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동통신사들의 격전이 벌어지는 곳은 야구장이다. AR(증강현실)로 외신의 주목을 받은 SK텔레콤, 로봇 시구를 선보인 KT, 관전의 재미로 승부수를 띄운 LG유플러스 등 3사 3색 기술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5G 사용화와 프로야구 개막이 맞물리면서 촉발된 뜨거운 장외전을 CNB가 담았다. (CNB=선명규 기자)
용(龍) 불러낸 SKT vs 시구기(機) 세운 KT
“한국의 SK와이번스가 개막전에서 불을 뿜는 용을 불러냈다. 경기장의 관중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이 모습을 지켜봤다"
지난달 26일(한국시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인 MLB닷컴이 '컷4' 코너를 통해 소개한 내용이다.
발단은 이렇다. SK와이번스와 KT위즈의 2019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지난달 2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 경기 시작을 목전에 둔 순간, 난데없이 거대한 용이 경기장 안으로 날아들었다. 전설 속 동물은 위협 비행하듯 관중석을 크게 한 바퀴 돈 뒤 육중한 몸을 이끌고 지붕에 앉았다. 그 충격으로 경기장 천장엔 균열이 생기고 파편이 사방에 흩날렸다. 녹색 그라운드를 저공비행하던 비룡(Wyvern·飛龍)은 하얀 빛을 온몸으로 내뿜더니 홈팀 덕아웃으로 곤두박질쳤다. 사실이라면 스포츠뉴스가 아니라 사건·사고 소식에 나올 상황. SK텔레콤이 AR(증강현실)을 활용해 벌인 이 깜짝 이벤트는 전광판과 스마트폰 중계를 통해 단지 사실처럼 전달됐다.
올해 프로야구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이색 퍼포먼스는 지난달 29일 수원KT위즈파크서도 펼쳐졌다. 이날 경기를 축하하기 위해 공을 던진 것은 사람이 아닌 로봇. 시구자(者)가 아니라 시구기(機)가 마운드 앞에 섰다. 홈팀 KT가 준비한 로봇팔은 투수의 와인드업처럼 투구하기 위한 준비동작을 천천히 이어갔다. 최적의 투구폼을 갖춘 뒤 시즌 첫 공을 홈플레이트를 향해 뿌리자 관중석에선 ‘와아~’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개막전부터 기술력·콘텐츠 충돌
더 생생하게…‘중계 싸움’ 치열
이동통신사들이 야구장에서 가장 공들이는 것은 중계다. 파노라마 중계 방식 도입 등 화면에 잡히지 않던 경기장 구석구석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자사 OTT 서비스인 옥수수(oksusu)에 프로야구 메뉴를 신설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데, 핵심 기능은 경기장 전체를 초고화질로 한 눈에 볼 수 있는 ‘5G와이드뷰’다. 경기가 진행되는 내외야는 물론, 파울라인 밖과 1·3루 응원석까지 두루 관전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원하는 부분만 확대하거나 홈, 1루, 3루 등 특정 시점에서 영상을 볼 수 있는 기능도 담겼다.
예컨대 투수와 타자가 수싸움을 벌이는 사이 벌어지는 외야수의 움직임이나 관중들의 표정을 당겨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달 중 5G 스마트폰 상용화에 맞춰 ‘5G와이드뷰’ 화질을 6K에서 12K급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KT는 홈구장인 수원KT위즈파크에 초고화질(UHD)급 카메라 7대와 고화질(HD)급 카메라 40대를 설치했다. 올레tv 애플리케이션 내 ‘프로야구 Live’를 통해 경기장과 관중석 등 다양한 시점의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3대의 투구 추적용 카메라로 구현한 ‘피칭 분석’ 기능도 탑재했다. 투구의 궤적, 구속, 회전방향, 회전율, 투구 시간 등도 제공돼 경기 보는 눈을 한층 높여준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누적 이용자수 2000만명을 넘어선 ‘U+프로야구’ 앱을 업그레이드해 내놨다. 이전에는 ‘포지션별 영상’, ‘득점장면 다시보기’, ‘상대전적 비교’, ‘TV로 크게 보기’ 등 4대 핵심기능을 제공했었다.
이번에 추가된 기능 중 하나는 ‘경기장 줌인’. 불펜이나 주루 플레이 등 보고 싶은 장면이나 상황만을 골라 관람 가능하다. 점수가 나는 등 가장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는 홈을 비추기 위해선 60대의 고화질영상 촬영 카메라를 동원했다. 세이프와 아웃이 결정되는 접전 상황과 홈런을 만들어낸 타자의 스윙 등을 멈추거나, 되돌리거나, 또는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다.
1000만 야구팬=5G 잠재 고객
이동통신사들이 프로야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기’다. 지난 2016년 국내 프로스포츠로는 처음으로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작년에도 총 807만명을 불러들이는 등 흥행 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NB에 “실제 야구 경기에 AR·VR 등을 접목하면 고객이 느끼는 실감형 콘텐츠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며 “1000만명에 육박하는 야구팬들의 눈도장을 받는다면 5G 가입자 유치에서도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