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 본다. 어렴풋한 게 4~5살 정도인가 보다. 외출 전, 어머니가 화장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린 마음에 그게 신기했는지 부모님이 안 계시면 화장품을 발라보고는 했다. 그러다 들키면 어머니는 무슨 남자아이가 화장이냐며 으름장을 놓았다.
수년이 흘러 어느 날 어머니는 사람들 앞에서 놀리듯 말씀하신다. “쟤는 어릴 때부터 꾸미는 거 참 좋아했어. 분 바르고 립스틱 바르고 했다니까”라고 말이다. 그러면 기자는 얼굴을 붉히며 “내가 언제 그랬냐”며 반박했다. 불과 5~6년 전의 일이다. 그렇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자가 화장을 한다고 하면 괜스레 민망했다.
시대가 변했다.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여자도 남자도 똑같다. 그래서 이제 남자들도 피부 관리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피부타입부터 화장품에 담긴 다양한 기능까지, 알아야 할 것도 많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건 없다. 화장품을 사러 가서 수많은 제품에 눈만 껌뻑이고 있으면 남자직원이 다가와 브랜드는 물론, 각 제품의 성능까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기자도 그랬다. 화장품 가게에 남자직원이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이제는 당연해 보인다.
여기서 좀 더 자세하게 화장법을 알고 싶다면 유투브를 이용하면 된다. 최근에는 화장법을 알려주는 콘텐츠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도 늘고 있다. 뷰티 크리에이터 신쿡의 경우 각종 다양한 화장법을 구사하며 남성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그의 현재 유튜브 구독자 수는 약 42만명, 총 조회 수는 6000만회를 훌쩍 넘기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화니, 스완 등 많은 남자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이러한 추세에 뷰티업계에서도 남성 화장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매출은 긍정적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7월 17일까지 국내 남성용 색조 화장품 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77% 신장했다고 밝혔다.
이 기세를 몰아 아모레퍼시픽의 ‘브로앤팁스’, LG생활건강의 ‘밀리언뷰티’, 애경산업의 ‘스니키’ 등이 남심(男心)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남성 화장품 시장이 커졌다고 해도 전체 점유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색조 화장품의 경우 소비자가 2030세대에 머물러 있다. 이를 4~50대까지 확장하는 게 업계의 숙제다. 또 몇몇 사람들의 인식도 생각해 봐야 겠다. 길을 걷다보면 화장을 하고 지나가는 남자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하지만, 그런 그들을 ‘힐끔’ 쳐다보는 시선도 여전하다.
한 소비자는 “외모가 하나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이런 때에 남자가 화장을 하는 것에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건 역차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화장한 남자들을 보는 건, 화장을 해서가 아니라 화장을 어색하게 했기 때문”이라며 “마냥 숨길 게 아니라 화장기술을 적극적으로 키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CNB=김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