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가 ‘최악의 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계속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백화점들은 언택트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번 사태는 유통가 풍경을 어떻게 바꿀까. (CNB=손정호 기자)
#1 온라인 소통 ‘총력전’
백화점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우선, 언택트(Untact, 비대면) 마케팅 강화에 힘쓰고 있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실시간 방송으로 소개해주는 ‘라이브 커머스’가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자체 온라인쇼핑몰(엘롯데)를 통해 오프라인 제품을 현장에서 소개해주는 방송을 한다. 쇼호스트와 인플루언서 등이 나서서 소비자와 소통한다. 평일 낮 12시와 오후 3시에 만날 수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라이브 커머스라는 실험적인 시도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네이버와 함께 한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 ‘백화점윈도 라이브’라는 실시간 방송을 진행한다. 매장 윈도에 진열된 다양한 제품을 집에서 볼 수 있다. 유투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처럼 유저끼리 실시간 채팅도 할 수 있다.
문화센터도 온라인에 문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에서 하던 강좌를 유튜브 채널에서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정자매쇼-안방노래교실’ ‘슈퍼마켓맨-장 봐주는 남자’ 등의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올해에는 평소보다 흥미와 생활 속 관심사들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기획해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온라인 공연도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스타필드의 유투브 채널을 통해 공연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오프라인에서 하던 공연이다. ‘집에서 즐기는 스타필드 키즈’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2 흩어져 오세요
사회적 거리두기 쇼핑도 등장하고 있다. 기업별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손님들이 가까이 접촉하는 일을 줄여주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분산형 쇼핑을 내세웠다. 예전에는 세일을 할 때 구매 금액에 따라 주말에만 증정용 상품권을 나눠줬다. 하지만 올해에는 평일에도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증정용 상품권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일을 없애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은 ‘드라이브 픽’을 도입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면, 오프라인 매장의 주차장에서 찾아갈 수 있다.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비대면 쇼핑 서비스다.
#3 협력사 살아야 백화점도 산다
중소 협력사와 상생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중소 협력사들이 이번 사태를 잘 극복해야 백화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제품을 꾸준히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그룹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중소형 협력사들을 돕기 위해 8000억원 규모의 상품 결제대금을 조기에 지급하기로 했다. 동반성장펀드도 활용한다. 이 펀드를 이용해 자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에 87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부 입점 점주들에게는 임대료 납부를 미뤄주기도 한다.
현대백화점도 팔 걷고 나섰다. 중소기업과 개인이 운영하는 식음료 매장의 수수료를 인하해주기로 했다. 3~4월 적자인 곳은 5%, 흑자인 곳은 3%를 인하해준다. 식당가에 입점한 중견·중소기업, 개인에 대해서도 3~4월 관리비를 50% 낮춰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백화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협력사가 살아야 백화점도 운영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그룹 차원에서 윈윈 하는 방법을 계속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날 안갯속…쇼핑 패러다임 바꿔야
이처럼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는 백화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지난달 1~15일 백화점 3사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모두 감소했다. 이 시기에 롯데(41.7%), 신세계(34.2%), 현대(32.1%) 등 30%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백화점들이 지난달 평균 30%대의 매출 감소율을 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국내 확진자 증가세가 한풀 꺾이면서, 업계에서는 이달 들어 매출 감소율이 10%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파장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채널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오린아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언택트, 사회적 거리두기 쇼핑을 반강제로 체험했다”며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 온라인 소비를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롯데쇼핑(백화점·마트·슈퍼마켓 운영사)은 오프라인 매장 수를 3년 안에 30% 줄일 계획이다. 작년 매출(17조6328억원)과 영업이익(4279억원)이 전년보다 각각 1.1%, 28.3% 줄어 당기순손실(8536억원)을 기록했기 때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로 올해 성적표도 좋지 않아 구조조정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며 봄 시즌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매출 감소를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사업방식 개혁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