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안 부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과거 정권시절 정경유착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위축돼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처럼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안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오랜만에 목소리를 냈다.
지난 27일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함에 따라 부결됐다. 조 회장이 27년만에 대한항공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된 것.
전경련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한 것에 대해 주목했다.
그간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결정, 그리고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더불어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반한 결과라며 기업들이 장기·안정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경영권이 더 이상 흔들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마찬가지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경총은 “공적연금이 기업 경영에 대단히 중요한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주가치 제고와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 등 제반 사안에 대한 면밀하고 세심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여론에 휩쓸려 결정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고 기업경영권을 흔드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경제계에선 그간 없던 일로 시나브로 확대될까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재벌 오너를 대상으로 책임을 물어 철옹성 같은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은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앞서 ISS, 서스틴베스트 등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들도 조 회장 연임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특히 국민연금지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에게 약 2주간 짧은 시간에도 140여명의 소액주주가 조 회장의 연임 반대를 위해 총 51만5907주(0.54%)를 위임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약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대한항공 기업가치를 훼손한 것은 다름이 아닌 조 회장이라는 것. 총수 및 그 일가에서 불·편법 및 갑질·황제경영을 일삼아도 기업을 개인의 것인 양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고 최상의 자리를 보존하는데 있어서 제재와 견제장치 또한 없었다.
올바른 기업경영이라면 흔들 이유가 없다. 내시반청(內視反聽) 해야 한다.
이번에 작은 힘이 모아져 변화를 일으켰다. 재벌대기업들은 방만하고 오만하게 지키려고만 하지 말고 대주주 전횡을 멈추고 ‘정도경영’을 걸으며 거세지고 있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여 할 것이다.
재벌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당사자들 자체적으로 더 이상 만들지 않길 바란다.
한편, 자유한국당에서는 이번 국민연금 개입이 기업의 자율성 및 자유시장질서를 전면 훼손했다는 판단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5% 이내로 제한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수가 약 300개에 달하는 가운데 지난해 1월 김종석 의원(자유한국당)이 대표발의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분율 5%를 초과해 보유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제한토록 했다.
이 개정안 통과를 야당에서 적극 추진한다는 것. 그러나 이는 이제 막 꿈틀대는 ‘스튜어드십 코드’ 즉, 기관투자자가 자금주인인 고객·국민의 이익을 위해 주주활동 등 수탁자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하는 원칙에 족쇄를 채운다.
기업만 보호할 대상이 아니다. 그들의 ‘유감’에 ‘유감’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