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적 성격을 띤 기업들의 후원 전시회가 잇따르고 있다. 장르도 다양하다. 장애 작가 조명,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 설파 등 주제에 의미를 더한 전시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에 CNB는 지금 두고 보면 좋을 <사람을 잇다-공익展>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세 번째 편은 KT&G의 ‘오버 더 레인보우’전(展)이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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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의 구상, 상상마당 풀어놔
평면·입체·사진 등 볼거리 풍성
장애작가 향한 오해 경계해야
작품 의미 온전히 느낄 수 있어
관람 전 주의점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들’이란 전시 주제를 기억해야 한다. KT&G가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에서 여는 ‘오버 더 레인보우’전에는 장애 작가 12명이 참여해 작품 11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 저마다의 장애 유형을 괜스레 추측해가며 작품과 결부시키려 들지 말 것. 그러면 감상이 반감된다. 오해가 왜곡을 부를 수도 있다.
예컨대 전시장 귀퉁이에 팔다리를 길게 늘어트린 조형물이 있다. 단상에 앉은 듯 서있는 듯 애매하게 걸쳐 있는 사람 형상이다. 혹자는 일어서고자 하는 의지로 바라볼 수 있겠으나 과잉 해석이다. 이 작품은 한영권 작가의 ‘휴(休)’. 번잡한 인간이 한 숨 돌리듯이 그저 쉬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을 뿐이다.
하여튼 ‘다채로운 시선’에 주목해야 한다. 다양성을 상기해가며 캔버스에 담긴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관람팁이다.
이민희 작가가 선보인 사진 8점이 가장 직관적이다. 어제와 같으면서도 다른 오늘의 사물과 풍경이 팔색조처럼 포착됐다. 어느 사진은 아예 초점이 불문명해 피사체에 대한 명확한 이해도 어렵다. 제목이 ‘sleeping eyes’인 것도 영향이 있었으리라. 어떤 들판은 고요히 푸르고 또 다른 프레임의 들녘은 강렬한 붉은 빛으로 타오르고 있다. 일상다반사는 관망하기 나름인 것이다.
한쪽 벽에 걸린 TV에선 한 여성이 손바닥을 붙였다 떼기를 천천히 반복하고 있다. 딱풀이나 물풀을 손가락에 발라 거미줄처럼 늘이는 작업이다. 그 결과물이 ‘그림’으로 전시장에 나왔다. 김은설 작가의 ‘풀실놀이’ 시리즈다. 압권은 얼굴과 얼굴이 마주보고 있는 ‘영향’이다. 맞대다가 또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해 실이 두 면(面)을 연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라볼수록 끈끈함이 늘어나는데도 아슬아슬함을 보여준다”는 것이 김 작가의 설명이다.
개방형공간에 작가별로 적절히 배치
이번 전시에는 다채로운 성격의 작품들이 나왔다. 평면, 입체, 사진. 각 창작물의 강한 개성 탓에 자칫 중구난방이 될 수 있었으나 전시장 내 적절한 배치가 질서정연한 관람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대형 캔버스는 널찍한 벽면에 배치하고, 일련의 스토리를 가진 작가의 작품들은 사선의 가변형 프레임을 설치해 독립된 공간을 구축했다. 작가 10명 이상이 참여하는 ‘단체전’에 가깝지만 적절하게 구획을 지어 개인전처럼 감상할 수 있다.
지효석 KT&G 문화공헌부장은 “‘오버 더 레인보우’ 전시회는 장애예술가들의 창작을 지원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장애의 편견을 없애고자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원이 부족한 아티스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다음달 4일 상상마당 홍대에서 종료되는 ‘오버 더 레인보우’전은 다음달 9일부터 상상마당 춘천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다. 종료일은 9월 16일. 관람료는 없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