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부터 반 고흐 연구를 시작해 집중적으로 글을 써온 저자가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을 추적하는 책이다. 책은 총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우며 ‘해바라기 정물화 연작’을 탄생시킨 반 고흐 생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2부는 시대의 불운을 온몸으로 부딪치고 종국에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한 예술가가 남긴 작품이 누구의 손에 의해 어떤 경로로 지금의 장소에 가게 됐는지 그 자취를 추적한다. 특히 반 고흐의 명작 가운데 해바라기 정물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1, 2부로 구성된 책은 다시 열다섯 개의 챕터로 나뉜다. 이는 해바라기 정물화 연작 중에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꼽히는 노란 배경에 만개한 해바라기를 그린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의 송이 수와 같다. 마치 아주 작은 씨앗에 불과했던 것이 마침내 커다란 노란 꽃을 피우듯, 저자는 반 고흐 내면에 작은 자리를 차지했던 해바라기가 어떻게 예술가를 상징하는 꽃으로 자랐는지, 새로 찾은 자료와 오랜 연구 결과를 촘촘히 쌓아올려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을 유기적으로 연결 짓는다.
해바라기 정물화 연작에 사용된 꽃병과 반 고흐가 귀를 훼손한 사건의 전말, 반 고흐에게 캔버스를 팔았다는 어느 노부인과의 만남, 그리고 1914년과 1939년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참혹한 전쟁 속에서 폐기 처분될 뻔 한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아 지금의 소장처에서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람객을 맞이하는 걸작으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 등 반 고흐의 삶과 작품 속에 녹아든 이야기가 쏟아진다.
마틴 베일리 지음, 박찬원 옮김 / 2만 5000원 / 아트북스 펴냄 / 2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