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배송 서비스를 늘리는 언택트(비대면) 소비를 강화하고 있으며, 집콕족들을 겨냥한 라인업도 한창이다. 이번 사태의 반사이익이 기대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적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NB=손정호 기자)
“위기가 기회” 언택트 마케팅 나섰지만
기업 재택근무로 사무실 지역은 ‘울상’
당장은 반사이익…사태 길어지면 타격
우선 편의점들은 언택트(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GS25(GS리테일)는 배달 서비스를 전국 1200개 가맹점으로 늘렸다. 앞으로도 이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신선상품 배송 서비스인 ‘박스(BOX) 25’도 시작했다. 온라인쇼핑몰에서 신선상품을 주문하고 GS25 오프라인 매장으로 배송지를 설정하면, 원하는 곳에서 찾을 수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CNB에 “코로나 사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배송서비스를 전국 2000개 편의점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은 올해부터 배송을 하고 있다. 이 기업은 요기요와 손을 잡았다. 스마트폰의 요기요 애플리케이션에서 주문하면, 물류 스타트업 부릉에서 배송을 한다. 지난 2월 10개 점포에서 테스트를 했다. 상반기에 3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24(신세계그룹 계열사)도 올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역시 요기요와 손을 잡았다. 스마트폰의 요기요 애플리케이션에서 주문하면, 배달업체 바로고가 전달해준다. 35곳의 직영점에서 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도시락과 주먹밥 등 생활용품 70종이 대상이다.
스마트 점포도 늘리고 있다.
CU(BGF리테일)는 최근 바이셀프 100호점을 서울 건국대학교 경영관에 오픈했다. 바이셀프는 낮에는 사람이 있고, 밤에는 아무도 없는 점포다. 본인인증을 통해 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계산도 셀프 결제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다.
GS25는 최근 을지스마트점을 열었다. 이곳은 서울 을지로4가의 BC카드 본사 앞에 있다. 이곳에는 점원이 없다. 고객이 스마트폰 QR코드를 인식해서 들어간 후에, 상품을 들고나오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을지로점의 문을 열면서, 스마트 점포를 31곳으로 늘렸다.
이마트24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24는 최근 공유오피스 플랫폼인 위워크와 손을 잡았다. 위워크 13개 지점의 메인 라운지에 ‘셀프 미니’를 오픈했다. ‘셀프 미니’에는 점원이 없다. 손님이 무인 키오스크를 통해 결제한다.
이마트24 관계자는 CNB에 “요새 스마트 편의점을 늘리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낮에는 사람이 있고 밤에는 없는 ‘하이브리드 셀프’ 스마트 점포 등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집콕족 잡기 ‘총력전’
집콕족(집에 콕 박혀 있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을 위한 맞춤형 코너도 늘리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GS25는 최근 ‘한촌얼큰설렁탕’을 출시했다. 39년 전통의 맛집인 한촌설렁탕의 비법을 담은 음식을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게 했다.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적합한 가정간편식(HMR) 라인업을 확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우리동네 반찬가게’라는 간편식을 선보였다. 소시지 야채볶음, 떡갈비 야채볶음, 백미밥 등 3종류다. 장을 보지 않아도 집에서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와인 예약 서비스도 런칭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세븐앱’에서 와인을 예약하고 결제하면, 오프라인 점포에서 찾아갈 수 있다.
이마트24는 수입과자 코너를 늘렸다. 올해 200곳에서 12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으로 집에 머무는 직장인, 학생들이 과자를 많이 찾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CNB에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근거리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굳이 대형마트에 가지 않아도 편의점에서 생활에 필요한 먹을거리를 살 수 있도록 구성을 다양하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블루’ 앞날 전망 엇갈려
앞으로의 전망은 엇갈린다. 당장은 이런 시도들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1~2월 편의점 매출은 각각 6%, 7.8%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3월 이후에는 일부 타격이 있지만, 냉동·신선식품 등 먹을거리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CNB에 “편의점은 한 번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유통업계에 비해 타격이 적다”며 “아파트와 주택단지에 위치한 점포는 평소보다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기업들의 재택근무, 유·무급휴가 등이 계속되면서 사무실 밀집지역의 점포는 손님이 줄었기 때문. 여기에다 매출의 한축을 견인해온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 사태 이후 크게 줄어든 점도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 유통업체 1000곳을 조사해 발표한 ‘2020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 지수(RBSI)’에 의하면, 편의점의 전망치는 55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업황이 밝지만, 그 이하일수록 어둡다는 의미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CNB에 “집콕 문화가 확산되면서 전반적으로는 매출이 늘어났지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점포 위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 걱정도 크다”며 “손님이 많이 줄어든 일부 매장은 아르바이트생 구조조정을 하거나 폐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편의점도 타격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소비산업이 위축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