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접하는 색(컬러)을 주제로 이색 전시회를 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컬러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이 갤러리 호반아트리움을 채우고 있다. 색채에 대한 탐구를 통해 사람에게 보다 적합한 공간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그 현장을 다녀왔다. (CNB=손정호 기자)
작가마다 각양각색…7개 색채 표현
컬러 통해 인간과 공간에 대한 질문
색의 조화로움에 ‘건축’의 가치 담아
“컬러는 영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 바실리 칸딘스키
“컬러는 우리의 생각과 우주가 만나는 장소다” - 파울 클레
“수많은 컬러들이 어울려서 하나의 명작을 만들어낸다” - 헤르만 헤세
호반건설의 ‘컬러’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는 문구들이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색(色)에 대한 거장들의 명상이 적힌 여러 플랜카드들을 만날 수 있다.
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곳은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호반아트리움. 이곳은 호반건설그룹의 태성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호반건설그룹에는 호반장학재단, 태성문화재단, KBC문화재단, 남도문화재단 등 4개의 공익재단이 있는데, 이중 미술 분야는 태성문화재단이 도맡고 있다. 지난 10일 ‘아트 인 더 컬러(art in the color)’라는 주제가 펼쳐진 이곳을 찾았다.
전시는 색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마련됐다.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컬러들을 7개국 12명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다시 사유해보자는 취지다.
주제는 일곱 가지 색에 초점을 맞췄다. 레드, 그린, 모노(회색), 옐로우, 핑크, 블루, 블랙이다. 각각의 색에 맞는 공간을 마련하고, 한 명의 작가가 그 공간을 채우도록 했다. 색상의 순서대로 오릿 폭스(이스라엘), 남지은(한국), 시나(한국), 오리여인(한국), 카림 라시드(이집트계 영국인), 머레이크랩(한국), 샘 징크스(호주)가 맡았다.
일곱 가지 공간은 그 색상을 토대로 한 작품들로만 채워져 있다. 벽면의 색상도 한 공간에 하나의 색으로만 한정했다. 작가별로 특성이 다른데, 그 공간에 들어서면 개성에 맞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관람자는 하나의 색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그 컬러에 빠져들 수 있다.
특별 공간도 있다. ‘컬러 오브 라이프(color of life)’ ‘필 유어 컬러(fill your color)’ ‘컬러 오브 이모션(color of emotion)’ ‘컬러 오브 사운드(color of sound)’이다. 각각 이석(한국), 메시 데스크(홍콩), 주유진(한국)과 마리 무라브스키(러시아), 신디 움(대만)이 맡았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빛으로 표현된 컬러를 체험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소에서는 방문자가 다양한 색깔의 매직으로 직접 색칠을 할 수 있다. 세 번째에서는 부드러운 파스텔의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네 번째에서는 악기들을 연주하며 색과 음악의 공통점을 체험할 수 있다.
호반아트리움 관계자는 CNB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가구 등 다양한 물건에 색깔이 들어있다”며 “이런 색상을 주제로 한 전시를 통해, 컬러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건축의 미(美), 색(色)으로 승화
건설이 주업인 호반이 이런 전시회를 연 이유는 뭘까.
우선 다양한 색에 대한 이해를 통해 건축에 아름다움을 더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공간은 튼튼하고 사람이 머물기 편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아름다워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
건축예술의 기초가 되는, 미술가에 대한 지원도 이유로 볼 수 있다. 수학이 없다면 경제학과 공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힘들 듯, 같은 원리로 미술은 심미적 건축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전시회는 기초를 단단하게 하는 과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태성문화재단은 태성미술상을 통해 예술가들의 작품활동 지원에도 열심이다.
한 산업 디자이너는 CNB에 “디자인에서 색깔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느낌이나 분위기를 다르게 만든다”며 “어떻게 색상의 포인트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건축물의 미(美)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건설·건축이 주업인 기업이 색의 조화로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