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제 수입했다는 이유로 해지통보
계약서엔 ‘신용 변화’ 모호한 문구뿐
“코에 걸면 코걸이”식 갑질 횡포 논란
일본기업이 협력업체인 경기도 고양시의 한 한국기업에게 계약위반 사실이 없음에도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반려견 용품 등을 생산하는 한 일본기업의 한국지사는 지난 15년 동안 ‘굿프랜드’라는 한국기업과 독점계약을 맺고 물품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굿프랜드는 지난 2월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 받았다.
일본기업이 굿프랜드에 보낸 통고서에는 “신뢰관계 파괴 등의 사유로 본 통고서의 발송으로써 이 사건 계약을 즉시 해지하고자 한다. 계약 제12조에 의거, 상품의 공급을 정지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와 관련, 일본기업 관계자는 27일 CNB뉴스와 통화에서 “굿프랜드가 우리가 공급하는 정품이 아닌 모방상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판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굿프랜드가 일본 제품을 모방한 중국제품을 수입해 일본제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했으므로 신의를 저버렸다는 논리다. 이번 해지 통고의 계기가 된 중국제 모방제품은 고양이하우스 이동장과 자립형 원목안전문 등 2가지다.
하지만 문제는 두 기업 간의 계약서에 ‘굿프랜드가 다른 회사와 계약을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일본기업 관계자도 CNB에 “그러한 조항은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번에 해지 사유가 된 계약서 12조에는 “을은 갑에 대해서 갑의 신용상태의 변화 등에 의해 상품의 판매수량을 제한하거나 거래 방법의 변경 혹은 상품의 공급을 정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신용상태의 변화’라는 모호한 문구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이다.(계약서상에서는 갑이 한국기업이다.)
더구나 굿프랜드 측은 중국기업과의 거래를 일본기업에게 사전에 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굿프랜드 서홍관 대표는 CNB에 “당시 일본 본사제품보다 현저하게 저렴한 중국제품이 시중에 나와 한국기업들이 이 제품과 계약을 맺으려는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일본 본사에 이러한 제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중국제품이 일본제품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인지 등에 대해 문의했는데, 국내 특허권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굿프랜드 측은 일본기업의 국내 특허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그 중국제품을 독점 수입해 일본제품 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유통시켰다. 서 대표는 판매 이득보다 반려견 용품 시장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서 대표는 오히려 신의를 먼저 어긴 쪽은 일본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수년 전 일본기업이 굿프랜드에 독점으로 물건을 주기로 한 것을 깨고 한국의 유명 대형 마트에 대량으로 물건을 준 경우가 있었다. 당시 이것이 문제가 돼 일본회사에 항변했지만, 일본회사는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당시 사건은 종료됐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이번 해지 통보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서 대표는 “매출이 급등하니까 독점 계약을 해지하고 더 유리한 조건으로 새로운 파트너를 찾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실제 굿프랜드는 2018년에 비해 2019년 매출이 163%로 늘어났다. 2020년 예상 매입금액은 전년 대비 266%에 이른다.
이번 해지통고로 굿프랜드는 경영위기에 처한 상태다. 2월 말 해지통고 후 전국 거래처로부터 ‘왜 물건을 납품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굿프랜드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지만 해결은 난망한 상황이다.
(CNB=경기 고양/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