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옥환기자 | 2019.04.08 11:03:03
부산시가 지난달 31일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확산사업에 우암동 피란생활 역사문화마을 조성사업을 계획해 우암동 동항성당을 문화재 등록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남구 우암동에 있는 동항성당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같은 큰 예수상이 있으며 붉은 벽돌로 된 건축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부산항의 석양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또 최근 TV 방송을 통해 소개된 이후 다양한 연령층의 관광코스로도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동항성당은 우암동 지역민과 애틋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항성당은 지난 1954년 천막 성당으로 시작한 뒤 1957년 성탄절에 우암동에 건립돼 한국전쟁 이후 지역 빈민 사업과 사회복지 사업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 하 안토니오 신부가 있었다. ‘우암동 판자촌의 성자’로 불리는 하 안토니오 몬시뇰(1922~2017)은 부산에서 58년간 피난민 구호와 교육·의료사업 등 헌신하다 2년 전 94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하 신부는 길거리를 배회하던 소년·소녀 장애아 등을 사제관에서 직접 키웠으며 지난 1965년 한독여자실업학교(오늘날 부산문화여고)를 세웠다. 또 학교가 해운대로 옮겨가자 1977년에는 그 자리에 조산원을 설립해 신생아 2만 6000여명의 출산을 돕기도 했다.
지난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하 신부를 가톨릭교회 명예 고위직인 몬시뇰에 임명했다. 명예 부산시민이었던 그는 부산의 ‘기억 자산’으로 피란 시절 우암동을 중심으로 많은 전후 복구 증거자료도 남겼다.
동항성당 최성철 베드로 주임신부는 “50년 전 하 안토니오 신부님이 우암동 주민들을 위해 헌신했듯 우리는 성당의 문화재 등록이 50년 뒤 지역민의 삶의 질과 주거환경 개선에 도움될거라 판단해 등록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시는 향후 국·시비 200억원을 들여 우암동 소막마을의 지역자산을 ▲피란생활과 주거 ▲피란생활과 경제 ▲피란생활과 종교 3개의 테마로 구성해 역사문화자산을 통한 체험형 필드 뮤지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