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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잠자던 재벌개혁 법안들, 다시 부활할까

‘공룡여당’ 시대…재계 속앓이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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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4.29 09:19:15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규제완화 요구를 적극 경청하는 등 친기업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하지만 4.15총선에서 재벌규제를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가 코로라19 사태로 외환위기(IMF) 이후 최악의 상황에 처한 가운데, 거대 여당의 등장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과정에서 공약한 대기업 규제와 친노동 정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하지만 경제 전반이 얼어붙은 상황이라 진행이 순조롭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재벌개혁’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부활할까? (CNB=도기천 기자)

슈퍼여당 탄생…재벌개혁 ‘시즌2’
국회 쌓인 수백개 법안 다시 꿈틀
“위기 상황인데 설마…” 기대감도


“재판부는 이재용 재판에 준법감시제도를 적용해선 안된다. 재벌총수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4.15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을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부가 최근 공판에서 삼성 측에 준법감시제도의 마련을 주문했고, 삼성이 이에 응하면서 재판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계는 이를 여권의 대기업 대응 기류가 변한 것으로 해석하며 당혹해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정부는 삼성을 비롯한 재계와 긴밀한 공조를 취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에 두 번씩이나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을 방문해 지원을 약속했으며, 지난 2월 청와대가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 때는 “내수 진작을 위해 기업 회식의 주 52시간제 저촉 우려를 해소해 달라”는 이 부회장의 건의에 즉각 화답하기도 했다.

집권 초기 재벌을 적폐로 규정하다시피 했던 문재인 정부가 기업친화적으로 돌아선 것은 국정의 최대목표로 제시한 남북협력사업에 대기업들의 참여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실제 평양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연말에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재벌개혁을 주도했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퇴진하고, 시장친화적 인물로 알려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경제사령탑에 오르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의 4.15총선 공약집에는 그동안 추진해온 재벌개혁 법안들의 주요 내용이 총망라돼 있다. (총선 공약집 캡처)

 

기대가 공포로…기업정책 ‘유턴’

하지만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이런 흐름이 ‘유턴’하고 있다. 4.15총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진보 진영이 국회 전체의석(300석)의 3분의 2에 달하는 189석을 확보하면서 한동안 중단됐던 재벌개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

실제 CNB가 민주당이 발표한 총선공약집을 분석해보니, 과거 추진해온 재벌규제와 노동권 강화가 총망라 돼 있었다.

우선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한 사안은 △재벌 대주주 일가의 횡령, 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 확대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강화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대기업 산하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주총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이사 수만큼 의결권 개수를 부여하는 집중투표제 △계열공익법인, 자사주, 우회출자 등 편법적인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 차단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금산분리 원칙) 등이다.

이는 자칫 경영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이다. 특히 삼성 현대차 SK LG 효성 롯데 GS 한화 LS CJ 두산 한진 금호아시아나 대림 신세계 아모레퍼시픽 등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큰 기업들은 더 그렇다.

민주당은 또 20대 국회에서 야당 반발로 무산된 핫한 이슈들도 다시 건드릴 태세다. 한 명의 피해자가 가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손해를 인정받으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나머지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 기업이 실제 소비자가 입은 피해액보다 더 많은 배상을 하도록 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대표적이다.

“反기업 공약” 재계 초긴장

노동정책에 있어서는 ‘국제 수준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내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목표 하에 △사측의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조건 강화 △산재보험 적용대상을 방문서비스 종사자, 화물차주, IT업종 프리랜서, 돌봄서비스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로 단계적 확대 △비정규직 권익 강화 및 정규직 전환 확대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밖에도 금융권 규제에 있어서는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고, 금융그룹통합감독법(가칭) 제정을 통해 감독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사안들은 대부분 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다가 중단된 것들이다. 당시에는 여권이 과반 의석을 갖지 못해 법안처리가 흐지부지 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는 점에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CNB에 “공약집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국회에서 사장된 줄 알았던 무시무시한 법안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나 있다”며 “여권이 사실상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법개정이 가능해 근심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총수가 재판 중인 기업들은 불똥을 맞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친서민·친노동자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재벌에게 더 혹독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으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가 진행 중이다.

 

과거 대기업 규제 법안을 발의한 전력이 있는 의원들이 21대 국회에서 재벌개혁 총대를 멜 전망이다. 왼쪽부터 노동자 권익 향상에 힘써 온 심상정 정의당 대표, 재벌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법개정 총대는 재선들이?

재벌개혁의 포문은 이번 총선에서 다시 당선된 민주당 의원들이 열 전망이다. 이 중에서도 과거 대기업 규제 법안을 집중 발의한 전력이 있는 이들이 ‘0순위’로 꼽힌다.

재벌저격수로 불리며 총수일가 지배력을 축소하는 상법 개정에 앞장서온 박용진 의원, 대기업 가맹점에 최저 수익을 보장해 주자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4선의 우원식 의원, 형사사건 실형을 받은 임원의 이사직을 5년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3선의 박광온 최고위원, 대규모 유통매장 개설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자는 김정호 의원, 중대과실 기업의 제재를 강화한 기업범죄처벌법을 발의한 박재호 의원, 지주회사가 사업 연관성이 있는 회사만 손자회사로 둘 수 있게 하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찬대 의원, 소비자 집단소송제를 밀고 있는 전해철 의원 등이다.

또 민주당 밖에서는 끊임없이 재벌 규제와 노동자 권익 향상을 외쳐온 3선의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이번 총선에서 대거 당선된 초선의원들은 새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예정된 올 하반기에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국감이야말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

지금까지 국감을 아홉 번 겪었다는 한 대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CNB에 “기업 입장에서는 국회 개원 후 첫번째 국감이 가장 두렵다”며 “특히 초선의원이 많이 당선된 해에는 증인출석, 자료제출 요구가 평년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다”고 말했다.

실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였던 2016년 가을에 이런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산업통상자원위 국감 때는 의원들이 요리연구가 백종원씨를 불러내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을 궁지로 몰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고, 해양수산부 국감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책임을 물어 전 한진해운 회장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을 증인대에 세웠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김용회 삼성전자 부사장과 곽진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 우무현 GS건설 부사장.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등 재계 CEO 9명을 증인으로 불러내 호통을 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경제위기 상황에서 친기업 성향의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경제사령탑으로 재신임 한 것은 그나마 기업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홍 부총리가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댈 곳은  ‘경제인 출신’ 의원들

이처럼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부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업들이 벼랑 끝 생존 위기에 몰린 상황인 만큼 재벌개혁 보다 오히려 규제완화에 경제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경제위기 극복의 사령탑으로 친기업 성향의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재신임했다는 점도 이런 기대에 힘을 싣고 있다.

여기에다 이번 총선에서 기업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제인 출신들이 여러명 뱃지를 단 점도 위안이 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조정훈 전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사무소 대표가 꼽힌다. 미래통합당에서는 유경준 전 통계청장, 윤창현 전 금융연구원장, 추경호 전 기재부 제1차관 등이 대표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CNB에 “여당이 총선 때 내건 대기업 규제와 친노동 공약이 대거 입법화되면 사업을 줄이거나 포기해야 할 기업이 부지기수”라며 “대통령이 ‘경제 전시상황’을 선포한 마당에 여당이 기업규제에 나서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반면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 보좌관은 “의원들이 초선 때 대표발의한 법안은 자식을 낳은 것처럼 여긴다. 그랬던 자식이 다시 돌아온 셈인데 (재벌개혁 법안을) 재추진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나”며 입법 가능성을 확신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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