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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공시가격 전국 1위…재벌家 ‘트라움하우스’의 비밀

“부르는게 값” 돈으로 못사는 ‘꿈의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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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3.20 09:10:24

측면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3차’의 모습. 이 건물의 뒤쪽에 전국 주택가격 1위 자리를 14년째 지키고 있는 ‘트라움하우스 5차’ 3개동이 자리잡고 있는데,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도기천 기자)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대폭 인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집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동의 고급빌라 ‘트라움하우스 5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2006년 이후 줄곧 주택가격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다는 이 저택의 비밀을 들춰봤다. (CNB=도기천 기자)

이건희·최재원·강호찬…재벌들 소유
‘주택공시가격 대란’은 딴세상 얘기
핵공격에도 끄떡없는 ‘은밀한’ 공간


‘트라움하우스’는 독일어로 ‘꿈의 집’이란 뜻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96번지 일대에 자리잡은 이곳은 2차, 3차, 5차 등 순차적으로 건립돼 전국에서 가장 비싼 빌라촌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트라움하우스 5차’ 최상층(5층) 273.64㎡의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68억 6400만원으로, 2위인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55억 6800만원)’보다도 12억 9600만원 비싸다.

‘트라움하우스 5차’는 14년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큰 관심을 끌진 못했다. 대기업 총수 등 재력가들이 거주하는 고가주택 정도로만 회자됐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2017년경이다. 당시는 북한의 핵 위협 공포가 한반도를 뒤덮던 때였는데, 이곳은 핵 공격에도 끄떡없는 방공호 시설로 세간의 부러움을 샀다. 특히 2017년 9월의 6차 핵실험이 수소폭탄인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의 일반주택 중 유일한 안전지대인 이곳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단지 내 지하 4층에 마련된 방공호는 고무·납·강철로 만든 면진층 공법을 적용해 설계됐다.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으며, 심지어 핵폭풍으로 인한 열과 압력까지 차단한다고 알려져 있다. 벽 두께는 최고 80㎝에 이르며, 간이침대, 발전기, 화장실, 창고, 가스필터와 공기순환 시설 등을 갖춰 200여명이 외부 물자 조달 없이 2개월을 지낼 수 있다.

 

전국 주택가격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트라움하우스 5차’. (사진=연합뉴스)
 

2·3·5차 단지들, ‘더불어 성(城)’

트라움하우스 단지들은 각자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2,3,5차는 한데 어우러져 거대한 성(?)을 이루고 있다. 2차와 3차는 각각 12층짜리 1개동으로, 5차는 5층짜리 3개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2차와 3차가 골목 앞을 막고 있고 그 뒤에 5차(3개동)가 나란히 배치된 구조다. 야산(서리풀 공원)과 높은 담장이 이중으로 건물들을 감싸고 있어 외부에서는 담장 안을 전혀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다.

트라움하우스 1차는 1992년 준공됐으며, 이후 2차·3차·5차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급됐다. 가장 최근에 분양된 5차는 2003년 입주했고, 3차는 2002년에 주인을 맞았다. 숫자 ‘4’가 갖는 불길한 의미 때문인지 4차는 없다. 1차는 남부터미널(서초구 효령로) 부근이며, 나머지는 서리풀 공원(서초구 명달로)과 접해있다.

트라움하우스 5차는 3개(A·B·C)동에 총 18가구, 전용면적 226~273㎡로 이뤄져 있다. 한 개 층에는 두 가구만 배치됐고 B동 2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택이 복층 형식이다. 273㎡(약83평)의 경우 방 6개, 욕실 3개를 갖추고 있다.

주택 내부는 샹들리에와 대리석이 주로 사용됐고, 월풀을 갖춘 메인 욕실과, 드레스룸, 서재, 개인 사우나 시설이 설치돼 있다. 집안에서 서리풀 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가구별 전용 엘리베이터와 전용 로비가 갖춰져 있다. 엘리베이터는 본인이 사는 층과 공용시설이 있는 지하 3층~지상 1층만 작동한다. 남의 집 문 앞에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없는 셈. 공용시설로는 외부 손님을 맞는 응접실, 게스트룸 등이 있다. 2차와 3차도 내부시설과 구조는 비슷하다.

 

트라움하우스 조감도(왼쪽 높은 건물이 트라움하우스 3차, 나머지는 5차)와 2015년 경매사이트 지지옥션에 공개된 ‘트라움하우스 3차’의 내부구조도.
 

거래 없어 공시가격 제자리

이곳엔 누가 살까? 등기부등본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 경주현 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김석규 한국몬테소리 회장, 이현규 한독어패럴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조카인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 등의 이름이 올라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한때 이 저택을 소유했다.

주택가격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올해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폭이 14.17%로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집주인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곳은 딴 세상 이야기다.

실제로 서울 동작구 소재 ‘대방경남아너스빌’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4억6800만원이었던 공시가격이 올해 6억4000만원으로 36.8% 상승했고, 용산구 산천동 소재 ‘리버힐삼성’ 전용 59㎡는 3억5800만원에서 4억9100만원으로 37.2%, 서대문구 홍은동 ‘홍은벽산아파트’ 전용 84㎡는 2억9100만원에서 3억6400만원으로 25% 급등했다.

하지만 ‘트라움하우스 5차’ 최상층(5층) 273.64㎡의 올해 공시가격은 68억6400만원으로 작년 68억5600만원에서 겨우 0.11% 오르는 데 그쳤다. 3차는 층수에 따라 37억원(2층)~48억원(12층) 사이였고, 2차는 16억원(1층)~18억원(12층)이었는데, 다들 전년도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다.

 

올해 공시가격 2위를 차지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공시가격이 제자리를 맴도는 것은 매매가 거의 없어 시세(현실화율)를 공시가격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몇 년에 한번 꼴로 국세청에 신고된 매매내역 보면, 트라움하우스 3차 273.8㎡의 경우 지난 2006년 10월 50억원에, 2007년 6월 45억원에 각각 거래됐다. 트라움하우스 5차는 2003년 완공된 이후 거래가 6건에 그쳤다. 2008년 6월 273㎡가 120억755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해 7월 9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처럼 거래 자체가 극히 드물고 매매가도 들쑥날쑥하다 보니 정확한 공시가격을 매기기가 어렵다.

이런 현상은 다른 고급주택도 마찬가지다. 올해 공시가격 2위를 차지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전용면적 244.78㎡)은 공시가격이 작년 54억6400만원에서 55억6800만원으로 1.9% 오르는데 그쳤다.

트라움하우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CNB에 “매물이 없고, 설령 있다하더라도 어차피 재력가들 사이의 거래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세가 없다”며 “부르는 게 값 아니겠냐”고 말했다.

여기 살던 회장님들이 전부 잘나간 것도 아니다. STX그룹의 강덕수 전 회장은 2014년 회사가 도산하면서 채무를 갚기 위해 집을 내놓기도 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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