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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석매진 신화' 고양시 교향악단 없어지나?… KBS교향악단 선택의 문제점

고양시, 내년엔 공모없이 KBS교향악단을 지정해 6억 보조금 지급 안을 문복위 상임위에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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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진부기자 |  2019.11.28 08:50:42

고양시 교향악단(고양심포니)의 올해 마지막 공연 후 지휘자인 카를로 팔레스키가 단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고양시 교향악단은 2018년 4월 공모로 선정된 이래 2년간 전석 매진의 신화를 달성해 주목을 받았다. (사진= 김진부 기자)

 

2018년 전국 공모로 선정된 후 지난 2년간 전석매진으로 고양시 위상을 높인 '고양시 교향악단'(뉴서울오케스트라 선정)의 상주단체 계약이 오는 12월 31일로 만료됨에 따라, 내년부터 고양시 교향악단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돼 온 가운데 'KBS교향악단에 연 6억 보조금 지급안'이 의회에 제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그 동안 몇 가지 방안들이 검토됐는데, 1안은 기존처럼 공정하게 공모를 통해 고양시 교향악단을 선정해 계속 진행하는 것이고, 2안은 KBS교향악단을 공모 없이 지정해 고양시에서 1년이나 2년동안 공연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 3안은 고양시 관내 민간 오케스트라를 공모 없이 지정해 일부 예산을 지급하는 것이다.

市, KBS교향악단 지정 및 6억 보조금 지급안 시의회 올려

이러한 상황에서 고양시와 고양문화재단은 최근 KBS교향악단을 1년 계약으로 7회 공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거의 확정했다. 따라서 시는 2020년 KBS교향악단 공연과 관련된 6억 원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오는 29일 고양시의회 해당 상임위인 문화복지위원회(위원장 김효금)에서 이를 심의할 예정이어서 상임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KBS교향악단 지정안과 6억 예산안은 아마도 상임위 및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예산안 통과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고양시의 KBS교향악단 지정 방안이 과연 고양시와 시민들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KBS교향악단 지정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CNB뉴스는 KBS를 지정하는 방안에 대한 문제점들 중 중요한 2가지 문제에 대해 정리했다. 지난 2년간 괄목할 성과를 낸 고양시교향악단 제도를 없애고 KBS교향악단을 지정한 것에 대해 재고할 여지가 있는 부면들이다.

첫째, KBS교향악단은 '고양시 교향악단' 명칭 쓰지 않을 것

KBS교향악단이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문제는 '고양시 교향악단'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양시 문화예술과 관계자에 따르면 "고양시에서 KBS교향악단에 '고양시 교향악단'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언급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데, 고양시 교향악단 명칭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고양시 위상을 높이고 고양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KBS교향악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결국 KBS교향악단의 명성과 그들의 수입만 높아질 뿐이다.

참고로 지난 2년 간 공모로 선정돼 활동해 온 '뉴서울오케스트라'는 '고양시 교향악단(고양심포니)'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이후 고양시 아람음악당에서 총 9회 공연을 전석매진으로 진행해 고양시의 위상을 높인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KBS교향악단을 지정해 앞으로 1년간 공연할 경우 이러한 장점을 전혀 누릴 수 없게 된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결국 고양시 교향악단은 지난 2년의 성공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사라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고양시 교향악단(고양심포니)이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면, 사실상 앞으로 2년은 이를 발전시켜 훌륭한 '고양시 교향악단(고양심포니)'이 서울 예술의 전당이나 롯데콘서트홀 등에서 공연하고, 해외 공연이나 교향악 축제 등에 나가 고양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다음 수순이 될 필요가 있다. 따러서 이도저도 아닌 이번 KBS교향악단 지정 방안은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우수한 오케스트라들을 초청하거나 이들에게 음악당을 대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KBS교향악단이 제시한 2020년 공연 레퍼토리는 재탕, 삼탕이다

공연의 내용도 중요한 문제다. KBS교향악단이 지정될 경우 2020년 공연(총 7회)할 레퍼토리를 살펴보면, 3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슈만 첼로협주곡과 브람스 교향곡을 공연하고 바로 다음날인 27일에 고양시에서도 브람스와 슈만 첼로협주곡을 공연한다. 7월 16일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교향곡 3번과 바이올린 협주곡을 공연하고 바로 다음날인 17일 고양시에서 베토벤 교향곡 3번과 바이올린 협주곡을 공연하기로 돼 있다.

고양시에서 9월 29일 공연도, 12월 27일 공연도 마찬가지다. 예술의전당에서 9월 18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과 교향곡 5번을 9월 29일 고양시에서 공연하고, 예술의전당에서 12월 24일 공연할 베토벤 교향곡 9번을 12월 27일 고양시에서 공연한다. 다른 날 공연도 흡사하다.

 

며칠 차이로 동일한 공연을 하는 것은 고양시를 위한 기획 공연이라기보다는 쉽게 재탕, 삼탕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연 고양시가 재탕, 삼탕 공연에 6억원 예산을 사용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참고로 공모를 통해 지난 2년간 고양시 교향악단으로 활동한 뉴서울오케스트라는 2018년엔 '고양시 교향악단 다이나믹 클래식-마스터피스 시리즈', 2019년엔 '콘체르토 시리즈-음악으로 떠나는 유럽 여행'을 컨셉으로 말러, 글리에르, 부르크너, 바그너, 라흐마니노프, 레스피기 등 좀처럼 듣기 쉽지 않고 새로운 음악들을 중복되지 않게 기획해서 연습하고 연주했다. 과연 KBS교향악단이 지정될 경우 고양시를 위해 노력한 것이 무엇이 될 것인지, 고양시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있을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고양시는 앞으로 국제문화도시로 나아가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고양시 교향악단을 선정하고 이룬 지난 2년의 성과는 고양시와 고양문화재단의 성과로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만큼 음악계에서는 큰 이슈였다. 연 50억 원 이상을 들여서 운영하는 여러 지자체의 시립교향악단들도 하지 못한 일들을 고양시가 단지 5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 2년간 매회 전석매진의 성과를 낼 수 있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2년간 매 공연마다 '1인 4장 티켓 구매'라는 제한 조건이 있을 정도였다.

 

이는 고양 시민들의 수준 높은 클래식 사랑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고, 고양시를 포함한 주변 지역에 사는 시민들이 클래식 공연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은 열망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고양시가 이러한 시민들의 생각을 바로 읽고 제대로 된 문화 도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CNB뉴스(고양)= 김진부 기자
citize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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