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뉴스팀기자 | 2008.08.24 23:22:35
'See you again, London'
17일간 전세계를 환하게 밝혔던 2008베이징올림픽 성화가 4년 후 런던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올림픽 마지막 날인 24일 오후 9시(한국시간) 폐회식이 진행된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에는 9만 여명의 관중들이 몰려 그동안 감동과 환희를 선사했던 선수들과 함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204개국 1만5000여명의 선수들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One World, One Dream)'이라는 베이징올림픽 슬로건 아래에서 경쟁을 펼쳤다.
한국 역도의 자랑인 장미란은 선수단을 대표해 태극기를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금메달 2개를 차지하며 선전한 북한은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박현숙(23)을 기수로 내세웠다.
기수들이 입장을 마치자 올림픽에 참가했던 204개국 선수들은 동시에 '냐오차오'로 뛰어들었다. 그동안 힘겨운 경쟁을 펼쳐온 선수들은 모처럼 환한 웃음을 보이며 축제를 즐겼다.
선수 출신으로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IOC선수위원이 된 문대성(31)도 폐회식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IOC선수위원 선거에서 최다득표를 얻으며 선출된 문대성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일일히 꽃다발을 전해주며 중국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번 폐회식은 화려함과 웅장함을 강조했던 개회식과는 달리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진행돼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폐회식 공연을 위해 6개월 이상 지도를 받아온 타거우무술학교 학생 350명은 그동안 갈고 닦은 '비천' 공연을 선보였고, 흰색 옷을 입은 2008명의 사범들은 쿵푸 동작의 아름다움인 '원(圓)'의 예술을 통해 13억 중국인의 단결력을 보여줬다.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와 중국의 민중가수 쑹주잉은 함께 올림픽 주제가를 부르며 아름다운 화음을 뽐냈고, 104명의 원난성 무용가가 이들의 음악에 맞춰 환상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월드 스타' 비(26)는 한국을 대표해 폐회식에 참석하는 영광을 누렸다. 지난 20일 베이징에 도착해 공연 준비를 해온 비는 대만 가수 왕리홍(王力宏) 등과 함께 폐회식 무대를 빛냈다.
다음 대회 올림픽 개최지인 런던은 약 200만 파운드(약 39억원)를 들여 홍보 시간을 갖기도 했다. 영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스포츠스타인 데이비드 베컴은 런던을 상징하는 빨간색 이층버스를 타고 입장해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베컴이 등장하자 냐오차오를 가득 메운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보내며 환영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마이클 제프리 호주 총독 등, 전 세계 15개국 정상들도 폐회식에 참가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베이징올림픽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이 날 폐회식에는 구름이 많아 궂은 날씨가 예상됐지만 다행히도 예상했던 비는 내리지 않았다.
중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 총 267명의 선수들을 출전시킨 한국은 금 13개, 은 10개, 동 8개의 메달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둬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대회 개막 전 이연택 대한체육회 회장(72)은 금메달 10개와 함께 종합 10위를 뜻하는 '10-10 달성'을 자신했지만 종합1위를 노리는 중국에 밀려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5연속 한판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작은 거인' 최민호(28, 한국마사회)를 시작으로 '마린 보이' 박태환(19, 단국대)과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5, 고양시청), 한국 야구의 매운 맛을 알린 야구대표팀 등, 수 많은 선수들이 선전을 거듭한 한국은 금메달 13개라는 역대 최고 성적으로 국민들을 즐겁게 했다.
두 대회 연속 톱10 진입에 성공한 한국은 전세계에 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세계정상 등극을 노렸던 개최국 중국은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체조와 다이빙, 역도 등 전략종목에서 착실히 메달을 수확한 중국은 무려 금메달 51개(은 21개, 동 28개)를 가져가며 2위 미국(금 36개, 은 38개, 동 36개)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그동안 스포츠 최강국의 자리를 지켜오던 미국은 남녀 육상 단거리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도 획득하지 못하는 등, 총체적인 부진 속에 중국에 세계챔피언의 타이틀을 내줬다.
이번 대회는 여느 때보다 풍성한 세계신기록이 양산됐다.
선수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첨단기술의 만남은 무려 43개의 세계신기록을 탄생시켰다.
4년 전 아테네에서 28개의 세계신기록이 달성된 것에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역도의 장미란은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유일한 한국선수로 남게 됐다.
'수영의 神' 마이클 펠프스(23, 미국)와 육상 3관왕 우사인 볼트(22, 자메이카)는 베이징이 배출해 낸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섰다. 볼트의 남자 100m 우승 장면은 로이터통신이 선정한 '베이징올림픽 10대 명순간'의 으뜸을 차지했다.
7개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펠프스는 무려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마크 스피츠(58. 미국)가 세웠던 7관왕의 아성을 넘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육상 남자 100m와 200m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볼트는 이에 멈추지 않고 400m계주까지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