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일본의 수출제재 엄포일 것이다. 일본은 북한, 과거사 문제 등 외교와 안보의 이유를 들어 우리나라에 불화수소, 포토 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품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이 세가지 품목은 반도체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재료들로, 단기적으로 비축물량을 사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의 차질은 큰 문제다. 삼성은 매출의 대부분이 삼성전자에서 나오고,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반도체 중심 구조의 기업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인데, 이를 통해 한미일 공조의 의미를 새롭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로 외교적 한계를 가질 수 있지만, 일본은 패전 후 미군정을 거치면서 미국에 의해 사회와 경제구조가 새롭게 변화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생각나는 것은 정치와 경제논리의 허점이다. 우주에는 100% 완벽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학적으로 100이 있을 수는 있지만, 3차원 이상의 존재가 물리학적으로 100% 완벽하다는 게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정치 논리의 허점은 한반도 문제를 푸는 미국의 관점이다.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의 ‘트럼프월드’ 부동산 투자 경험을 살려, 북한을 부동산 개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가진 지역으로 규정함에 따라 그동안 정치적 논리에 의해 발생한 불필요한 긴장이 사라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규제 해제, 남북경협 재개와 북한의 경제개방, 중국과 러시아 지역의 자본주의 시스템 확대라는 수순에 들어가기에는 아직 지나가야 할 길이 많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정치논리의 극한대립의 결과물을 경제 논리의 생산성이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 논리에도 허점은 있다. 이번 일본 경제제재의 품목들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들에게 이 세가지 품목의 국산화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재계에서는 일본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의 외교적 무기화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결국 해법은 상생과 공생, 콜라보레이션 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드 시런의 콜라보레이션 시리즈의 새 앨범인 ‘No.6 Collaborations Project’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들을 해봤다. 비가 내리는 여름 저녁의 지하철에서 인생은 누구에게나 동질의 것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