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 움츠러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장기 휴업 상태에 빠졌던 기업 미술관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역사 깊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포스코미술관이 지난달 말부터 관람객을 맞고 있다. 문을 걸어 잠근 시간이 길었던 만큼이나 잔뜩 벼르고 나왔다. 진귀한 고미술품, 거장들의 희귀작 등을 망라해 선보이고 있다. CNB가 침잠의 시기를 보내고 기지개를 켠 기업 미술관들을 찾았다. 2편은 올해 첫 전시회를 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다. (CNB=선명규 기자)
고미술 고장품 1500여점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6개 전시실 수천년 문화
철망 설치 등 참신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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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김환기·박수근·이중섭, 거장이 한 자리에…‘포스코미술관’
시작부터 보물을 마주한다. 그럴듯한 수사가 아닌 실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559호 ‘감지금은니대방광불화엄경’이 들머리에 내걸렸다. 1336년에 제작되어 고(古)미술이고, 또한 가치가 높아 고(高)미술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오는 11월 8일까지 여는 ‘고미술 소장품 특별’전에 나온 작품은 전부 저마다의 ‘고’를 간직하고 있다. 이 미술관이 그동안 수집한 보물 4점 등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예술품 1500여점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전시실은 총 여섯 곳. 방마다 특색이 있다. 압권은 ‘백자대호’(보물 제1441호), ‘분청사기인화문사각편병’(보물 제1450호) 등 도자공예의 찬란함으로 점철된 2전시실이다. 철망 안, 하얀 선반 위에 토기, 청자, 백자, 분청사기가 사분되어 웅크리고 있다. 수백점의 도자가 늘어서 있어 그 모습이 방대하다.
하지만 울타리 밖, 먼발치서만 보면 아쉽다. 한눈에 담기에도 어렵다. 원거리 관람의 한계는 총 네 개의 문을 설치해 극복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품을 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그 안에서 관람객은 영롱한 도자와 바투 붙어 눈에 담을 수 있다.
금속·섬유공예의 정수가 녹아든 5전시실은 휘황하다. 노리개, 비녀, 거울 같은 장신구와 조선시대 신부의 혼례복을 일컫는 활옷 같은 의복 등이 짙은 조명을 받은 채 내걸렸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소량의 작품을 투명 부스에 정성껏 나눠 담아 박물관처럼 선보이는 것. 이 전시실에선 눈에 스치는 전부가 명품처럼 보인다.
현문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학예팀장은 “새로운 시각과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전시 연출을 통해 다채로운 고미술 작품을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고 했다.
작품은 벽에도 투명 부스에도
독특한 설정의 맛은 6전시실에서도 볼 수 있다. 실생활과 밀접한 목공예와 목가구가 있는 곳인데, 진미(珍味)는 벽에 있다. 소반 등을 다닥다닥 붙여 놨다. 다리를 기준으로 부착되어 둥글고(원반), 네모난(사각반) 판을 적당한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 광경이 특별하지 않아도 문제되진 않는다. 밥상은 음식이 올라가는 상판의 모습이 익숙한 법이기 때문이다.
1전시실은 진귀한 회화들의 향연이다. ‘수월관음도’(보물 제1426호)를 비롯해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 ‘곽분양행락도8폭병풍’ 등 이름값 높은 작품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오랫동안 보존처리 작업을 거쳐 원형의 모습을 되찾은 ‘요지연도8폭병풍’도 처음 관람객과 마주한다.
현문필 팀장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고미술 소장품 특별전인 만큼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한국 고미술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아름다움을 몸소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 후 관람이 가능하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