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19.08.02 12:17:09
고양시가 지난 2016년 5월 31일 요진개발주식회사 등 3사를 피고로 제기한 '기부채납 의무존재 확인의 소'는 2017년 12월 22일 고양지원 1심에서 원고일부 승으로 승소하고, 지난 2019년 6월 27일 서울고등법원 2심에서 각하 판결을 받아 대법원 상고심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2심에서 각하 판결이 나자 고양시는 일부 언론으로부터 "항소심 패소가 배임이자 명예훼손이다", "항소심 패소는 배임이자 망신살", "패소는 엉뚱한 소 제기 때문", "각하 판결로 기부채납 빨간불" 등 뭇매를 맞았다.
고양시가 기부채납 확인의 소를 제기한 이유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항은 고양시가 왜 요진개발을 상대로 '(업무빌딩) 기부채납 의무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어야만 했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건물을 지어서 기부채납 받기로 한 업무빌딩의 '면적'을 확정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요진개발로부터 기부채납 받을 업무빌딩의 연면적이 2만평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요진개발 측은 8500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고 있어 그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우선 업무빌딩의 면적을 법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적과 관련해 서로 견해가 다른 이유는 최초 협약서와 추가 협약서에 기부채납 받을 업무빌딩의 면적이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양시가 연면적 2만평을 주장하는 근거는 최초 협약 당시 요진개발 측이 제시한 '주민제안서-일산 백석동 Y-CITY 제1종 지구단위 계획수립'에 '업무빌딩 2만평 내외'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즉 요진개발이 업무빌딩의 규모를 스스로 2만평 내외라고 주민제안서에 언급하고는 이제 와서 8500평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요진개발 관계자는 "요진개발 측에서 8500평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요진 측이 2만 평이라는 점에 대해 협약서에 명시한 부분이 있지만 요진이 분양가 등을 통해 많은 금액의 손해를 본 입장에서 연 면적을 좀 줄여줬으면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1심 판결 "확인의 이익이 있다…연면적 2만평 판결"
2심 판결 "확인의 이익이 없어 이행의 소 제기해야"
따라서 기부채납 확인의 소를 제기해 면적을 확정하는 것은 고양시와 요진개발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다. 이를 확정해 준 판결이 '기부채납 의무존재 확인의 소' 1심 판결이다.
1심 판결의 내용과 관련해 고양시청 법률자문관은 "1심에서 판사는 '업무빌딩의 규모를 특정하는 등의 이 사건의 소는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위험을 제거하는 데 유효, 적절한 수단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언급했다"며 "본안 판정으로 '요진이 고양시에 기부채납 할 업무빌딩 연면적은 7만 5194제곱미터(약 2만평)'라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1심 판결은 요진개발이 주민제안서를 통해 언급한 바 있는 2만평 내외와 거의 같은 것으로 고양시가 주장하는 면적과 거의 같다.
그러나 각하 결정을 한 2심 판결과 관련해 법률자문관은 "2심 판결에서는 연면적 규모 등을 확인하는 소를 법률상 불안 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유효 적절한 수단이 아니므로 종국적 해결 수단으로 보지 않아 각하 판결했다"며 "기부채납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해 대체집행, 간접강제 등으로 집행하거나 손해배상 청구의 소 등으로 이행청구권을 실현할 수 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고 언급했다.
즉 2심 판결의 내용은 1심 판결과 달리 '확인의 소'가 필요하지 않고 '이행의 소'나 '손해배상 청구의 소' 등으로 받아 내는 것이 필요하므로 각하했다는 내용이다. 확인은 실익이 없으니 바로 이행하게 하라는 것.
요진개발서 업무빌딩 착공으로 市 '이행의 소' 필요성 의문
결국 고양시와 요진이 필요한 것은 업무빌딩의 연면적 결정
대법원 판결이 '확인의 소' 중요성 인정할지가 관건
그런데 문제는 2심 판결이 나기 3일 전인 6월 24일에 요진개발이 업무빌딩 공사를 착공했다는 점이다. 착공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요진개발이 업무빌딩 기부채납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부채납 이행의 소'를 제기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CNB뉴스가 1일 업무빌딩 부지 공사현장을 확인하고 건설소장을 인터뷰한 결과 요진 측은 업무빌딩 건축을 위해 부지에 공사를 위한 안전펜스를 높게 세우고, 터파기 작업을 위한 차수벽 설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건설소장은 "이번 달에 토목 흙막이부터 시작할 것이고 이후 차수공사하고 터파기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아마 터파기는 흙막이와 차수공사, CWS공법 공사를 마친 내년 쯤에나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하로 약 19미터를 파내려 갈 예정이며 이는 지하 4층 규모이고 지상으로는 5층 빌딩을 건축하는 것으로 전달받아 진행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요진개발 관계자는 "요진개발도 기부채납을 이행할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이번 업무빌딩 착공이 늦어진 것도 연면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건물을 지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지 기부채납 이행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업무빌딩 착공을 들어간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결국 요진개발이 업무빌딩 이행의 수순을 밟고 있지만 남아 있는 문제는 연면적을 얼마로 할 것인가 즉 몇 층 건물을 지어서 고양시에 기부채납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게 됐다. 건설소장이 지하 4층에 지상 5층 건물 착공에 들어갔다는 것은, 터파기 공사는 고층빌딩을 지을 정도로 튼튼하게 하고 일단 지상 5층 건물을 짓다가 연면적 결정이 나면 5층을 건설하든 15층 이상을 건설하든 하겠다는 의도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고양시가 상고할 경우 대법원의 판결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고양시와 요진개발 사이에 업무빌딩 기부채납과 관련해 남은 문제는 면적의 규모를 확정하는 것이므로 이행을 하라는 '이행의 소'가 아니라 면적을 결정하는 '확인의 소'가 더 시급하고 실익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고양시, 기자회견 통해 요진개발 기부채납 관련 4가지 쟁점 설명
김용섭 고양시 도시균형개발국장은 1일 시청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부채납 확인의 소 2심 '각하' 판결에 따른 4가지 문제들에 대해 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고양시의 입장을 담은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2016년 2월 당시 법무법인 산경을 정하고, 확인소송과 이행소송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인소송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고양시 의견대립이 있던 건축연면적이었다는 것.
둘째는 대법원 상고를 결정한 이유는 고양시가 주장했던 사실관계가 1심에서는 인정됐으나 2심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법무법인에 자문한 결과 상고를 진행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점.
셋째는 '고양시 도시계획 조례' 제14의 2에 따른 건축허가 시점으로 부지가액으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추가협약서 제3조에 따르면 부지가액 산정 시점은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2010.2.2)를 기준으로 하도록 돼 있으므로 이 시점을 기준으로 부지가액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넷째는 따라서 부지가액은 2268억원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산정인데 이는 요진 Y-CITY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가 심사를 위해 실시한 감정평가 내용으로 감정평가 목적과 시점이 다르다. 실제 1심 판결에서 인용된 지구단위계획 결정 시점을 기준으로 한 감정평가 산정이 타당하다는 것 등이다.
아직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간이 2주 정도 남아 있다. 고양시가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받기 위해 이유서를 실제로 제출할지 그리고 대법원은 고양시의 중요한 문제인 업무빌딩의 면적규모를 확정하는 '기부채납 의무존재 확인의 소'를 어떻게 판결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고양)= 김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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