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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금융현장(1)] 커피숍? 편의점?…은행의 변신은 무죄

차+디저트 즐기는 점포 속속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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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9.03.08 17:18:34

우리은행은 크리스피크림도넛과 제휴한 ‘베이커리 인 브랜치'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은행 갈 일 줄어든 요즘, 유독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점포들이 있다. 시중 은행들이 카페, 서점, 편집숍 등 이종(異種) 업계와 협업해 마련한 특화 점포들이다. 이에 CNB는 독특한 콘셉트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색 금융현장’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1편에서는 커피숍·편의점과 결합한 곳(우리·농협은행)을, 2편에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곳(하나·국민·신한은행)을 각각 소개한다. (CNB=선명규 기자)

우리은행, 달달한 도넛 냄새 가득
농협은행, 커피전문점으로 재탄생
카페와 객장 구분 없이 어우러져


서로 다른 문패 두 개가 위아래로 붙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고소한 커피향과 달큰한 빵냄새가 훅 풍겨왔다. 정면 주문대에선 방금 내린 커피와 달짝지근하게 코팅된 도넛이 점원 손을 떠나 손님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여기까진 일반적인 카페의 모습.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심각한 얼굴로 마주앉아 셈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디저트 즐기다말고 웬 숫자놀음이냐고? 이곳은 우리은행이 크리스피크림도넛과 제휴를 맺고 개점한 ‘베이커리 인 브랜치(Bakery In Branch)' 매장이다.

지난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위치한 이곳을 찾았을 때 입구에서 잠깐 멈칫했다. 하나의 문에 파랗게 ‘우리은행’과 빨갛게 ‘크리스피크림도넛’이라고 사이좋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으로 들어가서야 알게 됐다. ‘한 지붕 두 가족’이란 것을. 명패를 나란히 붙여놨듯이 내부 공간에도 뚜렷한 경계 구분이 없었다. 도넛 매대가 눈앞에 일렬로 늘어섰고, 오른쪽 벽면을 따라 은행 창구 세 개가 나란히 자리했다. 매장 중앙과 통유리 창을 따라 마련된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방문 목적에 상관없이 앉아 있었다.

손님을 구분해주는 것은 신호다. 진동벨이 울리면 커피나 음식이 나왔다는 것, ‘띵동’ 소리가 나고 번호가 화면에 뜨면 당사자는 창구로 오라는 것이다. 두 신호에 모두 반응하는 사람도 적잖다. 동생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지수씨는 “은행일을 보고나니 출출해져서 함께 간식을 먹고 가려한다”며 “굳이 다른 카페를 찾아 움직이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우리은행이 프리미엄 커피브랜드 폴바셋과 동부이촌동에 마련한 ‘카페 인 브랜치' (사진=우리은행)

 

‘베이커리 인 브랜치’는 우리은행의 두 번째 ‘컬래버레이션 점포’다. 1호점은 지난 2016년 동부이촌지점에 프리미엄 커피브랜드 폴바셋과 마련한 ‘카페 인 브랜치(In Branch)’이다. 우리은행 측은 “카페의 편안한 분위기로 체감 대기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공간 활용도를 높인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만물상으로 진화하는 은행들

시중 은행들이 커피 전문점 등과 개설하고 있는 이색 특화 점포의 특징은 공간 공유다. 명확한 영역 나눔 없이 카페인 듯 은행인 듯, 한 공간에 섞여 있다.

같은 날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NH농협은행의 ‘카페 인 브랜치(Cafe In Branch)’를 찾았을 때도 이 속성을 목격했다. 출입문 왼쪽으로 먼저 커피&초콜릿 전문점 ‘디 초콜릿 커피 앤드’가 나타났고, 오른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서야 객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길목에는 테이블이 쭉 늘어서 있었다. 차를 마시며 창구 대기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NH농협은행의 ‘카페 인 브랜치'. 커피 주문대와 은행 객장 사이에 손님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경계물로 구획을 나누지 않는 이유는 공간 활용성 때문이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CNB에 “유휴공간을 줄여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게 만들면 찾는 고객들이 더 늘 것”이라며 “이는 결국 협업한 카페나 은행 모두 집객력을 높이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일산서구 중앙로에 영업점과 편의점을 결합한 특화 점포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를 열었다. 사진은 하나로미니 내부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요즘 은행에서 파는 것은 금융상품뿐 아니다. 경기도 일산서구에 위치한 NH농협은행 주엽지점은 영업점과 편의점을 결합해 운영하고 있는데, 구비한 상품이 다채로워 마트의 축소판에 가깝다. 그래서 이름도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다.

이곳에선 일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간편식, 유제품, 생필품 등은 물론 잡곡을 포함한 농산물과 농가공식품을 취급한다. 한쪽에 마련된 축산 코너에는 한우, 한돈 등 고기를 ‘뽑을’ 수 있는 ‘스마트축산 자판기’가 자리 잡고 있다. 편의점처럼 24시간은 아니지만 영업시간도 길다. 은행지점 운영과는 별개로 연중무휴로 7시부터 22시까지 불을 밝힌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는 농협 고유의 정체성이 반영된 점포로서 향후 지역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특화점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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