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메신저 대화방이 시끄럽게 울었다. 코로나19 이후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 저마다 예측을 풀어놓는 소리였다. 노스트라다무스 뺨치는 예언자, 한방을 노리는 한탕주의자, 지금보다 더 단절되고 싶은 소심자, 당장 대화를 단절시킨 개똥철학자까지 한마디씩 거들었다.
시작은 일에 관한 이야기였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40대 A가 먼저 바람을 띄웠다. “이상해. 다른 사람 얼굴 보면서 대화하고 설명하는 게 여전히 떨려. 지금처럼 메신저로만 일하고 싶어. 앞으로 쭉~ 제발ㅜㅜ. 그런데 이렇게 하는 거 맞아?” 그는 매우 소심하다.
일산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B 역시 소망을 가득 담았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굳이 회사에 나갈 필요가 있을까. 구글을 필두로 해외에선 출퇴근이란 통념이 사라지고 있다던데? 집에서 일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이 지옥 같은 출퇴근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예상인지 소원인지 모르겠다.
노동문제에 관심 많은 C는 우려했다. “진심으로 걱정스러워. 무인 체계가 보편화되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거야. 대량해고에 대비해야 해. 차츰 ‘제2의 밥벌이’ 수단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C는 대형특수면허 같은 특이한 자격증들을 많이 갖고 있다.
공상 과학 마니아인 D는 영화로만 보던 미래사회가 금방 찾아 올 거라고 했다. “인간끼리의 협동 개념이 사라질껄? 그 자리를 로봇이 대신할 거야. 함께 일하는 동료이자 가족이지. 서브봇, 헬퍼봇 같은 개념으로. 늙어서 거동이 불편해져도 로봇이 거들어 줄거야” 터미네이터는 안 본 모양이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로봇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D를 C가 나무랐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E는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했다. “위기가 기회! 잘 잡은 주식 하나로 인생 역전한 사람이 많아질 텐데 그중 하나가 나야나!!!” E는 대화에 끼어드는 타이밍을 잘 못 잡는 편이다.
코로나 이후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에 맛들인 F는 “차가 이렇게 안전하고 편리한지 몰랐어. 운전하면서 커피도 사고 영화도 보고. 앞으로 이 맛을 못 잊을 거 같아. 나 같은 사람 많지 않아? 근데 그러면 나중엔 대중교통 이용률이 크게 줄지 않을까. 물론 억지일수도”
여전히 SF적 미래세계를 그리는 C가 끼어들었다. “차대신 로봇을 타고 다니면 정말 환상적일거야^^” C도 눈치가 없다.
대화의 종지부는 지독히도 명언에 집착하는 G가 찍었다. “‘죽을 만큼의 고난은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고 니체는 말했지. 우린 강해질 거야. 하하하”
더 이상 알림음이 울리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한 뒤의 세상은 누구나 예상 가능지만 그렇다고 쉽게 단정 짓기도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국면이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많은 힌트를 제시하고 있다. CNB가 연재 중인 ‘코로나 체인지’ 역시 다수의 실마리를 근거로 ‘포스트 코로나’를 짚어보는 것이다.
이 연재물을 종합해보면 내용은 대략 이렇다. 이미 로봇은 호텔 객실 서비스, 식당 서빙, 빌딩 방역과 안내라는 임무를 맡아 활동 중(④편)이다. 본사 출근을 최소화하고 주요 지역에 거점오피스를 둔 채 운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고(⑨편), 재택근무의 일상화(⑤편)고 가까이 다가왔다. 차에 올라탄 채 마트서 장도 보고 전시도 보고 수산시장에서 해산물도 사는 세상(⑥편)으로도 이미 접어들었다. B, D, F가 특히 반길 일이다.
늦은 밤, 메신저 대화방이 또 한바탕 울었다. 강남에서 퇴근 후 일산행 광역버스에 올라탄 B가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 끝나면 뭐부터 하고 싶어?” 하나둘 바람을 적었다. “아이들 데리고 맘 편히 놀이공원 가기” “해외여행” “야구장에서 치맥 즐기기”
대화 종결자 G가 모처럼 환호를 이끌었다. “마스크나 벗고 돌아다녔으면;;”
같은 말이 연이어 올라왔다.
“맞아!”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