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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주총①] ‘코로나19’가 국민연금 가는길 막나

긴장했던 기업들, 속으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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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0.03.02 10:18:51

국민연금이 올해 주총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처음 시행한 작년에 이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주주총회 모습. (사진=삼성전자)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기업들의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전자투표제 확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자율지침) 등 주주권 강화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주총이 순조로울지는 의문이다. CNB는 주총 시즌에 맞춰 분야별로 주요 이슈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 편은 국민연금공단(NPS)의 주주권 행사 문제다. (CNB=손정호 기자)

3월 주총 최대변수 코로나19 등장
국민연금, 주주행동 나섰다가 주춤
주총연기로 ‘찻잔속 태풍’ 그칠수도


주총이 다가오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총에서 처음으로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대부분 주총에서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주총 시즌부터 반대의견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근에는 기금운용전문위원회 위원들을 모두 위촉했다. 작년 말에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경영진이 법을 위반하거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사항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겠다는 취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지난달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기업은 총 313곳이다. 지난 2018년 말(292곳)과 비교해 1년 1개월만에 21곳(7.2%) 증가했다.

지분이 10% 이상인 곳도 많다. 올해 96개사에 달한다. 2018년 말(80곳)과 대비해 16곳(20%)이나 늘어났다.

CNB가 투자(지분) 현황을 조사해보니,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10대 기업(자산규모 기준)의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SDI(11.85%), 현대모비스(11.26%), 네이버(11.1%), 삼성전자(10.49%), 현대자동차(10.05%), LG화학(9.81%), SK하이닉스(9.05%), 셀트리온(7.1%), 삼성물산(6,23%) 등이다.

10대 기업 외에는 신세계백화점(14.37%), 농심(12.43%), CJ제일제당(12.32%), 엔씨소프트(11.95%), 현대건설(11.78%), 현대백화점(10.8%), LG전자(10%), 효성(9.97%), 한화(9.39%), SK케미칼(8.8%), 오리온(8.07%), CJ(7.48%), 기아자동차(6.49%), 한샘(6.37%), 아모레퍼시픽(6.05%) 등의 주요주주다.

금융권에도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하나금융지주(9.89%), KB금융지주(9.5%), 신한금융지주(9.38%), 기업은행(7.91%), 우리금융지주(7.71%)의 주요주주다. NH투자증권(11.49%), 삼성증권(11.36%), 미래에셋대우(10%),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지주사‧9.43%) 등 증권사 지분도 상당하다.

이중에서 특히 긴장하고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우선 한진칼(한진그룹 지주사)이 꼽힌다. 한진칼은 남매 사이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에 경영권 다툼이 일고 있다.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은 토종 사모펀드인 KCGI(일명 강성부 펀드) 등과 주주연합을 만들어 조 회장의 경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진칼 주총에서 표대결이 이뤄질 경우, 33.45% 대 32.06%로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 측 지분을 1.39% 앞선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지분을 2.9%가량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롯데쇼핑도 긴장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국민연금이 사내이사와 감사의 보수 문제에 반대의사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주총에서도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이 작년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점도 경영책임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현대백화점도 국민연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국내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현대백화점에 대해 너무 적은 배당이 문제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투자목적을 변경한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56개 상장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생활건강, 한화, 카카오, 하나금융지주 등)에 대해 투자목적을 ‘단순’에서 ‘일반’으로 바꿨다고 공시했다. 이는 단순히 주식을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것에서 더 나아가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얘기다.
 

올해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을 주력회사로 둔 지주사 한진칼의 주주총회 등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대한항공의 주총 모습. (사진=연합뉴스)

 

‘행동한다 vs 안한다’ 엇갈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실제 행동에 돌입할까? 여기에는 두 가지 주장이 있다.

우선 예고된 대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여기에는 ‘5%룰 완화’가 근거가 되고 있다. 5%룰은 상장사 주식을 5%이상 보유한 투자자에 대해 상세한 공시의무를 부여하는 것인데, 이 조항이 일부 완화된 것. 이에 따라 공시 부담을 덜게 된 국민연금은 최근 여러 기업의 지분을 늘려왔다. 지분이 늘어난 만큼 이번 주총에서 목소리 또한 커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작년에 반대표가 늘었다는 점도 이런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기업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의하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총 4139개의 안건 중 16.48%(632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2018년(11.9%)과 비교해 반대비율이 4.5%포인트 높아졌다. 올해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 CNB에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주총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지만, 주총 로드맵에 따라 주주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행동이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내 확진자와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이라, 기관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시국이 시국인 만큼 기업 자율성과 경영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시선이다. 여기에다 주총 연기를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영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은 관치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주주로서 단순한 의결권 행사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지나친 경영권 간섭이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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