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가 생명과학특성학과 정지혜 교수(교신저자)와 박호용 박사(제1저자), 카이스트(KAIST) 김세윤 교수 연구팀이 신경활성을 억제해 근육을 이완시키는 보톡스의 원료인 보툴리눔 독소처럼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억제하는 생체물질을 밝혀냈다고 30일 밝혔다.
학교 측에 의하면 건국대와 카이스트 연구팀은 뇌에서 합성되는 화학물질인 이노시톨 파이로인산(5-IP7)의 신경활성 조절 기능을 규명했다.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은 과일이나 곡물 등을 통해 섭취한 이노시톨이 체내에서 대사(인산화)되면서 생겨나는 생체물질로 세포성장이나 대사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는 것.
건국대와 카이스트 연구팀은 동물모델을 통해 신경활성의 핵심인 신경전달물질 분비의 조절자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의 역할을 처음 입증했으며, 이번 연구결과는 뇌질환 극복을 위해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표적으로 하는 후보물질 탐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 뇌의 신경세포들은 시냅스 소포체라는 작은 주머니에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담아 주고받으면서 서로 소통하는데, 2013년 노벨생리의학상이 소포체를 통한 물질 운송과정을 밝힌 미국 연구자에게 돌아간 것도 세포간 소통의 중요성 때문이었다고 봤다.
연구팀은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체내에서 합성하는 효소(IP6K1)가 만들어지지 않는 녹아웃(knock-out) 생쥐모델에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 부재에 따른 효과를 분석했다. 생쥐모델을 신경생리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가속화되는 것을 알아냈다.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에 의해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소포체의 세포 외 배출과정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함을 뜻한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고 난 소포체의 재유입을 억제하는 약물(폴리마이신 또는 다이나소)을 녹아웃 생쥐모델에 처리해도 약물 반응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시냅스 소포체 순환경로에 심각한 장애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번 신경전달물질을 내려놓은 소포체는 지속적인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위해 다시 신경세포 내로 재유입되는 순환과정을 거치는데,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이 이 재유입 과정에 관여해 신경활성을 조절하는 것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지원사업, 뇌과학원천기술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지난 23일 게재됐다.
건국대 정지혜 교수는 “소포체 배출을 돕는 것으로 잘 알려진 칼슘과는 반대로 작용하는 뇌 화학물질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이번 연구를 통해 제시했다”며 “신경생물학 교과서에 ‘신경전달물질 조절자’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이 기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