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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삼성전자·현대차…한국경제 심장 향한 ‘코로나 쓰나미’

‘빅2’에 쏠린 눈…마지노선 사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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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3.03 10:11:41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자동차 산업이 코로나19 여파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쓰나미가 재계를 덮치고 있다. 유통·서비스·관광 등 내수산업은 물론 글로벌 경기 전체가 얼어붙고 있다. 특히 우리경제의 무역의존도가 70%를 웃도는 상황에서 수출 대장주인 반도체·자동차 부문의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CNB가 재계 1,2위인 삼성과 현대차를 중심으로 초유의 상황을 맞닥뜨린 재계를 긴급점검했다. (CNB=도기천 기자)

“최악 상황 대비” 산업계 초비상
중국시장 악화…반도체 수출 휘청
완성차 판매 급감…비상경영 돌입
삼성·현대차 부진…재계 전체 영향


정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국민총생산 대비 수출입총액 비율)는 70%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17.3%(939억4000만달러), 자동차는 7.9%(430억4000만달러)다. 이를 주도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다.

반도체 수출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 교역 비중이 큰 만큼 이달부터 피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메모리 반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달한다. 이중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2019년 3분기 기준)은 16%, SK하이닉스는 49% 수준이다.

특히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스마트폰용 반도체다. 관련업계에서는 중국 시장 위축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10~20% 감소하고, 중국공장 조업일수 단축으로 생산량 또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휴대전화 세계 최대 시장이자 생산기지인 중국의 수요 감소로 인해 반도체 수출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NB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로나19로 받는 직접적 영향은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연간 생산 계획을 하향조정하고 있어 반도체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앞날 ‘안갯속’

모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글로벌 D램 가격의 오름세도 조만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D램 가격은 2018년 10월부터 하락세를 이어가다 지난 1월부터 상승 반전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하는 DDR4 8Gb(기가비트) D램 제품의 2월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2.88달러로 1월 2.84달러 대비 소폭 증가했다. 지난 1월 1년 만에 전월 대비 가격이 반등한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거래 표준가로, 반도체 경기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하지만 2개월 연속 상승한 것은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을 우려한 업체들이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한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된다. 일시적인 사재기로 D램 가격이 오른 것일 뿐, 장기적으로는 수요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IT업체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PC 생산량을 하향조정하고 있어 현재의 오름세가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 직원이 나와 일시 폐쇄됐던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셧다운’ 최악의 시나리오

여기에다 사업장 ‘셧다운’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공장이 멈춰서는 것이 한국경제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공장은 전 라인이 ‘클린룸’으로 직원들이 방진복, 방진모, 마스크, 이중 장갑 등을 착용하고 보호장치를 통해 바이러스 전파를 통제하기 때문에 셧다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지난달 22일 코로나19 확진 직원이 나와 사업장일 사흘 간 일시 폐쇄한데 이어, 29일 확진 직원이 2명 추가로 발생하면서 또 다시 일부 폐쇄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도 지난달 28일 협력업체 직원인 구내식당 근무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구내식당을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했다.

이로인한 손실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과거 삼성전자는 단 2분여 동안의 정전 사고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본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역 소독을 위해 사업장 전체가 일시 폐쇄되고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들은 격리조치 되는 등 생산라인이 올스톱 되므로, 피해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만약 반도체 산업이 본격적인 타격을 받을 경우, 한국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230조로 정부예산 470조(2019년 기준)의 절반 규모에 이른다. 코스피200(대표주식 200개 종목으로 산출하는 주가지수) 내 삼성전자 시총 비중은 30%를 웃돌고 있다.

이런 삼성전자의 수익 대부분이 반도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체 수익의 70% 이상이다. 반도체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경우, 한국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수출 기다리는 차량. (사진=연합뉴스)
 

잘나가던 현대차, 내리막길 만나

재계 순위 2위인 현대차그룹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차그룹 ‘삼총사(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200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매출은 각각 105조7904억원, 58조1460억원, 38조488억원이었다. 현대·기아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 차를 내세워 내수·수출 시장에서 선방하면서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혜택을 본 것.

하지만 지난달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코로나 초기에는 중국 내 완성차 공장가동 중단이나 중국산 부품 공급부족으로 인한 국내 생산차질 정도였는데 이제는 전세계적인 생산차질, 판매부진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에도 확진자가 늘어나며 영업점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겼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판매가 3만9290대, 해외 판매가 23만5754대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26.4%, 10.2% 감소했다. 국내 판매가 4만대 이하로 내려간 것은 2012년 8월(3만5950대) 이후 처음이다. 기아차·한국지엠(GM)·르노삼성·쌍용차의 국내외 판매도 작년 같은 달에 비해 평균 11%가량 줄었다.

그동안에는 국내에서 잠시 부진해도 유럽과 미국에서 만회하면 된다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어디도 영향을 피할 곳이 없어 보인다. 유럽은 당장 5일부터 개최 예정이던 제네바 국제 모터쇼가 취소될 정도다.

국내에서는 신차를 내놓고도 홍보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80, 쏘렌토, 아반떼 신차 출시 행사를 두고 고심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8일엔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 직원이 발생하면서 생산이 멈췄다. 완성차 공장에선 직원들이 컨베이어 벨트 앞에 나란히 서서 일하기 때문에 전염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완성차업계는 나름 선방해 왔는데, 이번 사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청천벽력 같은 경우라 충격이 더 크다”며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처럼 수출대장주인 반도체와 자동차 모두 코로나19 여파로 휘청이면서, 경제 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가 해외 경제연구기관·투자은행(IB) 등으로부터 집계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보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외환위기 국면이었던 1998년(-5.5%),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7%)을 제외하고 2%를 밑돌았던 적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0%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주요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크게 내려갔다. 당초 1월 말까지만 해도 작년 대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한 달 새 전망치가 7% 가까이 줄어들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45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3.5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산업계 전반이 휘청거리고 있지만 곧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믿음 또한 강하다. 1일 자로 소위 임관한 간호장교들이 방호복 착용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임관식 후 전원 대구지역에 투입됐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희망 섞인 전망도 있다.

‘반도체 굴기(屈起)’를 선언한 중국 정부는 당초 2025년까지 20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생산차질이 불가피해 졌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정 부분 반사이익 볼 가능성이다.

현대·기아차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70% 인하 조치에 작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충격이 커지자 작년 말로 종료했던 개소세 인하 카드를 다시 꺼냈다.

비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 상장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단기적인 리스크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며 “예컨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0% 하향 조정된 데 반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0.09% 내려가는 데 그쳤다”고 진단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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