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얼굴은 천변만화하지만 잃지 않는 고유의 색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그 땅을 살아가는 방식, 라이프스타일이다.
‘도쿄 라이프스타일’은 취향에 있어서 메이저와 마이너의 구분이 없다는 도쿄, 그곳에서 복잡다단한 입맛들을 사로잡은 브랜드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은 이 대도시를 그 자체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스트리트 패션 편의점, 카세트테이프 편집숍처럼 익숙지 않아서 튀는 곳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안내서. 그렇다고 ‘탐방기’만으로 규정지을 순 없다. 등장하는 브랜드들이 가졌던 비즈니스적 고민, 서비스를 포함한 판매하는 모든 유무형의 상품들에 대한 본질을 깊이 있게 다룬다.
여기에 나오는 곳들의 차별점이자 공통점은 과시보단 제안이란 것. 예컨대 “내 물건은 이만큼 좋아요”라며 구매를 강요하기 보단 “이런 라이프스타일로 살아보는 건 어때요?”하며 일상의 방식을 바꿔보라고 하는 거다.
자신들을 설명할 때 ‘사회적 공헌’이란 단어를 쓰는 트렁크 호텔이 대표적인 예. 트렁크 호텔은 건축부터 비치 품목까지도 ‘친환경’인 에코 호텔이다. 로비의 벽과 테이블을 꾸밀 때 폐자재를 이용했고, 샌들 공장에서 나온 고무를 재활용한 슬리퍼를 객실에 구비했다. 이 슬리퍼는 투숙객들이 돌아갈 때 가져갈 수 있게도 했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아니라는 얘기. 일상에 묻어 있는 환경 친화적 요소요소를 하나하나 경험해 볼 수 있다.
책의 저자는 브랜딩 분야 전문가들이다. 베스트셀러 ‘맥락을 팔아라’를 쓴 정지원, 이마트 브랜드전략팀 소속 정혜선, SK텔레콤 브랜드 마케팅 그룹 소속 황지현이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도쿄를 ‘감각자본’이 충만한 도시로 정의한다. “먹고, 마시고, 입고 일하는 모든 라이프스타일 곳곳에 당연하다는 듯이 감각이 묻어 있다….” 저자가 길어 올린 것은 이 거대하고 민감한 무대에서 요즘 소비자는 무엇에 반응하는가이다.
각 장의 끝에 있는 소소한 팁도 눈여겨볼 만하다. 트렁크 호텔 주변에선 스트리트 패션 매장 쇼핑을 추천하고, 더 콘비니에 가면 지인에게 선물할 색다른 기념품을 구할 수 있다는 식의 깨알 정보가 숨어 있다.
도쿄를 배회하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은 서두에서 “다이칸야마역부터 나카메구로 강변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도쿄가 보여주는 다양한 감각에 눈을 멈추고, 마음을 열어보시길”이라고 권한다. 풍부한 사진 자료로 인해 책장 넘기는 손맛이 경쾌하다.
정지원·정혜선·황지현 지음 / 1만6000원 / 미래의창 펴냄 / 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