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러클’이라는 책이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세상만사가 생각하는 대로 된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는 대로 이뤄지냐?”며 허황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사람이란 동물은, 생각하면 그에 따른 행동을 하게 돼 있기 때문에, 길게 보면 정말로 생각대로 되는 인생을 경험할 수 있다.
헌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라면, 머릿속으로 생각한다는 게 그렇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자칫 생각을 잘못 하다가는 계속 같은 문장만을 머릿속으로 반복해 되뇌이거나 또는 같은 생각의 회로를 빙빙 도는 자신의 뇌에 화가 날 지경이 될 때도 있다. 이럴 때 최상의 해결책은 써내려놓는 방법이다. 펜으로든, 컴퓨터 자판으로든, 머릿속의 생각을 써서 내려놓기만 하면, 생각은 제자리에서 뱅뱅 돌기를 멈추고 다시 앞으로 한 걸음 더 전진하게 된다. 왜냐면 여태까지 생각해온 내용은 이미 종이 또는 모니터 위에 내려놓아졌기 때문에 더 이상 그걸 감싸고 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만 해서는 자칫 머리만 아프고 전진 안 돼
써내리기가 정신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잠들기 전 뭔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그 생각 탓에 영 잠이 들기 힘들지만, 일단 여태까지 생각했던 내용을 써내려놓기만 하면, 정신의 긴장이 바로 풀리면서 잠이 들고, 푹 잠을 자고난 뒤 어제 써놓은 내용의 뒤를 이어 다시 생각을 전개해나갈 수 있다는 경험에서도 증명된다.
이 같은 써내려 놓기의 묘수를 비즈니스로 개발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일본의 이른바 ‘습관 상담 전문가’인 후루카와 다케시다. 습관화 컨설팅 주식회사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매년 1000명이 넘는 개인에게 습관 바꾸기 컨설팅을 진행하며, 기업에게는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강연을 한다.
그가 쓴 책 ‘쓴다 쓴다. 쓰는 대로 된다’는 옛 베스트셀러 ‘미러클’의 쓰기 버전이랄 수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미러클’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생각만 하기보다는 글 써내려 놓기가 그만큼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글 쓰기가 왜 그리 도움이 되는지는 후루카와의 다음 설명을 들어보면 된다. 심리학에서는 무수한 잡념에 의식이 빼앗긴 상태를 ‘마음 놓침(mindlessness)’ 상태라고 한다. 마음 놓침 상태에서는 쓸데없이 에너지를 빼앗겨 정작 해야 할 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집중력을 높이는 동시에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려면 어떠한 잡념도 없이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는 ‘마음 챙김(mindfulness)’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데, 마음 챙김 상태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쓰기라는 설명이다.
증례에 따라 각기 다른 처방전도 내려준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힘든 일상을 보내는 직장인 A씨에게는 현재 마음을 어지럽히는 부정적인 사항들을 써 내려놓는 ‘네거티브 리스트’를 쓰도록 했다. 머릿속을 점령하고 있는 근심, 불안, 걱정을 모두 쏟아 내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뒤죽박죽 상태를 벗어나 상황과 문제를 인지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써 내려놓으면 정리되고 실행도 된다는
매번 결심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C씨에게는 실행하기 쉽도록 행동을 잘게 쪼개고 구체화시키는 ‘초행동화 쓰기’를 지시했다. 예를 들어 ‘하루 30분씩 달리기를 한다’는 커다란 목표는 ‘퇴근하고 곧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라는 아주 작은 행동으로 바꾼다. ‘아침형 인간이 된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지금보다 15분만 일찍 일어난다’로 바꿔 써 놓으면 더 쉽게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으로 불안감이 잔뜩 쌓인 D씨에게는 ‘네거티브 포지티브 게임’을 제안했다. 마음속의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쏟아내고 나면 그 다음부터 조금씩 긍정적인 감정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일을 적어 보면, 반성할 것투성이라고 생각했던 오늘 하루도 좋은 일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중략) 정말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의 감정을 좌우하는 핵심은 사실이나 사건이 아니라 해석과 인식이다.(83~84쪽)
이러한 해석과 인식을 도와주는 과정이 바로 글 써 내려놓기다.
후루카와 다케시 지음, 유나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펴냄 / 232쪽 / 1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