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대형마트 앞에는 ‘불황’이라는 말이 당연하듯 붙는다. 이를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상하다. 잘해 보려고 할수록 이리저리 치이는 신세가 되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무엇이 그들을 서럽게 하는 걸까?
대형마트 3사는 올해, 행사 이름과 품목을 바꿔가며 할인 행사를 이어왔다. 온라인 쇼핑에 빠진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다.
이마트는 상시 초저가 마케팅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10월 한 달간 ‘통 큰 한 달’, 홈플러스는 10월 징검다리 연휴에 ‘대한민국 빅딜 가격’ 행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에 소비자들이 응답했다. 한명 두명 대형마트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초저가 전략은 출혈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 결국, 손실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온라인으로 사겠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대형마트사들이 3분기에도 실적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 매출은 올 1분기에 3.1%, 2분기에 5.1% 줄었고, 추석 대목이 끼어 있는 3분기 매출은 8.1% 감소했다.
대형마트가 내놓은 대안은 PB(Private Brand: 자체브랜드)제품이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직거래를 통해 물류비, 판매관리비 등 제반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대표적으로 ‘생수’가 있다. 2L 6개의 생수를 이마트에서는 1880원, 롯데마트는 1650원에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무려 1590원에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살수대첩’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이목을 끌었다.
대형마트는 앞다퉈 PB 신제품을 선보이며 가격경쟁과 더불어 차별성으로 돌파구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전문업체 제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품질·안전 등에 대한 우려도 아직 남아있다. 대기업이 중견·중소 식음료기업의 밥그룻을 빼앗았다는 비판도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 한 중견 식품기업 관계자는 CNB에 “기존 유통시장 질서를 깨는 신종 골목상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PB상품은 그 회사의 이름을 걸고 직접 만들어 팔기 때문에 자칫 문제가 생기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관련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그래서 모든 유통사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가장 먼저 확인하고 챙기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종 골목상권 침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중소 식품기업들과 협업하고 있어 대기업의 기존 상권침해가 아니다”라며 “더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는)잘해 보려고 해도 이리저리 치이는 신세가 된 것 같다. 규제에 막히고, 경쟁에 밀리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라고 토로했다.
(CNB=김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