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귀엽고 발랄한 캐릭터들을 플레이트에 새기고 있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을 초대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직접 아기자기한 모습의 그림 친구들을 만들기도 한다. 카드업계가 이처럼 캐릭터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CNB=손정호 기자)
애니메이션·이모티콘 담은 카드 봇물
미니언즈·마이펫 등 다양한 매력 어필
키덜트족 증가·실적 악화 영향 ‘자구책’
카드사들이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에 푹 빠졌다.
일단, 해외 유명 애니메이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한카드는 미국 영화사인 유니버셜과 손잡고, 이 기업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일루미네이션의 ‘미니언즈’ ‘마이펫의 이중생활’을 사용하고 있다.
노란색 손가락을 닮은 미니언(‘미니언즈’ 주인공들을 일컫는 말)들의 앙증맞은 모습을 담은 플레이트는 30만장 이상 팔렸다. 악동 스타일의 미니언즈들은 안경과 왕관 등을 착용한 귀여운 모습으로 이용자들에게 어필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주인이 집을 비운 후 애완동물들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작품 속 맥스와 클로이, 스노우볼 등을 플레이트 디자인에 담았다. 반쯤 감은 눈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 토끼 등이 매력 만점이다.
BC카드(KT 계열사)는 ‘위 베어 베어스(We Bare Bears)’를 만났다. 이는 미국 카툰네트워크(워너미디어의 계열사)의 애니메이션이다. 그리즐리, 판다, 아이스베어 등 곰 삼형제의 귀여운 일상을 그림으로 담았다. 곰 세 마리가 가까이 붙어서 하트표시를 날리거나, 소풍을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 등을 표현하고 있다. 우선 BNK경남은행과 MG새마을금고가 이를 사용한 제품을 내놓았다. 앞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을 늘릴 예정이다.
국내나 해외의 인기 캐릭터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
신한카드는 ‘무지’로 인기를 얻었다. 무지는 카카오프렌즈(포털사이트 다음의 운영사인 카카오의 캐릭터샵)를 상징하는 8명의 친구들(라이언, 어피치, 프로도, 네오, 무지, 콘, 튜브, 제이지) 중 하나로, 노란색 머리와 분홍색 귀 등이 인상적인 토끼다. 출시 50일(9월 18일)만에 1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
KB국민카드는 ‘오버액션 토끼’를 내세웠다. 일본 DK사의 작품을 우리나라 더웍스컴퍼니가 라이선스를 구입해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플레이트를 구입하면 단순한 선과 색상만으로도 개성 넘치는 매력을 뽐내는 사랑스러운 토끼들을 만날 수 있다. 대중교통과 영화관, 롯데월드 등을 이용하면 할인혜택을 준다. 오는 2020년 5월까지만 판매하는 한정판이다.
기업의 캐릭터를 내세우기도 한다.
삼성카드는 NHN페이코(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간편결제 시스템)의 주인공들을 선택했다. NHN페이코에는 페이코메이트(PAYCO MATE)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있다. 이들은 포피, 쏭, 진, 코비, 치치 등 5명으로 이뤄져 있다. 귀여운 강아지와 여우 그림을 손 안에 넣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우리카드는 CJ의 캐릭터인 원스터를 적용했다. 작고 하얀 소세지처럼 생긴 원스터는 색색의 띠를 두르고 있다. CJ 계열사 매장(CGV·뚜레쥬르·올리브영 등)을 이용할 때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CJ에 특화된 상품으로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이 기업의 트레이드마크를 사용한 셈이다.
신한카드는 ‘판귄’을 리뉴얼했다. 판귄은 이 회사를 상징하는 펭귄의 이름이다. 직접 만든 기업 캐릭터인 판귄은 파란색 슈트를 입으면 히어로로 변신한다. 판귄은 이번 리뉴얼 과정을 통해 펜터치로 표정의 생동감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판귄의 개성과 스토리를 조금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보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전으로 그림을 고르는 경우도 있다. 우리카드의 ‘카드의 정석 댕댕냥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공모전을 통해 거꾸로 누워 있는 고양이와 강아지의 뒷모습을 플레이트에 담았다. 이들은 자고 있는 듯이 보이는데, 유머러스한 재미와 함께 여유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동물병원 등 애완동물 관련 업종에서 할인혜택을 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NB에 “요즘 캐릭터를 담은 카드가 트렌드다. 젊은 세대들은 결제를 할 때 소비과정 자체를 하나의 놀이로 즐긴다”며 “이에 따라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고 소장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이용하거나 자체 개발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만화 주인공’ 품은 플레이트 증가 “왜”
이처럼 카드사들이 새로운 마케팅에 나선 이유는 뭘까.
우선 키덜트족((Kid와 Adult의 합성어, 아이 같은 취향을 지닌 성인을 일컫는 말)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의하면 국내 키덜트 시장은 작년 기준 1조원을 넘었다. 2014년 5000억원대에서 매년 20%씩 성장했다. 키덜트족들은 다양한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을 소비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금액이 커지면서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 내부 문제도 있다. 카드사들은 지속적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줄어왔다. 가맹점 수수료는 지난 1월 31일부터 연매출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의 경우 2.05%에서 1.4%로 인하됐다.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는 2.21%에서 1.6%로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8개 전업 카드사(KB국민·롯데·신한·현대·삼성·BC·우리·하나카드)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0.9% 줄어든 9587억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들은 각종 부가혜택을 줄이는 등 비용절감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고객을 잡기 위한 노력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수익 감소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캐릭터를 플레이트에 적용하는 것은 가성비가 좋은 마케팅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적은 비용을 투입해 효율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카드’가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IT, 이동통신,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각종 페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의 ‘삼성페이’,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카카오페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공동 브랜드인 ‘패스’, 신세계그룹의 ‘SSGPAY(쓱페이)’, 롯데그룹의 ‘L.pay(엘페이)’, 현대백화점그룹의 ‘H몰페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모바일 페이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동하는 고객을 잡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소비자들은 익살스러운 표정의 이모티콘이나 캐릭터로 개성을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며 “카드업계의 파이가 줄어들면서 적은 비용으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