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19.12.10 17:00:17
2018년 공모로 선정돼 약 2년간 전석매진을 기록한 고양시 교향악단(고양심포니)의 예산이 고양시의회 해당 상임위원회인 문화복지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가운데 11일로 예정된 고양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에서 과연 이 예산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06만 인구를 자랑하는 고양시에 제대로 된 시향이 없다는 것은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고양시로서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성남시향, 수원시향, 군포프라임필 등 경기도에도 어느 정도 인구와 수준이 되는 곳에는 시립교향악단이나 지자체와 결합돼 지자체를 대표하는 형식의 시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고양시는 고양문화재단을 통해 오케스트라 상주단체를 전국적으로 공모했고,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을 통해 1차 서류심사와 2차 실연심사를 거쳐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를 선정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고양시 교향악단(고양심포니)'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고양시에서 총 9번의 공연을 했다. 2018년엔 다이나믹 클래식-마스터피스 시리즈, 2019년엔 콘체르토 시리즈-음악으로 떠나는 유럽여행 등을 기획해 총 9번의 공연에서 전석매진을 기록해 클래식 음악계에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공모를 통해 공정하게 선정하는 '고양시 교향악단'이 2년만에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꽃이 피었는데 열매도 맺기 전에 잘려질 위기다. 이는 민의를 대변하는 고양시의회 소관 상임위인 문화복지위원회에서 6억 전체 예산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고양시 교향악단 예산이 상임위에서 삭감된 이유는?
그러면 왜 고양시 고향악단 예산이 소관 상임위인 문화복지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됐을까? 이에는 고양시 집행부(문화예술과)의 책임이 일부 있어 보인다. 시 문화예술과에서 이미 고양시 교향악단의 공정한 공모를 포기하고 'KBS교향악단' 7회 공연 예산으로 이 예산을 쓰겠다며 6억 예산안을 시의회에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 집행부(문화예술과)가 생뚱맞게 KBS교향악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문화복지위원회의 모 시의원의 지속적인 주장이 시 집행부에 다소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압력을 이기지 못해 공모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제 3안인 KBS교향악단을 선택한 것이다.
일이 이러하니 언론에서는 KBS교향악단이 선정되는 것은 어부지리라는 비판, 또는 6억 몰아주기라는 비판 등이 쏟아졌다. 당연한 비판이다. 시가 갑자기 KBS교향악단을 선정하겠다는 것은 고양시와 전혀 관계가 없는 선정인 데다가 2020년 레퍼토리도 예술의전당 공연을 몇일 차이로 재탕, 삼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결국 상임위인 문화복지위원회에서는 예산 6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상임위 심사 시 문화예술과장은 "KBS교향악단을 선정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의원님들께서 보다 좋은 의견으로 결정해달라"며 상임위 시의원들이 결정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럼에도 이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왜 공모안은 논의되지 않았을까?
아직 고양시 교향악단을 살릴 희망은 있다. 11일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계수조정을 하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날 예결위 시의원들이 이 예산을 다시 검토하고 죽은 예산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연 고양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위원장 정연우)의 시의원들이 고양시 교향악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2년간 열렬한 시민들의 사랑을 받은 시 오케스트라 예산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민의를 대변하는 시의원들조차 집행부처럼 '예산이 삭감되더라도 관계없다'는 식의 무관심이라면 고양시 교향악단을 살릴 길이 없다. 이는 지난 2년간 쌓아온 고양시 교향악단의 업적도 미래도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다.
고양시의회 예산결산위원들에게 바란다
물론 집행부가 'KBS교향악단의 재탕, 삼탕 공연에 6억을 주겠다'는 방안에 대해 시의원들이 반대하는 것은 물론 타당하다. 전액 삭감할 만하다. 하지만 이 예산을 살려서 공정하게 전국 공모를 통해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고양시 교향악단으로 선정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전액 삭감한다면 고양시 교향악단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책임은 고양시의회에도 있다.
따라서 고양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이 문제를 심도깊게 검토해 주길 바란다. 9회 공연에서 전석매진을 기록했다면 총 1만 8000명이 이 공연을 본 것이고 티켓을 구입하지 못한 시민들까지 고려한다면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이 고양시 교향악단의 클래식 공연을 사랑한다는 증거다.
이미 고양시의 이러한 현상은 음악계에 지난 2년간 널리 알려져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내로라하는 시립교향악단을 소유하고 그 예산으로 수십억원을 사용하는 지자체도 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재공모를 통해 고양시 교향악단이 공정하게 선정된다면 이번엔 선정된 고양시 교향악단은 서울 예술의 전당 등 큰 공연장이나 해외에서 공연을 할 경우에도 '고양시 교향악단(고양심포니)'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도록 계약해서 고양시 브랜드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홍보에 수십억 원을 사용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고양시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큰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매년 4월에 있는 교향악축제에도 고양시 교향악단으로 참여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예산삭감으로 이러한 모든 기회를 박탈한다면 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집행부는 시의회를 설득하고 시의회는 민의를 잘 살펴서 시민들이 사랑하는 고양시 교향악단이 지속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이번 계수조정에서 예산을 살리고 고양시 교향악단도 살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직 기회는 하루 남아있다.
CNB뉴스(고양)= 김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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