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3월 정기주총은 섀도우보팅(Shadow Voting) 제도가 폐지된 후, 주총 분산과 전자투표제 확산 등 주주권 보호가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CNB는 기업들의 주총 시즌에 맞춰 분야별로 주요 이슈를 살펴봤다. 첫 번째는 전자투표제다. (CNB=손정호 기자)
주총자율분산 여전히 실효성 없어
전자투표 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
시스템 바꾸는 등 근본적변화 필요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섀도우보팅 제도가 폐지됐지만 여전히 효율적인 주총 개최와 주주권리 보호 등을 위해 정착시켜야 하는 일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섀도우보팅은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의 비율대로 나머지 지분도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가령 지분 10%가 주총에 참여했다면 나머지 지분(90%)에 대해서도 의결을 한 것으로 본다. 말그대로 ‘그림자(Shadow) 투표’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이 제도가 일몰되면서 주총이 성립되려면 의결정족수 25%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주주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주총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은 올해도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독려하고 있다. 통상 3월 셋째주 금요일과 마지막주 목·금요일에 주총이 많이 열렸다는 점을 감안해서, 22·28·29일을 집중 예상일로 보고 피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도 집중일을 피해 주총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5월 주식 액면분할(50:1)을 통해 주주 수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 3월경 삼성전자의 주주 수는 24만명이었지만 9월에는 67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총 참여인원이 예년의 400명보다 크게 증가해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집중일인 3월 22일 이전에 주총을 열고, 금융과 제조업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도 겹치지 않게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슈퍼 주총’ 현상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25일 한국상장회사협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20일 기준)는 3월 22일(107곳), 27일(85곳), 15일(69곳), 29일(69곳) 주총을 많이 연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3월 27일(158곳), 26일(155곳), 25일(81곳), 29일(57곳)에 집중돼 있다.
이를 합해 비교할 경우 27일(243), 26일(198), 22일(154), 29일(126) 등의 순으로 집중돼 있다. 주총 개최일은 2주 전에 공시하도록 돼 있어서 아직 확정하지 않은 기업들이 많다. 작년보다는 집중도가 낮지만 현재보다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는, 27일에 SK,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상선, 두산인프라코어, CJ, CJ CGV, KT스카이라이프, 한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롯데케미칼, LS, 대우건설, SPC삼립, BGF리테일, 녹십자, LIG넥스원,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 신한지주, 우리은행, KB금융, 기업은행, NH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이 주총을 연다.
22일에는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백화점, GS, GS건설, LG이노텍,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금호석유화학, NS쇼핑, 대상홀딩스, 삼양홀딩스, 농심홀딩스, 오뚜기, 삼양식품, 일동제약, 삼성증권, 교보증권 등이다.
15일에도 많은 기업들이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 기아자동차, 현대위아,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포스코, 효성, 동국제강, 신세계, 이마트, GS리테일,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그룹, 농심, 종근당, 유한양행, 현대차증권, 메리츠종금증권, DB손해보험 등이다.
29일에는 두산, 한진중공업홀딩스, 쌍용자동차, 한전KPS, 금호타이어, KCC, 한국항공우주,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롯데쇼핑, AK홀딩스, LF, 코웨이, 현대그린푸드, 크라운제과, 유안타증권 등이 2019년 경영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자투표, 접근성 높여야
이처럼 ‘슈퍼 주총’ 현상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전자투표제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을 받고 있다.
전자투표는 주주들이 주총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데스크탑 컴퓨터나 모바일을 통해 투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전자투표서비스(K-eVote)’를 제공하고 있다.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에게는 수수료 50% 인하혜택을 주는 등 유도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1331개 기업이 이용하기로 했다.
올해에는 현대글로비스,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이마트, 신세계I&C,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팬오션 등이 신규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용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게 예탁결제원 측 설명이다.
작년에는 SK,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머티리얼즈,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투자증권,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포스코대우, 포스코ICT, 포스코강판,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글로벌,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녹십자홀딩스, 녹십자, 녹십자MS, 녹십자렙셀, 녹십자셀, 한국전력공사, 한전KPS, 카카오, NH투자증권, CJ대한통운, 중소기업은행 등이 이를 사용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전자투표 플랫폼 ‘V’를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V’를 통해 주주들이 보다 손쉽게 전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톡으로 일정을 안내해주고, 주식거래 시스템인 HTS와 MTS 등과 연계해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CNB에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 플랫폼 ‘V’를 도입해 운영할 예정”이라며 “‘V’는 수수료 없이 무료로 제공하며 의결정족수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CNB에 “현재는 전자투표제도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다”며 “지금보다 간편하게 시스템을 전환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주들이 보다 활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