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간 무역분쟁과 일본발(發) 수출규제,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여기에다 소비 침체, 기업실적 악화, 실업률 증가 등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내수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봤다. 아홉번째는 희비가 교차한 백화점업계다. <편집자주>
‘백화점 빅3’, 제각각 생존법
롯데, ‘명품’ 강화로 위기돌파
신세계, 실험적 시도로 차별화
현대百. 면세점사업 영토 확장
‘백화점 빅3’가 3분기에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
롯데백화점(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문)은 이 시기에 매출 7322억원으로 작년 같은 때보다 1.9%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041억원으로 16.8% 성장했다.
현대백화점은 3분기 매출 532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1.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09억원으로 23.8% 축소됐다.
같은 시기 신세계백화점(신세계 백화점 사업부문)은 매출 470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9% 줄었다. 영업이익은 660억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보다 12.2% 증가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은 국내에서 여성패션, 남성스포츠, 잡화, 식품 등의 매출이 줄었다. 해외에서는 중국내 4개 백화점이 영업을 종료한 영향이 컸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이 늘어난 이유는 올해 초 새로 오픈한 인천터미널점이 큰 수익을 내면서 효자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면세점부문이 3분기 매출 2108억원, 영업적자 171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백화점 3개 지점(김포점‧천호점‧킨텍스점)의 증축과 리뉴얼 등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이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인천점 철수가 전년 동기보다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백화점 고가상품 판매가 늘어나고, 종속회사인 신세계센트럴시티(서울 반포 복합시설), 신세계인터내셔널(패션기업)의 영업이익이 증가해 수익성이 개선됐다. 신세계DF(면세점)도 흑자전환해 전체 수익성 성장에 영향을 줬다.
조직개편‧新트렌드로 ‘승부수’
이들은 각각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실적이 제각각이듯 플랜도 백인백색이다.
롯데백화점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다. 본점인 소공동점 1층을 명품 브랜드로 바꾸는 재단장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점에 프랑스 명품인 ‘루이비통 맨즈’(남성 전문매장)의 문을 여는 등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직문화도 혁신한다. 롯데백화점은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 제도를 진행한다. 이는 만 24~39세 젊은 직원을 연구원으로 선발해, 3개월 동안 경영진에게 젊은 문화를 전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미래 고객층인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발굴해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시니어 세대를 위한 공간도 포인트다. 롯데백화점은 소비여력이 큰 시니어들을 위해 반려식물호텔을 추진하고 있다. 반려식물호텔은 나이 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반려식물을 무료로 관리해주는 곳이다. 전문가가 수분과 영양제 등을 맞춰서 제공해준다. 이와 함께 플랜테리어(Plant+Interior) 카페도 만들고 있다. 식물과 인테리어에 포커스를 맞춘 카페다.
현대백화점은 경영진에 젊은 세대를 대거 진입시켰다. 1958년생인 박동운 사장이 물러나고, 1960년생인 김형종 한섬(패션 계열사) 사장이 새로운 대표로 임명됐다. 현대백화점뿐만 아니라 계열사에도 1960년대생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미래 혁신을 추구한다는 포부다.
면세점사업도 확대한다. 무역센터점에 이어 두산타워에 두번째 면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무역센터점 면세점은 3분기에 적자를 기록했지만, 앞으로 강남(무역센터)과 강북(두산타워)의 두 지점을 기반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내부공간 개선도 추진한다. 현대백화점은 전문식당가를 오픈다이닝 콘셉트로 바꾸고 있다. 리뉴얼 이후 식당가의 매출이 증가해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렛보다 더 싼 ‘오프 프라이스(Off Price)’ 매장인 ‘오프웍스’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은 조직을 새롭게 했다. 백화점을 이끄는 새로운 수장에 신세계인터내셔널(패션기업) 차정호 대표를 임명했다.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식품생활담당을 식품담당, 생활아동담당으로 세분화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보여주기 위해 인테리어담당을 신설했다.
실험적인 시도도 펼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영등포점 한 건물을 리빙전문관으로 바꿨다. 한 건물을 리빙전문관으로 구성하는 건 흔하지 않다. 이곳에서 명품과 영캐주얼, 화장품 등을 판매한다. 20~30대 젊은 세대가 많이 찾으면서 리빙부문 매출이 증가했다.
새로운 트렌드도 눈길을 끈다. 환경보호와 동물복지가 미래를 여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티볼이라는 인공충전재를 활용한 친환경 패딩을 선보였다. 인조모피 브랜드인 레몬플랫, 앙크1.5 등도 입점시켰다. 동물의 털을 거부하는 트렌드를 받아들인 셈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CNB에 “경기불황으로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올해 실적이 좋지 않다”며 “경비절감과 신사업 추진에 무게를 두고 내년 사업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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