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간 무역분쟁과 일본발(發) 수출규제,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여기에다 소비 침체, 기업실적 악화, 실업률 증가 등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내수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봤다. 일곱번째는 한 템포 주춤한 이동통신업계다. <편집자주>
‘이통3사’ 3분기 수익성 악화
5G 설비·마케팅 비용이 원인
4분기 이후엔 실적 회복 전망
이동통신 3사가 3분기에 모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3분기 매출 4조57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021억원으로 0.7% 감소했다.
KT는 3분기에 매출 6조2137억원으로 전년 같은 시기보다 4.5%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3125억원으로 15.4% 줄었다.
LG유플러스는 이 시기에 매출 3조2442억원, 영업이익 1559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같은 때보다 매출은 8.4%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31.7% 떨어졌다.
3사 모두 매출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해, 수익성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된 이유는 5세대 이동통신(5G, 최대속도 20Gbps의 통신기술)의 초기 설비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5G는 지난 4월초 처음 상용화됐다. 도입 초기인 3분기(7~9월)에 5G와 관련된 설비와 마케팅 지출이 많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3분기 설비투자에 7844억원, KT는 7412억원, SK텔레콤은 6610억원을 사용했다.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각각 169%, 89%, 64% 늘어났다.
마케팅 비용도 증가했다. 3분기 SK텔레콤은 마케팅에 7878억원, KT는 7209억원, LG유플러스는 5861억원을 지출했다. 각각 전년동기보다 7%, 23%, 17% 늘어났다. 5G 고객을 잡으려는 이통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5G와 인공지능, 시너지 본격화
앞으로 어떤 흐름을 보일까.
SK텔레콤은 다양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공동작업)’을 추진한다. 이 기업은 최근 카카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양측은 통신, 커머스, 디지털콘텐츠, 미래ICT 등 4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콘텐츠를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손잡고 ‘엑스클라우드 프로젝트’ 파트너십을 맺었다.MS의 비디오게임기인 ‘엑스박스’의 콘텐츠를 스마트폰과 PC 등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게임 사업이다. 5G 시대에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지기 때문에 클라우드게임 시장이 커질 전망인데, 이를 선점한다는 플랜이다.
KT는 5G와 기가인터넷 등 유무선 부문의 프리미엄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5G와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술력을 향상시켜서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선도한다는 포부다. AI 스피커인 ‘기가지니’를 오는 2025년까지 1억개로 늘리고, 스마트 스피커뿐만 아니라, 스마트 냉장고와 세탁기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계획을 세워뒀다.
장기적으로는 ‘AI 컴퍼니’로 거듭나기 위해 연세대 대학원과 AI 기술 산학협력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국내외 대학, 대학원과 협력해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자율주행자동차와 스마트팩토리 등에 AI 기술을 활용할 방침이다. 5G 시대에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사물 사이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AI가 생활의 중심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5G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5G 가입자 1500만명을 목표로 정했다. 가입자만 늘리는 게 아니다. 다운로드 속도를 향상시키고, 스마트폰 배터리 사용량을 절감하는 등 서비스 품질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또 LG전자 등 그룹 계열사들과 협력해 5G와 사물인터넷, AI 등을 활용한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팜(로봇을 이용한 농업), 스마트항만(항만운영시스템의 무인자동화) 등으로 새로운 미래를 앞당기는 방안도 추진한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가상현실(VR) 솔루션과 콘텐츠 수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석현 데이터경영연구소 소장(카이스트 AI박사)은 CNB에 “기존에는 많은 데이터와 영상, 음성신호들을 IoT 기술을 활용해 처리하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5G 시대에는 이런 처리가 원활해지면서 조금 더 다양한 일들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이통사들의 실적은 점점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5G 초기 설비와 마케팅 비용 등이 3분기에 충분히 지출됐기 때문에, 4분기 이후부터는 5G와 관련된 수입이 지출보다 커지는 ‘터닝 포인트’ 시점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CNB에 “4분기부터는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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