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장면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대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립된 홀몸 어르신과 장애인 세대 등을 돕기 위해서다. 인근 식당과 연계해 도시락을 만들고 있어 식당 매출에도 힘이 되고 있다.
장면2 충남 홍성군의 한 공공임대 아파트. 주민들이 술렁이고 있다. LH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다고 기습통보 했기 때문. 주민들은 보증금 몇백만원 되돌려 받는 대신 졸지에 매월 20만원을 월세로 내야할 처지가 됐다.
코로나19가 전 국토를 휩쓸고 있는 최근 한달 새 LH가 배경이 된 두 개의 상반된 풍경이다. 하나는 사각지대에 놓인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을 돕는 장면이고, 하나는 갑자기 임대아파트 세입자들의 임대료를 올리는 모습이다.
CNB는 지난 1일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 ‘LH내포스타힐스(10년공공임대)’ 주민들의 억울한 사연을 단독보도 한 바 있다. 관련기사: [단독] 가뜩이나 힘든데…LH의 희한한 10년공공임대 ‘월세 장사’
사연을 요약하면 이렇다. LH는 수년전 이 아파트의 입주자 모집에 나섰지만 비싼 임대료로 인해 미계약이 속출하자 자체적으로 ‘판매촉진 운영기간’을 설정해 월세를 100%전세로 돌렸다. 현재 거주자들은 당시 ‘100% 전세 아파트’인줄 알고 이곳에 입주했다. 그런데 LH는 코로나가 최고로 창궐하던 지난달 중순경, 돌연 ‘판매촉진 운영기간’이 종료됐다며 다시 원래대로 월세로 전환한다고 통보했다.
문제는 세입자들이 계약당시 ‘판매촉진 운영기간’에 대해 고지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CNB가 지금까지 취재한 주민들 모두 “그런줄 알았더라면 절대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사상최저 금리 시대에 그만한 월세를 내겠냐”고 입을 모았다.
CNB 보도가 나간 뒤, 주민들은 LH를 상대로 청와대국민청원 및 국무총리실, 관할 지자체에 집단민원을 넣고 있으며 법적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다급해진 LH는 세입자들에게 일정기간 월세전환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취재해보니 입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가장 큰 이유는 LH의 이중적인 행태 때문이었다. 화장실 가기 전과 나올 때가 다르다고, 미계약이 넘칠 때는 100%전세임을 강조했다가 입주가 완료되자 돌연 월세로 전환한다고 통보했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시기에 그랬다.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리지 못하게 일부러 통보시점을 이렇게 잡은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들은 국토교통부, 충남도청, 홍성군 등 관계기관의 무성의한 태도에도 분개하고 있다. 가재는 게 편인 듯 같은 공공기관인 LH를 싸고도는 태도에 모욕감까지 느꼈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에는 ‘공공주택지원과’라는 부서가 엄연히 있음에도 민원이 들어오기 무섭게 LH로 이관해 버렸고, 관할 지자체들은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 공무원은 “그냥 월세전환이 아니라 전세금을 돌려받으니 마찬가지 아니냐”는 황당한 소리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주민들은 일부 공무원을 직무유기 혐의로 감사원에 감사 청구했다.
‘수익’ 보다 ‘공공성’에 무게 둬야
이런 와중에 LH는 코로나 위기극복에 앞장서겠다며 전국 각지의 지역본부에서 임직원들이 헌혈운동을 벌였고,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 지역에서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와 손잡고 동네식당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구·경북 지역 임대상가에 6개월간 임대료 50%를 감면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LH는 한쪽에서는 서민들의 고혈을 짜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에 열심이다.
무엇이 ‘진짜’인지 혼란스럽지만, 앞뒤를 종합해보면 두 모습 다 코로나19를 활용한 경영전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임대료 인상을 통보해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리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서 그렇고, 사회공헌 또한 적극적으로 언론홍보(보도자료 배부)를 했다는 점에서 코로나를 활용한 ‘기업이미지 개선’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LH가 코로나를 활용해 무엇을 하는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따져보자는 게 아니다. 초유의 전염병에 맞서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LH 임직원들에게는 경의를 표한다.
다만 LH는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내 최대 주택공기업 위상에 맞게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지 말길 바란다.
사상초유의 0%대 금리 상황에서 월세를 강화하겠다는 건 시장논리로 보면 당연해 보일 수도 있다. 더구나 LH는 2022년까지 부채비율을 250% 아래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하지만 그 목표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서민들이 집 걱정 없이 살도록 정부가 도와주자는 것이다. 그것이 공기업 재무정상화보다 앞서는, 시장논리보다 우선되는 공공주택특별법의 정신이다.
뒤집어 말하면 LH의 부채와 적자 늘어날수록 서민들은 그만큼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얘기가 될 수 있고, LH의 수익이 올라갈수록 수백만 공공임대 입주자들의 고통은 커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안정을 국정최대 과제로 정하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며 주택 공공성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LH는 이에 발맞춰 서민 고혈을 짜내 수익성을 개선해온 과거 관행을 버리고, 공공인프라 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길 간절히 바란다.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