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특혜를 준다고 인정하는 편이 나을 듯싶다. 그동안 너무 많은 혜택을 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이 자명해 보인다. 점입가경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얘기다.
특혜1. 케이뱅크 인가 의혹
금융당국으로부터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에 은행업 신설 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K뱅크).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예비인가 심사 당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할 대주주에게 적용하는 BIS비율(위험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기존과 다르게 대폭 완화했다는 것.
즉 자격이 안 되는 특정업체에게 금융위의 유권해석으로 은행업 인가를 내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2017년 12월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금융행정혁신 보고서’에서는 “케이뱅크가 인가 과정에서 특혜 논란에 휘말리고 아울러 자본금 부족 문제 등의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케이뱅크 인가 과정 전반은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다”며 문제가 없다는 금융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특혜2. 은산분리 완화
케이뱅크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 2호인 카카오뱅크는 사실상 반쪽자리 출범이었다.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허가부터 내준 것.
비금융사가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은산분리 제도. 은행법에서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4%(의결권 미행사 시 10%)로 막고 있다.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ICT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출현시킨다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목적에 있어서 은산분리 완화는 필수 전제조건이다.
은행 설립주체가 ICT기업임에도 낮은 지분으로 인해 주도적으로 경영을 이끌고 갈 수 없고, 참여주주들의 지분 비율대로 일일이 증자에 참여해야 하는 등 자본 확충에도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2002년 롯데·SK 및 안철수연구소·이네트퓨처 등 주도로 설립이 추진된 바 있고 2008년에도 금융위가 은행법 개정을 통해 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은산분리 원칙 훼손이라는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었다.
하지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이미 영업을 시작한 마당에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정부가 적극 나섰고, 야당시절 은산분리 규제에 손댈 수 없다고 반대하던 지금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돌아섰다.
결국 지난해 9월 비금융사의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식 보유한도를 기존 4%에서 34%로 크게 늘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시중은행은 제외하고 인터넷전문은행에만 한정해 은행법에 따른 은산분리 규정을 적용받지 않도록 규제를 풀어준 것이다.
특혜3. 대주주 적격성 완화
은산분리라는 거대 장벽을 무너뜨렸음에도 불구하고 특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대주주 적격성 완화 논란이다.
앞서 2017년 12월에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행정혁신 보고서’를 통해 케이뱅크 인가의 경우 금융위의 유권해석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으며, 만약 법제처와 같은 외부기관의 객관적 의견을 추가적으로 확인했더라면 객관성·타당성을 더욱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해서였을까. 금융위는 법제처에 “인터넷전문은행 주식의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 때 내국법인인 신청인이 속한 기업집단의 계열주로서 인터넷은행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자를 심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이에 법제처는 지난달 24일 “신청인인 내국법인의 계열주로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 자를 포함해 심사할 수 없다”라는 해석 결과를 회신했다.
또 다시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대목이다.
앞서 은산분리가 풀어짐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주식 34%까지 취득 가능)가 되기 위한 한도초과보유승인 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심사가 중단됐다.
까닭인 즉,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혐의(공시누락)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한도초과보유주주(대주주)의 요건으로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업감독규정에 의해 형사소송 절차 및 금융위·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검찰청·금융감독원 등에 의한 조사·검사 등이 진행되고 있고, 그 소송이나 조사·검사 등의 내용이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한도초과보유승인 신청 심사중단 요건에 해당된다.
이 같은 대주주 적격성 요건은 인터넷전문은행 뿐 아니라 모든 은행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금융위가 묻고 법제처가 답한 내용은 사실상 김 의장을 카카오와 동일인으로 보지 않아도 돼 공시누락 문제가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으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는데 있어서 장애물을 제거하고 단비를 내려준 꼴이다.
한편, 지난 5월 26일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도전장을 낸 키움뱅크·토스뱅크 2곳의 은행업 예비인가는 모두 불허됐다.
충격을 받은 정부·여당은 같은 달 30일 비공개로 당정협의를 열고 대주주 적격성 요건 완화 등 진입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각설하고, 문제가 생길 때 마다 하나하나 해결해 주는데 지독한 편애다. 특혜는 현재진행형이다. 의문점은 왜 굳이 그래야만 하느냐다. ICT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출현시킨다는 목적으로 금융당국 주도로 도입된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가 대세인 시대에 일반 시중은행 서비스와 달리 어떤 차별성이 있고 혁신성이 있기에, 동일하게 적용받는 규제에서 유독 제외시키거나 특별히 취급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기대했던 중신용자대출도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영업 분야도 가계신용대출 부문에 상당부문 국한돼 있다.
왜 특혜를 줘야 하는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은산분리를 허물면서까지 산업자본에게 은행 대주주를 허용한 만큼 오히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것은 아닐까. 또 다른 수혜 카드를 만지작거리지 말고 납득할 만한 명분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