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한파가 시작되면서 ‘나눔의 축제’도 막이 올랐다. 이달 들어 기업들의 온정 나누기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CNB는 2회에 걸쳐 기업들의 다양한 나눔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전편에서 현장 봉사를 소개한데 이어, 이번 편에서는 기부 활동을 다뤘다. (CNB=선명규 기자)
지난해 기부금 전년비 5% 감소
연말 다가오며 성금 기탁 쏟아져
반등 넘어 반전 이룰까 기대감↑
[생생 나눔현장(上)] LG전자·CJ·KT·신한금융·…한파 녹이는 온정 러시
올해는 지난해 위축된 나눔 분위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채 시작됐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 4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500대 기업의 2018년 기부금은 전년 보다 5% 이상 감소한 3조628억원이었다. 주요 20대 대기업은 더 심각한데, 15%나 줄었다.
2019년은 ‘반등’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해가 바뀌고 연말에 이르자 기부 러시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순풍에 돛단 듯 성금 기탁 릴레이가 이어져 ‘반전’을 기대케 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29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연말 이웃사랑 성금’으로 500억원을 전달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계열사들이 각각 대외 기부금 출연 절차에 따라 성금 기탁을 승인해 마련했다. 이 돈은 청소년 교육 지원, 취약계층 생계 지원, 의료보건 여건 개선, 사회복지 시설 개보수 등에 두루 쓰일 예정이다.
LG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난 5일 ‘이웃사랑 성금’을 명목으로 120억원을 기탁했다. 해당 기금은 사회취약계층의 기초생계 지원, 주거 및 교육환경 개선, 청소년 교육사업 등의 분야에 지원된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8일 출연한 250억원 역시 쓰임의 폭이 넓을 예정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교통약자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지원과 아동청소년 인재 육성, 사회 취약계층의 자립 역량 강화 및 경제적 기반 마련에 투입된다.
현대차그룹 측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경영실적이 호조를 기록했던 2013년과 동일한 금액을 기탁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은 그룹사와 함께 온정의 크기를 불렸다. 포스코가 80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건설·포스코케미칼·포스코에너지·포스코ICT·포스코엠텍·포스코터미날 등이 총 20억원을 출연해 도합 100억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두산그룹은 30억원을, 효성은 10억원을 각각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어려운 이웃들이 좀 더 따뜻하고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마련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음식·음악으로 전하는 위로
따뜻한 음식 나누기도 한창이다. 추위 속에서 복무하는 군 장병, 차디찬 환경에 놓인 취약계층이 있는 곳들이 주요 행선지다.
두산그룹이 찾은 곳은 전방부대. 지난 17일 강원도 양구군 소재 백두산 부대(육군 21사단)에서 ‘사랑의 차(茶) 나누기’ 행사를 열고 커피믹스 8000 상자와 금일봉을 전달했다. 두산은 1991년부터 29년째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까지 전국 360개 부대에 총 3920만 잔의 차를 올렸다.
농심은 알싸한 맛을 전했다. 지난 6일 서울 동작복지재단과 ‘사랑의 라면 전달식’을 갖고 신라면 3000박스를 기부한 것. 해당 라면은 이 회사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해피펀드’로 마련했다.
기부와 봉사로 한 해를 닫는 것도 좋지만, 송년에 음악만큼 마침맞은 장르가 있을까? 최근 특별한 뒷이야기가 담긴 무대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선 가야금과 기타로 변주된 크리스마스 캐롤, 경쾌한 리듬감의 아프리카 타악 연주가 힘 있게 요동쳤다. 여의도중학교와 영남중학교 학생들이 전문강사들과 함께 올 한 해 벼른 실력으로 꾸민 공연.
이날의 주역인 학생들은 한화그룹이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11년째 진행하고 있는 창의예술교육 지원 사업 ‘한화예술더하기’를 통해 악기를 배웠다. 긴 시간 들인 각고의 노력을 선보이는 자리. 객석에는 희귀난치성질환 환우 아동 가족, 한화그룹 임직원 봉사자 등 120여명이 자리해 이들이 노력으로 만든 선율을 감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CNB에 “지난해 움츠러든 기부 분위기에 비하면 올해는 그래도 활기가 느껴진다”며 “1년 동안 공들인 사회공헌 사업의 결과물을 연말에 공개하는 사례가 특히 눈에 띤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