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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동학개미의 난(亂)…‘머니무브’ 공식 깼다

‘최후 결전’ 초읽기…증시역사 새로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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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4.14 09:26:56

‘동학개미운동’은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최근 SNS와 블로그 등에 퍼날라지고 있는 동학개미운동의 이미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 120년전 동학농민운동을 연상시킨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받아내는 소위 ‘동학개미운동’이 계속 확산되면서 불황에는 안전자산을 선호한다는 전통 경제이론이 무색해지고 있다. 은행 예·적금은 물론 보험까지 해지해 주식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가 늘면서 예탁금, 거래량 등이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개미들은 과연 코로가19가 가져온 이번 머니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까. (CNB=도기천 기자)

120년전 ‘동학농민운동’은 패했지만
외인 “팔자”에 50조원 무기로 방어
지금은 코로나처럼 ‘예측불허’ 상황
실탄 소진되는 5·6월 방향 정해질듯


“통상 불황기에는 은행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주식에 돈이 몰리는 역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번 폭락한 증시는 반드시 회복된다는 학습효과와 부동산 시장 급랭에 따른 풍선효과가 동시에 작용한 것 같다”(한 대형증권사 임원)

‘머니무브(money move)’는 경기 활황 때 자금이 예금에서 부동산, 주식 등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반대로 불황일 때는 고위험·고수익 자산에서 위험부담이 적은 예금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이론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경기가 꽁꽁 얼었음에도 예·적금과 보험을 깨서 주식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

 

주요 5대 은행의 예·적금 해지 현황. (단위: 억원)
 

실제 지난달 주요 은행과 보험사의 예·적금, 보험의 해지액이 11조원에 달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해지액(개인고객 기준)은 3월에 6조6763억원, 적금 해지액은 1조626억원으로 모두 7조7389억원에 이른다. 5대 은행의 예·적금 해지액은 1월 5조7510억원, 2월 5조7860억원으로 5조원대를 유지했다가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달 갑작스럽게 급증했다.

보험업계 흐름도 비슷하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생명보험 3개사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 5개사의 해지환급금은 1월 2조2356억원, 2월 2조3481억원으로 2조원 초반대에 머물다가 지난달 3조16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기존 납입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약관대출도 3월 들어 크게 늘었다. 주요 보험사의 약관대출금은 3월 2조7009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로 26.6% 증가했다.

주요 은행의 예·적금 해지액과 주요 보험사의 해지환급금을 더하면 3월 한달에만 10조7551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19일 1457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는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1825(13일 종가기준)까지 회복됐다. 13일 장마감 직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미의 난’에 경제이론 무색

금융권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3월에 발생한 코로나 피해(급여, 임대료 등)가 주로 4월에 현실화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 이유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NB에 “서비스업이나 음식점을 하는 개인사업자들의 중도해지 신청이 크게 늘어난 것은 맞지만, 영업점에서 무슨 이유로 예·적금을 깨는지 물어보면 금리가 낮아 주식으로 갈아타려 한다고 밝힌 고객 또한 적지 않다”며 “지난달 주가 폭락이 저가 매수 기회라고 보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주식을 사들인 규모를 보면 이런 추정이 힘을 얻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첫거래일(3월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을 합쳐 약 24조원(국내18조원, 해외6조원)을 순매수 했다. 짧은 기간에 이 정도 매수규모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주식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50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원 가량을 팔아치웠지만 개인들은 이를 뛰어넘는 18조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하락을 막아냈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19일 1457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는 현재 1825(13일 종가기준)까지 회복됐다.

개미들이 주로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전체 매수규모 18조원 가운데 삼성전자가 5조원 넘게 차지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코스피200(대표종목 200개를 지수화한 수치) 내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올라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규모 매수하면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동학개미운동의 상징으로 부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이 부회장이 지난달 3일 삼성전자 경북구미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차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손절매한 외인, 주가반등 당혹?

이런 흐름에 ‘셀(sell)코리아’에 나섰던 외국인들도 투자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외국인 순매도액은 지난 1일 5782억원, 2일 6234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차츰 감소해 10일에는 562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두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연속 순매도 기간 중 가장 작은 액수다.

증권사들도 개미들 덕분에 최악을 면한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주가폭락에 따른 파생상품 손실과 기업금융(IB) 부문의 부진, 부동산 등 자산 가치 하락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에프앤가이드의 주요 증권사 1분기 순영업수익 추정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순영업수익 추정치가 전년 동기대비 -14.2%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각각 -28.2%를 기록했으며, 삼성증권은 -16%, 키움증권은 -40%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주식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3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원, 회전율은 350%까지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는 신규계좌 유입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으며 일일 거래대금이 20조원을 넘는 날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위택매매) 수익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같은 투자 열풍에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 9.11테러 등 굵직한 사건 때마다 급락했던 주가가 결국 반등했다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코로나가 종식되면 어느 정도 반등할 거라는 기대감에서다.

이중에서도 삼성전자에 거는 투자자들의 믿음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가 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한다”는 ‘코리아 베팅’ 심리에 더해 반도체 부문의 반사이익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 영업이익은 7.2% 늘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이같은 깜짝 실적을 낸 데는 반도체 사업이 효자 노릇을 했다. 1분기 전체 영업이익 6조4천억원 중 4조원 가량이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2분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 급감으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다.

 

‘동학개미운동’은 최근 네이버 지식백과에 신조어로 등재됐다. (네이버 지식백과 캡처)
 

조만간 최후결전…지금은 안갯속

하지만 각종 지표는 개미들의 희망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가 국내에서 종식되더라도 이미 펜더믹(글로벌 대유행)이 된 만큼 매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행은 최근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가 올 2분기 중 진정되더라도 이번 사태는 세계경제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버금가는 수준의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 중 주요국 경제활동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겠으나 각국의 확산 억제조치 지속 등으로 회복속도는 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달들어 블룸버그, 국제금융센터 등 11개 해외기관들이 예상한 올해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은 –0.9%로 주저앉았다.

금융감독원도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과거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라 주식시장 예측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정점 통과 기대와 각국의 정책 지원 기대로 투자심리가 단기적으로 개선된 상태”라고 봤으며,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실적 눈높이는 낮아진 상황이라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실적쇼크가 아니라면 증시가 크게 하락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CNB에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를 인류가 처음 접한 만큼 확산속도, 감염자수 예측, 백신개발 여부 등에 대한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따라서 경제·주가 전망 또한 무의미하다고 봐야한다”며 “결국 최대 5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개미들의 실탄이 소진되는 5~6월경이 주가 향방을 가늠하는 정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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