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규기자 | 2020.04.30 11:23:57
판로 막혀 답답한 농가, 손님 발길 끊겨 끌탕 중인 상인, 빈 객석에 한숨짓는 문화예술계까지…. 코로나19가 야기한 단절의 길을 ‘연결’이 주된 업인 이동통신사들이 뚫고 있다. 전통시장의 상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우리 농산물을 판매하는 온라인장터를 열어 소비자들과 이어주고 있다. 연극, 뮤지컬 등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공연은 ‘방구석 1열’에서 관람 가능하도록 중계하고 있다. 그것도 무료로. (CNB=선명규 기자)
인적 뜸해진 전통시장 쇼핑중계
첨단기술로 ‘공연장을 안방으로’
힘든 농가는 ‘온라인 장터’ 지원
지난 24일 서울 강북구 수유시장. 낮 12시가 되자 투명 위생마스크를 쓴 방송인 김영철씨가 입구에 나타났다. 김씨는 한산한 시장 길을 따라 걸으며 이곳에서 파는 떡, 강정, 김밥 등을 소개했다. 그가 음식을 먹을 때면 ‘화면’ 가득히 오물거리는 입이 클로즈업 됐다.
인터뷰도 이어졌다. 카메라 앞에 선 상인들은 직접 가격, 장사 철학, 평소 잘 나가는 메뉴를 설명하고 코로나로 겪는 어려움도 전했다. 수유시장에서 6년째 곰탕집을 운영 중이라는 한 상인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판매량이 2~30% 가량 줄었다”고 토로했다. 채팅창에는 “오늘 점심은 곰탕!”이라는 내용의 댓글들이 줄기차게 달렸다.
SKT·KT, 자영업자 이색(二色) 지원
이 방송은 KT가 기획한 ‘온라인 라이브 전통시장 쇼핑’으로 자사 공식 유투브 채널과 페이스북, 올레tv에서 한 시간 동안 생중계됐다. 지난 17일 첫 방송돼 유투브 조회수 6000회(27일 기준)를 넘긴 광명시장편에 이은 속편이었다.
프로그램 제목에 ‘쇼핑’이 붙은 이유는 영상에 나온 상품을 실시간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 김씨가 각 점포를 찾을 때마다 화면 한쪽에는 음식의 가격, 원산지 등이 상세히 표시됐다. 주문은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 앱인 ‘놀장’(놀러와요 시장)으로 가능했다. 평소에는 시장 인근에 한해 배달 가능했지만, 방송 당일부터 이틀간만 서울 전역으로 배송지역을 확대했다.
박현진 KT Customer 전력본부장(상무)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온라인 라이브 장보기 사례를 소개하게 됐다”며 “이러한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시장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 진작에 더해 자영업자들의 실질적인 경영을 돕는 방안도 나왔다.
SK텔레콤은 소상공인들이 사업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능들을 모은 서비스를 1년간 무료로 제공한다. 카드매출 조회, 매장위치 홍보, 알바구인, 알바관리 등 총 네 가지로 구성된 ‘사장님 안심경영팩’이다. 이용 중인 통신사와 관계없이 SK 소상공인지원 플랫폼인 행복스토어에서 다음달 말까지 신청하면 이용 가능하다.
유웅환 SK텔레콤 SV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소상공인들도 ICT를 활용하면 편리하고 체계적인 매장관리와 경영효율화가 가능한데 실제현장에서 활용도는 아직 낮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사장님 안심경영팩’을 통해 접근성을 개선, 포용적 성장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장터 연 LG유플러스
사상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다. 급식이 중단되면서 식자재를 납품하던 농가의 판로도 막혔다.
LG유플러스는 국내 농가의 활로를 열기 위해 ‘U+로드 온라인장터’를 개장, 29일부터 8주간 운영한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각 지역의 대파, 햇양파 등 농산물을 공개하며 선착순(2000개 한정) 판매한다. 가격은 시중 마트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
구매하면 덤으로 해당 농산물을 활용해 요리할 수 있는 농심 ‘짜왕건면’, ‘칼빔면’ 등 라면을 제공하며 배송비도 따로 없다. ‘U+멤버스’ 앱에서 접속 가능한 쇼핑 서비스 ‘멤버스쇼핑’을 통해 타사 가입자도 구매할 수 있다.
이 같은 ‘착한 판매’는 ‘착한 소비’와 이음동의어이기도 하다. ‘U+로드 온라인장터’에서 농산물을 구입하며 쓴 금액의 절반만큼 LG유플러스가 별도 재원을 마련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할 계획이기 때문. 해당 기금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용된다.
소극장부터 세종문화회관까지 ‘안방 공연’
무대도 객석도 비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취소 또는 연기된 국내 공연과 전시는 2500여건(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조사). 아직 공연장을 찾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소극장부터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양질의 공연들을 만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내 집 안방에서.
LG유플러스는 다음 달부터 매달 4편씩 대학로 공연 영상을 자사 IPTV와 모바일TV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서울연극협회, 한국뮤지컬협회,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함께 대학로 대표 소극장의 연극, 뮤지컬 등을 선정해 선보인다.
중계가 전부는 아니다. 본질은 상생이다. LG유플러스가 대학로 극단들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공연 영상 제작비 일체를 부담한다.
지춘성 서울연극협회 협회장은 “이번 LG유플러스와의 협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로 중소 극단이 활성화 되고, 좋은 공연이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극장 무대도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 중인 ‘힘내라 콘서트’, ‘내 손안의 극장’ 공연과 LG아트센터의 배장은 리버레이션 아말가메이션 밴드와 이진아, 적재 등 인기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재즈 공연 및 해설이 있는 클래식 연주 등을 무관중으로 촬영해 제공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CNB에 “현재 공연 영상을 찍고 있다”며 “촬영이 끝나면 다음 달부터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