 하지만 상반기로 기간을 넓히면 영업이익 771억원, 순이익 645억원으로 15.4%, 35.2% 성장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CNB에 “내수 침체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신사옥으로 이전하고 새로운 브랜드 내놓으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영업이익 384억원, 순이익 290억원을 올렸다.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5.8%, 7.6% 줄었다. 하지만 상반기로 기간을 넓히면, 순이익 797억원으로 19.8% 성장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CNB에 “코로나19가 확산돼 수수료 수익 등 매출이 감소했지만, 리스크를 관리해 연체율을 개선하고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정책 따라 강남 갔지만…
카드업계가 이처럼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로는 우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효과를 꼽을 수 있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자금을 수혈했는데, 이 자금의 지급 방식이 기존 신용·체크 카드에 적립금 형태로 채워주는 식이었다. 이에 따라 카드 사용이 증가해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비용 감소도 원인이다.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 회사들이 오프라인 마케팅 행사를 열지 않았다. 이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었다.
대손충당금도 감소했다. 대손충당금은 돌려받지 못할 채권에 대비해 금융사가 내부적으로 적립하는 금액이다. 코로나 사태로 정부가 대출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 조치를 취하면서 부실채권이 안정돼 대손충당금이 줄었다.
기저효과도 이유로 볼 수 있다. 카드사들은 정부의 수수료 인하에 따라 작년 1월 31일부터 수수료 수익이 줄었다. 연매출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의 경우 2.05%에서 1.4%,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는 2.21%에서 1.6%로 떨어졌다. 작년 2분기(4~6월)에는 수수료 인하 효과가 온전히 반영돼 수익이 줄었다. 따라서 당시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이번 2분기 실적이 높아진 것이다.
우려와 희망, 동시 공존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여기에는 두 가지 시선이 엇갈린다.
우선 부정적으로 보는 분석이 있다. 재난지원금 사용이 거의 끝난 만큼 3분기에는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스크 증가도 염려된다. 정부의 대출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의 조치는 다음달 말까지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시한 연장을 논의하고 있지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리스크가 증가해 대손충당금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반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카드사들이 이번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했다는 점에서다.
카드사들은 유저들이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보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리뉴얼했다. 넷플릭스와 웨이브(SK텔레콤의 서비스) 등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SSG페이 등)를 이용하면 할인혜택을 주는 맞춤형 상품도 선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꾸준히 온라인 상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신사업도 희망적이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어, 할부금융 등 사업구조를 다각화해왔다. 아울러 빅데이터를 이용한 마이데이터 사업도 정부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줄어든 파이를 채울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NB에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어 힘든 면도 있지만, 꾸준히 비용을 줄이고 연체율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왔다”며 “이제 걸음마 단계이지만 새로운 분야(언택트 마케팅)도 좋은 성과를 거두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