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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회장님들 여름휴가는 왜 항상 ‘방콕’일까

일본發 후폭풍… “휴가는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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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7.25 11:32:22

지난달 30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왼쪽부터)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주요그룹 총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름휴가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재계 총수들은 올해도 작년처럼 휴가를 반납하고 현안점검 및 경영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좀체 풀리지 않는 내수경기 등 악재가 산적했기 때문.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열풍이 불면서 직원들에게는 휴가를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평소보다 더 분주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CNB가 이들의 속사정을 엿봤다. (CNB=도기천 기자)

‘위기’ 아닌 ‘여름’ 없었지만
특히 올해는 5분대기조 신세
한일 경제전쟁…앞날 안개속
마음편한 휴가는 언제쯤일까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최근 직장인 6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름휴가를 계획 중인 직장인은 78%에 달했다.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이 1·2위에 올랐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겠다는 응답자도 23%에 달했다. 휴가기간은 평균 4.6일이었다.

하지만 국내 주요그룹의 총수들은 맘 놓고 휴가를 즐길 처지가 아니다. 국내 경기침체와 고용환경 변화,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업종을 불문하고 위기의식이 높아진데다, 미중 무역전쟁 및 한일 외교갈등에 따른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휴가를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은 일제히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총수들도 여름 휴가철이 하반기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12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이 중에서도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인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매머드급 투자 추진,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등으로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고 있다. 여기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재판까지 겹치면서 동분서주 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두달 사이의 행보는 유례없는 강행군이다. 지난달 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경영진과 회의를 연데 이어, 같은달 14일에는 IT·모바일(IM)부문 사장단과 경영전략회의를 가졌다. 사흘 뒤인 17일에는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을 찾아 5G 이동통신 모듈 등에 대한 투자에 대해 논의했으며, 24일에는 삼성물산 사옥을 찾아 핵심 경영진들과 회의를 가졌다.

이달 들어서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엿새 동안 일본 출장을 다녀왔으며, 귀국 다음날인 지난 13일에는 DS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진을 긴급소집해 일본 출장결과를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정부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26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하자 청와대로 달려가 왕세자와 비공개 만찬을 가졌으며, 이날 밤에는 5대그룹 총수들과 사우디 왕세자 간의 회동을 주관했다.

나흘 뒤인 지난달 30일에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재계총수들 간의 간담회에 참석했으며,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 7일에는 주요그룹 총수들과 함께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사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또 지난 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관한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해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여기에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자신의 대법원 판결을 코앞에 두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판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그에게 휴가는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NB에 “이 부회장은 예전에도 제대로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올해도 현장에서 현안을 점검하고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14일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만찬에서 공동회장 자격으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일본 쇼크에 수소차 ‘비상’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게도 이번 여름이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연말 ‘FCEV(수소차)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7조6000억원을 들여 수소차 생산 능력을 연 50만대로 늘리고, 5만1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초대형 플랜을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에 부응해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에 3조5000억원 이상의 재정지원과 함께 친환경 차를 대폭 증산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포화 상태에 이른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돌파구로 수소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소차를 중심에 놓고 과감한 사업재편을 진행한 결과,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딛고 최근들어 다소 숨통이 트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당장 발등의 불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우방국에 대한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한국이 제외될 가능성이다. 수소연료탱크 소재인 탄소섬유를 일본 도레이로부터 수입하고 있기 때문.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주 일본을 방문해 현지 주요 부품·소재 기업 경영진과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게 이번 여름은 현지 부품 공급망을 점검하고 미래차 산업을 구상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평소에도 공식, 비공식 해외 출장이 잦았던 만큼 휴가철에 출장길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워라밸 외쳤던 최태원, 정작 본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의 직접 영향권에 들면서 아직 특별한 여름휴가 계획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으로부터의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생산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역설적으로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에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 회장은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임직원들은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휴가를 즐기는 분위기다.

SK는 지난 2017년부터 그룹 관계사 모든 임직원에게 여름휴가에 연월차 휴가를 더한 이른바 ‘빅 브레이크(Big Break)’를 권장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올해 초부터 임직원들과 격의없이 만나 대화하는 ‘행복토크’를 진행하고 있는데 주제가 말그대로 ‘행복’이다. 지금까지 계열사들 현장을 방문해 50차례 이상 대화를 나눴다.

또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월 2회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아직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와 지주사 SK㈜만 대상이지만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런 흐름으로 볼때 최 회장이 솔선해서 여름휴가를 다녀올 가능성도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아직 휴가 일정이 잡혀 있지는 않다. 그룹현안을 챙기며 신사업 구상, 각계 인사들과 만남 등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잔인한 여름’ 속 신동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쟤계 총수들 중 가장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일본의 경제제재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가 반일(反日) 감정으로 번지면서 일본과의 연결고리가 많은 롯데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

유니클로 한국법인의 지분 49%를 가진 롯데쇼핑, 일본 맥주 아사히를 수입·유통하는 롯데아사히주류 지분의 절반가량을 보유한 롯데칠성이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롯데호텔도 매출이 줄고 있다.

신 회장은 이달 초부터 일본 도쿄(東京)를 방문, 자신의 ‘일본 핫라인’을 총동원해 현지 재계 유력 인사들을 접촉하며 한일 갈등을 해소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CNB에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마당에 휴가를 생각할 겨를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5대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여름휴가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평소 임직원들에게 ‘바쁘더라도 반드시 여름휴가를 통해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 만큼 ‘솔선수범’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처럼 8월초에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다른 그룹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계열사가 올해 실적 부진에 처해있는데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위기 수준이라 휴가를 가더라도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요그룹 총수들과 달리 금융권 수장들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대부분 5영업일씩, 주말 포함 일주일간의 휴가 계획을 세웠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4일부터 휴가에 들어갔으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내달초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다음달초 5일간 휴식을 취하며,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은 다음달 5∼9일 국내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과거와 같은 집중 휴가 기간은 대부분 없어져 직원들은 자유롭게 휴가를 쓰는 분위기지만, 총수·CEO들은 경우가 다르다”며 “특히 이번 여름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때는 없었다. 그분들 머리에 휴가 생각은 아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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