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 마케팅의 대세는 ‘캐릭터’다. 라인프렌즈부터 마블 히어로까지 국적불문 낯익은 얼굴들이 제품 홍보 전면에 나서고 있다. 변형도 있다. 두 유명 로고를 합쳐 캐릭터화해 제품에 활용하며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향수(鄕愁), 친숙 등 이유는 다르지만 새로운 만남에 열광하는 건 같다. 이에 CNB는 영화와 만화책을 박차고 나온 캐릭터가 기업과 만난 사례를 소개하는 [기업X캐릭터 열전]을 상·하편으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상편에서 유통업계를 다룬데 이어, 이번 편에서는 업계 전반을 소개한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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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카드업계 ‘마블의 역습’
캐릭터로 거듭난 ‘게스 활명수’
대한민국 관광홍보대사 ‘어피치’
‘10시 10분을 가리키며 치켜뜬 눈. 빨강과 금색이 섞인 피부색’.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인기 캐릭터 아이언맨이 차와 한 몸이 됐다. 현대자동차의 코나다.
차량 윗부분에 크게 얼굴을 새겨 차체가 몸체로 보인다. 철안(鐵顔)은 바퀴와 문에도 장착됐다. 짙은 회색 바탕에 아이언맨을 상징하는 레드 컬러를 포인트로 살짝살짝 입혀 특징만을 부각시켰다. 정면 램프에 불이 들어오면 출격을 마친 아이언맨처럼 안광이 번뜩인다. 지난 1월 1700대 한정판으로 국내 시장에 나온 ‘코나 아이언맨 에디션’이다.
기업과 캐릭터 간 협업에선 ‘외모’만 빌려와 제품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자체로도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이다. ‘코나 아이언맨 에디션’은 손잡은 캐릭터의 설정을 대거 가져왔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예컨대 시트에는 영화 속 토니 스타크(아이언맨)가 운영하는 회사명인 ‘스타크인더스트리’ 로고가 박혀있다. 크래쉬패드에는 그의 서명도 새겨져 있다. 차에 타는 순간 영화 속으로 탑승한다는 착각이 드는 이유다.
현대차는 이 차량 개발을 위해 마블과 2년 동안 협업했다. 세계 최초 마블 캐릭터 적용 양산차라는 기록을 남기면서 동시에 세계 3대 디자인상(if 디자인상·레드닷 디자인상·IDEA 디자인상)을 석권하는 등 디자인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마블을 선호하는 것은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SC제일은행이 대표적.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등 히어로를 새긴 ‘마블 체크카드’를 연이어 선보이며 마니아들의 소장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임 속 주인공된 ‘고래밥’
‘과자로 캐릭터를 만든다?’ 이런 독특한 발상에서 개발된 게임이 있다. 오리온과 게임업체 게임펍이 모바일용으로 만든 ‘고래밥: 버블슈터’다. 익히 알려진 영화나 만화 속 등장인물을 제품에 적용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과자인 ‘고래밥’을 캐릭터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역발상이다.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퍼즐게임을 지향하는 이 게임은 유저들의 평점과 재접속률,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하는 ‘구글 추천게임’에 오르기도 했다.
브랜드가 오래 되면 로고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대중에게 각인되기도 한다. 여기, 유명한 두 로고가 만나 시너지를 폭발시킨 사례가 있다. 패션 브랜드 게스와 동화약품의 100년 넘은 장수 제품 부채표 활명수가 만나 탄생한 ‘게스 활명수’다.
초록색 바탕에 반듯하게 쓰인 '활명수'로 유명한 ‘문양’이 게스 티셔츠에 프린트돼 전에 없던 디자인이 탄생했다. 출시 직후 온라인 패션커뮤니티에선 “진정한 뉴트로(새로움과 복고의 합성어·New+Retro)란 이런 것” 같은 찬사가 쏟아졌다. 지난해 봄, 게스와 동화약품이 한정판으로 내놓은 티셔츠 4종, 청바지 1종, 가방 1종 중 일부는 현재도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인기다.
“티셔츠인가 소화제인가?”
둘의 만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창립 121주년을 맞은 활명수 기념판을 선보였는데, 두 로고를 적절히 배합해 새로움을 창조했다. 청바지를 연상시키는 바탕 위에 게스의 상징인 역삼각형 로고와 물음표를 넣고, 그 안에 활명수라는 이름을 새겨 이질감 없는 컬래버레이션을 완성했다.
동화약품 측은 게스와의 협업에 대해 “새로운 도전을 통해 젊은 세대와 더욱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캐릭터를 찾는 건 기업뿐 아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5일 카카오프렌즈의 ‘어피치’를 홍보대사로 임명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어피치의 역할은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홍보 활동.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는 점에서 전격 발탁됐다. 이제 ‘나라의 얼굴’이 되기까지 하는 요즘은, 그야말로 캐릭터 전성시대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