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게임업계도 비상이다. 박람회와 e스포츠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작 발표에도 지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게임업계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까. (CNB=손정호 기자)
코로나19로 줄줄이 행사 취소·연기
PC방 손님 줄지만, 모바일은 ‘인기’
낙관·우려 공존…앞날 예측 ‘안개속’
풍경1 환호·열기는 “아 옛날이여”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게임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국내외 오프라인 전시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세계 3대 게임전시회로 불리는 ‘E3’가 취소됐다. 오는 6월 9~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국내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북미 개발사와 함께 만든 작품을 ‘E3’에서 공개할 계획이었다. 펄어비스는 ‘붉은 사막’ ‘도깨비’ 등 신작을 오픈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신작을 공개할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경기도가 주관하는 ‘플레이엑스포’도 연기됐다. ‘플레이엑스포’는 오는 5월 14~17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작년에는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았다.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행사도 연기됐다. 넥슨의 개발자 컨퍼런스(Nexon Developer Conference, NDC)는 오는 6월 9~1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옥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무기한 연기상태다. 작년에는 약 2만명이 참석했다.
NDC에서는 기획, 마케팅, 비쥬얼아트, 사운드, 스토리텔링,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강연이 이뤄진다. 업계 사람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찾지만 올해에는 성사 여부가 미지수다.
문제는 전시회·발표회뿐이 아니다. e스포츠 대회까지 축소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하스스톤’ 등 다양한 e스포츠 경기가 연기됐다가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다. 오프라인 경기장에서 진행할 경우 유저들이 많이 찾아가지만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축제 분위기는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풍경2 기존작 업데이트로 활로 찾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사들은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기존 제품의 업데이트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연기됐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붙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넥슨은 최근 어반 판타지 RPG(Role Playing Game)인 ‘카운터사이드(Counterside)’에 이벤트 에피소드 ‘크로스로드’를 업데이트했다. ‘카운터사이드’는 지난 2월 런칭한 작품이다. 캐릭터도 추가했다.
넷마블은 모바일 RPG ‘세븐나이츠’의 서비스 6주년을 기념하는 업데이트를 했다. ‘마블 퓨처파이트’에는 엑스맨의 프로페서X와 미스틱 등이 영입됐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에 전설등급 ‘프린테사’, 영웅등급 ‘아이린’ 등 16종의 신규 클래스를 넣었다.
게임빌은 ‘빛의 계승자’에 새로운 아바타를 추가했고, 계열사인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봄을 맞아 몬스터의 형상변환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모바일’에 ‘초승달 신전’이라는 새로운 지역을 넣었다. 초승달 산맥, 미로, 붉은 제단 등을 모험을 할 수 있게 했다.
다음으로는 PC방 사업자 지원에 나섰다. 게임은 플레이하는 방식에 따라 PC로 즐기는 온라인,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모바일 콘텐츠 등으로 나뉜다. 온라인 게임은 PC방에서 많이 하는데, 코로나19로 PC방을 찾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다.
넥슨은 자사의 PC방 관리 프로그램인 ‘게토’를 사용하는 개인사업자의 관리비(무인선불기)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 무인선불기는 터치스크린이 있는 키오스크 형태로 이용자는 이 기기에서 시간을 구입한 만큼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PC방에서 즐길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G코인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전국의 엔씨패밀리존에 가입한 PC방 주인들이 이용하는 통합화폐다. PC방 점주가 G코인을 구입하면 이곳의 이용자들이 엔씨소프트의 특화 콘텐츠를 그만큼 이용할 수 있다.
풍경3 어떤 ‘나비효과’ 올까
이번 사태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여기에는 두 가지 시선이 엇갈린다.
먼저 게임업계의 피해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론이 있다.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의심환자 자가격리 등으로 되레 게임 이용자가 증가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글로벌 게임·앱 분석업체인 센서타워는 지난달 전세계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가 40억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3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국내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또한 5500만건으로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10.9% 늘었다.
반면 우려의 시선도 있다. PC방 고객이 줄어 온라인게임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엔미디어플랫폼(넥슨 계열사)의 PC방 통계서비스 ‘더로그’에 따르면, 지난 2~8일 전국 PC방 총 사용시간은 2690만 시간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9.1% 줄었다.
국내외 오프라인 전시회가 취소돼 신작 발표가 늦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지 않으면, 유저들의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에 “모바일 콘텐츠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큰 영향이 없지만, 온라인 콘텐츠 비중이 높으면 우려할 수 있다”며 “1~2분기 성적표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